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항리 퇴적암
오형록
구구절절한 삶이
잠들어 있는 우항리 호숫가
옛 선착장만 덩그러니 남아
이곳이 포구였다며
말꼬리를 흐린다
세월을 먹고 자란 퇴적암이
떡시루처럼 돌금돌금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
부스터를 신은 눈동자가
세월의 틈바구니를 누비며
가쁜숨을 고른다
ㅡㅡㅡㅡ
아래는 보류
공룡 화석지
글/오형록
억 겹의 세월
고난의 세월
묵은 때를 한겹 두겹 떼어내면
아스라이 먼 옛날
그들이 살았던 흔적
얼마나 거대한 몸을 가졌는지
발자국 하나로 느낄 수 있다
무수히 찍혀있는 너희들의 흔적을
너희들이 달리는 소리
땅이 꺼지고 분화구에 용솟음치는 용암들
시뻘건 화염 속에 하나둘
사랑하던 형제를 잃고
그들의 움푹 패인 발자국만 남아있구나
수많은 세월을 지배했던 너희들
이젠 가고 없지만
활기찬 너희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듯하구나
바다에서 하늘에서 그리고 땅에서
한 세월 풍미했던 너희들
금방이라도 나타나 땅이 요동치며
바닷물이 역류할 것만 같은데
너희들이 뛰놀던 그곳은 간곳없고
덩그러니 남아있는 발자국만이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는구나
설레설레 고개를 흔드는 갈대들
새들도 그 때를 그리는 듯
지지배배 지지배배 찌르르 찌찌
그들의 영혼이 쉬는 곳
우항리 공룡 화석지
멀리 서산으로 하루가 물러가며
아쉬운 듯 얼굴을 붉히네
머지않아 어둠이 내리면
너희들의 그림자 부여잡고
그 시절 이야기 나누고 싶다.
첫댓글
우항리 퇴적암
오형록
구구절절한 삶이
잠들어 있는 우항리 호숫가
옛 선착장만 덩그러니 남아
이곳이 포구였다며
말꼬리를 흐린다
세월을 먹고 자란 퇴적암이
떡시루처럼 돌금돌금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
부스터를 신은 눈동자가
세월의 틈바구니를 누비며
가쁜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