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문턱을 넘어 땅끝의 산을 가다.

▲각수바위.
◐ 프롤로그 ◑
호남의 젖줄, '타오르는 강', 영산강!
그 강을 둘러싼 산줄기 흐름을 살펴보면,
크게 영산북기맥과 영산남기맥으로 나누어집니다.
전자는, 오리지날 영산기맥(내장산~불갑산~유달산).
후자는, 호남정맥과 땅끝기맥과 흑석지맥의 합작품.
정맥-기맥-지맥으로 릴레이하면서 맥이 연결됩니다.
지글거리던 무더위도 한풀 꺾인 계절의 틈새에서
영산강과 탐진강의 틈새, 땅끝기맥을 그려봅니다.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끝'이라는 말.
그 말의 먹먹함 앞에 숙연해지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날씨이든 사람이든 모두 끝이라는 매듭이 있는 법,
끝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땅끝의 산줄기로 달려갑니다.
◐ 산행개요 ◑
◆어디 : 운곡마을-바람봉-각수바위-소반바위산-820번도로.
◆언제 : 2016년 9월 4일.
◆누구랑 : 대전한겨레산악회 여러분과 함께.



▲땅끝 산줄기를 향하는 출발선에 섰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들면서 허공에 빗질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름동안 무더위에 갇혔던 바람이 풀려나, 오늘은 자유롭게 간지럼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그림같은 전원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땅끝기맥 분기봉으로 오르면서 오른쪽 산자락을 살펴봅니다.
호남정맥 깃대봉 자락의 하늘금이 선명합니다.

▲기분좋게 출발하라고, 호남정맥 하늘금이 V자를 그려줍니다.

▲드라마 찍는 카메라처럼, 산행시계는 간단없이 돌아갑니다.

▲이름도 아름다운 '들꽃향기 펜션'이 산골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계절은 시나브로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산줄기 이름은 '땅끝'이지만, 우리의 산행은 끝이 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산을 구성하는 것의 대부분은 익명이고 무명이라는 사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편해집니다.

▲올라온 산자락을 뒤돌아봅니다.

▲알림표지판을 보고서야 여기가 장흥군임을 눈치 챕니다.
오늘의 산행구간은, 장흥군에서 출발해 화순군, 나주시, 영암군을 거치게 됩니다.

▲모퉁이를 돌아가는 산길의 표정을 번역하려고 애써보지만, 어렵기만 합니다.

▲계곡의 상수도 시설.

▲점점 민낯의 산자락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합니다.

▲산길에 나무그늘이 드리우는 걸 보니, 한 자리에 박힌 나무가 듣고 싶은게 있는가 봅니다.

▲호남정맥 마루금에 접속.

▲'들꽃향기'라는 말에서 자연스런 정감이 일어납니다.

▲지글지글 끓는 듯하던 무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아직 여운은 남아있습니다.

▲실질적인 땅끝기맥의 출발선.

▲도대체 왜 여기가 노적봉인가?
일개 산악회의 私心이 개입되어, 세월의 혼이 깃든 산이름을 대체할 수는 없는데....

▲이 분들의 뜨거운 열정이, 바람결에 훅 향기로 다가옵니다.

▲바람재에 바람은 없고, 잡풀만이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진행방향 오른쪽, 이만제 뒤로 호남정맥이 병풍을 둘러치고 있습니다.

▲지나온 바람봉 돌아보기.

▲따뜻한 햇살 위로 먹먹한 침묵이 내려 앉고 있습니다.

▲전방 오른쪽, 화학산으로 향하는 날개같은 능선이 펼쳐져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했던 무더위의 여진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각수바위로 접근하는 지름길이 열려 있습니다.

▲좋은 일만 무더기로 벼락처럼 쏟아져 내리길.

▲산은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부적 같은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팻말은 입이 없으니,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화학산 갈림지점에서 각수바위까지의 산길은, 잔잔한 물결의 느낌을 주는 길.

▲이정표의 각수바위 방향(직진)은 마루금이 아닙니다. 우틀해야 합니다.

▲잔잔한 산길 위로 山情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데워진 몸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삼나무숲.

▲벌초 나온 성묘객들이 우리와 한팀이 되었습니다.
실제 마루금은 오른쪽이 맞지만 대부분 왼쪽으로 진행합니다.

▲마침내 오늘 산행의 엑기스, 角首바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각수바위 줌-인.

▲각수바위를 향해,

▲죽어 천당보다 살아 지옥이 나은 법,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며 열심히 산에 동화되어 가는 중.

▲山竹 동굴.

▲계절은 여름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은지, 땀방울로 사람을 적시고 있습니다.

▲각수바위를 둘러보고 돌아오겠습니다.

▲홀대모의 대표주자가 오늘은 땅끝기맥을 함께 누비고 있습니다.

▲각수바위 풍경 1. 속살.

▲각수바위 풍경 2.
벌초 오신 현지인 왈, 일명 각시바위라고도.

▲각수바위 풍경 3.

▲각수바위 풍경 4.

▲각수바위 풍경 5.
각수바위에 아름다움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에 조망의 즐거움을 추가하렵니다.(깃대봉 기점, 시계진행방향 순)

▲조망1.

▲조망2.
계획에는 화학산 덤산행도 포함되었었는데, 그 계획이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조망3. 화학산 고스락 클로즈업.

▲조망4.

▲조망5.
강진의 진산 수인산이 범산의 레이다에 포착되었습니다.

▲조망6. 다음구간 국사봉.

▲조망7.

▲조망8.
중앙 능선 뒤의 뾰족봉은 광덕산인 듯.

▲각수바위 갈림지점으로 돌아와, 마루금 진행을 계속합니다.

▲가파른 내림길이 시작됩니다.

▲시그널이 좌측으로 많이 달려있지만,
마루금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우측으로 진행합니다.

▲인적없는 산자락이 마음을 차분하게 정돈시켜 줍니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행운이 따르기도 하는가 봅니다.
바위로 이루어진,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이 열려 있습니다.

▲통천문 안에서 바깥 세상을 내다 봅니다.

▲내려온 길을 더듬어 보니, 바로 지름길.

▲묵묵히 마루금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벌초를 하려면 뒤정리까지 깔끔하게 해야.
아마도 낫질하다가 땡벌의 습격을 받아 혼비백산했을 거야.

▲각수바위의 그늘을 벗어나, 소반바위산의 품으로 들어가는 길목.

▲유치재(바람재)에서부터 마루금은 극한의 체험장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후미팀를 위한 따뜻한 배려.

▲작업이 한창인 461M봉 고스락. 마루금은 좌측으로 열려있습니다.

▲좌틀하기 전 우측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화순의 개천산과 천태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마루금은, 여름의 마루금은,
거친 여름의 마루금은 점점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두 팔로 헤치고 헤쳐도 계속해서 앞을 가로막는 덤불천국.

▲지금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짐작도 못한 채,
눈 앞의 시그널과 짐작만으로 덤불천국을 헤치고 나아갈 뿐.

▲소반바위산 직전, 고스락을 알현하고 오겠습니다.

▲고스락은 빽빽한 잡풀 투성이.
소반 닮은 바위는 눈 씻고 보아도 보이지 않고.

▲조망1.
벌목된 능선 덕에 왼쪽으로 조망이 터집니다. 가지산, 더 멀리 제암산.

▲조망2.

▲조망3.

▲노골적으로 교태를 부리고 있는 소나무들.

▲마루금 우측 아래, 세상 풍경.

▲말벌들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의 공격은 효율적이고 치명적이었습니다.

▲앞은 꽉 막힌 밀림의 연속.
오르고 또 오르면서 또? 아직?이 반복됩니다.

▲계절은 여전히 후덥지근한 더위를 품은 채, 가을의 문턱을 힘겹게 넘고 있습니다.

▲돌아보기.

▲하늘 아래에 나 하나는 어쩔 수 없는 티끌.
그래도 산자락의 이름없는 티끌이고 싶습니다.

▲또 다시 앞에 다가서는 봉우리를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녹색의 기운을 기둥으로 붙들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갑니다.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밀림의 한복판,
한걸음 한걸음을 깎고 다듬듯이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정글 속에선 몸 따로 마음 따로.
몸은 상처투성이, 마음은 절망투성이.

▲오리무중의 산자락에선 임도마저 잡풀투성이.

▲산길을 간다는 건 사람을 실은 신발이 간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실려서 가는 내 몸이 힘들어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버팁니다.

▲송전탑이 훌륭한 이정표로 떠올랐습니다.

▲또 한 봉우리 넘어가지만 또? 아직도?는 반복됩니다.

▲속칭, 세류동 임도.

▲수없이 반복되던 봉, 봉, 봉.
이제는 그 봉우리들도 끝봉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습니다.

▲피날레의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다시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분단의 그늘도 아닐진 대, 철망이 이쪽과 저쪽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고스락에 이르기 직전,
좌측 나무둥치에 짓눌린 철망 사이로 길이 열려있습니다.

▲노동처럼 유익하고 예술처럼 고상한, 신앙같은 산행을 추구합니다.

▲야생은 살아있습니다.

▲답답했던 마루금 정글에 모처럼 가슴 트이는 공간이 열렸습니다.

▲820번 지방도로상의 동물이동통로.

▲길을 따라 걷다보니, 산을 따라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내려서는 길목에 승합차 한대 마중나왔습니다.

▲생태이동통로가 때론 멋진 그림이 됩니다.

▲활짝 열린 공간으로, 산이 들어오고 세상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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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한 봉우리 올라설 때마다 아직도? 또?
여러번 노란 물음표를 던졌던 하루였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너무나 야생적이었던 산자락.
웃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닌지라, 그저 웃었지요.
품위를 잃지 않을 만큼의 거칠었던 산길이었고
거부감 일지 않을 만큼 당찼던 각수바위였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어머니처럼, 든든한 산들.
세상 사람들이 다 잊어도 산, 당신은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 산길에 메아리쳤던 단말마적 비명을,
날기 위해, 간절하게 굴러댔던 구름판의 도움닫기를.
함께 구름판을 굴렀던 벗님들,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이 아침 사무실에서 님의 멋진 산행기에 취해, 당시 힘듬은 어디로 사라지고 행복한 추억만 생각납니다.


잘 보내세요...
땅끝기맥 영화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시간 되시고요, 다가오는
산자락 한복판을 자맥질하며 한바탕 전쟁을 치른 기분,
만나는 가시덤불과 산봉우리들이 모두 어찌 그리 원망스러웠던 건지....
내려와서 돌아보니, 그래도 그 산들이 모두 든든한 동지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 든든한 동지들과 또 한계절 보낼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더불어 감사드립니다.
너에 인생을 어떻게 살았냐고 누가물으면
가시밭길 헤치며 살았다고 말하겠습니다.~~
가시밭길 헤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너의 인생을 어떻게 살았더냐고 누가 물으면,
대답 대신 그냥 말없이 산자락을 바라 보겠습니다.
그리고 가시밭길 헤치며 살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 전하겠습니다.
밀림이나 다름없는 거친 산길을 간신히 둟고 나가니 난데없이 말벌의 무차별 공격으로 당시는 얼마나 놀랐는지
큰 소리로 범산을 찾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결국에는 범산님과 똥벽락 뒤를 따르다가 체력의 한계로 뒤처지고
어느 고개에서 후미를 기다려 탈출을 생각하고 있는데 원장님 홀로 오시기에 땅끝기맥 첫 구간부터 탈출의
흔적을 남기기 싫어 둘이서 서로 의지하면서 끝까지 이를 악물고 산행하였습니다
당시는 힘들고 괴로웠으나 결과는 좋은 여운이 남았습니다...나머지 구간도 완주를
할수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말벌들과 한바탕 전투를 치르던 봄비님의 기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큰 힘이 되었던 메아리였습니다.
민낯의 야생에서만 만날수 있는 산행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꾸밈없는 우리의 민낯이 계속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님의 산행기를 접하며 지나간 발자취를 생각해 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산을 사랑하는 님이 한 없이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선한 바람을 타고 가을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좋은 계절이 오면 좋은 분들이 그리워집니다.
눈 감으면, 함께 했던 산행들과 거기에서의 좋은 기억들이 잔잔하게 떠오릅니다.
기분좋은 떠올림이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행복 가득한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