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이방인'
나스리 궁전 입구를 가로막고 서 있는 까를로스5세 궁전에 붙여진 이름이다.
똥(?)색의 둔탁하고 거친 외벽이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알함브라 궁전의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축
게다가 4각의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둥그렇고 휑하게 하늘이 열리고
육중한 르네상스식 원형기둥이 2층으로 동그랗게 둘러서 있다.
외형은 사각인데 내부는 원형인 이 건물의 독창성(?)은
마치 알함브라의 예술을 시기하기 위해 궁전 한 가운데 잘못 던져진 큰 돌덩이처럼 보인다.
까를로스 5세는 이슬람이 800년에 걸쳐 심어놓은 아랍문화를 극복하고
200년에 걸친 '레콩키스타'(국토회복운동)의 업적을적의 심장부에 새기고 싶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훼방?이 과연 알함브라의 아름다움을 지울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잘못 던져진 주사위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궁전의 파수대 알 카사바
알함브라의 나스리 궁전을 보호하고
높은 지대에서 그라나다의 외부 침략을 방어하는 역할의 알 카사바는 단단한 성벽이면서 요새이다.
마치 열쇠 구멍의 모양을 한 아름답고 가장 전형적인 아라베스크 성문을 통과하면
알 카사바의 높은 망루와 성벽이 드러난다.
망루에는 스페인 국기와 EU 깃발, 안달루시아 주기, 그라나다 시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성벽으로 가는 길엔 이미 허물어져버린 군인 가옥 등 시설들과 감옥 등의 유적이 남아 있고
성벽 너머로 안달루시아의 주도인 그라나다 시의 전경이 넓게 펼쳐진다.
대부분의 집들이 하얀 벽체를 하고 있어 도시 전체가 하얗게 빛나고 있는 느낌이다.
햇살 따스한 안달루시아의 한 도시에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화의 조화가 만들어 낸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가 있어
아스라한 향수와 한없는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서 한 달 간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