나는 원래 겁이 많고 고소공포증도 있었는데, 요즈음은 오히려 겁도 없어져서 위험한 곳도 젊었을 때보다 더 잘간다.
늙어가며 운동신경이나 반사동작 같은 것은 완전히 둔해져서 자주넘어지고, 균형을 못잡아서 눈감고는 한발로 서기는 고사하고, 눈뜨고도 균형을 못잡아서 바지 하나 갈아 입으려해도, 의자에 앉아서야 갈아 입곤 하는 데 오히려 겁은 없어졌다. 왜일까.
아마도 아내가 먼저 간후부터,
후유증으로 앓게된 뇌경색을 10년도 넘게 앓다보니 뇌의 어느 부분 중, 균형감각 및 운동조절의 인지능력, 역할을 담당한다는 소뇌가 망가져서 , 기능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인 거 같다.
그래서 전에는 무서워 못가던 절벽도 늙은 지금이 오히려 더잘 타게 되었다. 죽으려고 환장한거지.
그러다 팔에 쥐라도 나면 어쩌려고. . .ㅎ . .
도봉산 포대능선의 아찔한 Y계곡이나, 수직절벽을 한가닥 로프만 붙잡고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하는 양주 불곡산 임꺽정봉 등 전에는 무서워서 못타던 절벽도 오히려 잘 타게 되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혼자서 3.2 m 나되는 사다리 꼭대기까지 올라서서 팔을 힘껏 벋어 현수막을 걸곤 하니 5 m가 넘는 고공에 현수막 거는 작업이다.. 높은 곳에서 현수막이 팽팽하게 펴지라고 힘껏 끈을 잡아당기는 등 작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몸의 중심이 이동하고, 그로 인해 중심이 약간만 이동해도 균형을 잃고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키 크고 탄탄하고 건장한 S씨까지도 균형을 잃을 뻔해서 아찔했다고 고백할 정도의 위험하고 힘든 작업이다. 또한 현수막이 비에 젖어 늘어지거나, 강풍에도 풀리거나 느즈러지지 않게하기위해서 , 또 현수막이 찌그러지거나 울지 않고 반듯하고 판판함을 유지하도록 탄탄하게 묶어야하는 대단히 섬세하고 위험한 고공작업이다.
그래서 손의 곳곳에 굳은 살이 박힐 정도의 . . . 그런데 그걸 내가 혼자했다고 ? 80노인이 ? 사람들은 농담인 줄 안다.
겁이 없어지니 요령과 시간만 있으면 된다.
우선 나무나 전봇대 등에 사다리는 안정감 있게 잘 놓고, 사다리의 3/2쯤 되는 곳에서 나무와 탄탄하게 묶는다. 그 끈은 자전거 튜브라야한다. 그것도 투박한 일반 자전거가 아닌 싸이클의 튜브라야 길고도 날렵하다. 탄탄히묶고 작업자용 형광조끼에 각종연장, 현수막의 한쪽 막대나 끈은 입에 물고 사다리끝까지 올라가야한다 . 그리곤 나무(혹은 전봇대) 를 끌어안고 조심조심 일어서서, . . 형광조끼에 걸쳐져 있던 또하나의 자전거 튜브로 나무와 나의 몸을 묶어야 한다.
나무에 묶기위해선, 나무가 굵어서 팔이 서로 안닿으니 나무를 끌어 안고 한쪽 팔로 던져서 다른 팔로 받아 잡아야 한다. 쉽게 될리가 없다. 열번이고 스므번이고 될때 까지 . . .
밑에 누군가 조력자 한사람만 있어서 그것을 막대기로 올려주기만 해도 아주 쉽게 될일을 . . . .
그러다 무언가 잊고 올라왔거나, 현수막의 끈이라도 떨어뜨렸다면, 다시 나무와 함께 묶여있던 안전 조끼의 튜브를 풀고 밑으로 다시내려 갔다 와야한다. 조심조심. . . . .그러니 조력자가 한사람이라도 있는것보다. 세배는 더 시간이 걸린다.
이지역에 국회의원 출마를 하려고 열심히활동하는 국민의힘 조수진이나, 이곳에서 국회의원을 몇번째하고있는 황희처럼, 현수막 게첩을 전문업체에게 맡겨 고공작업용 사다리차를 이용해서하는 것보다, 나와 같은 개인이 혼자서 게첩했다는 것은, 피와 땀과 눈물이 밴 현수막이다.
그래서 나는 역사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이한몸 바쳐, 내가 할수 있는 능력을 최선을 다했노라고 !
목숨을 걸고 내능력의 200% 까지도 바쳤노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