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원작인 『비밀의 화원』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시크릿 가든>이 제대로 원작을 각색했는지 비교하며 감상할 순 없었지만, 음울하고 어두웠던 인물들의 마음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정원의 힘을 거쳐 치유되는 과정이 잘 드러나서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감상했다. 솔직히 정원의 설정이 너무 신비스럽고 비현실적이기도 했고 인물들 간의 관계에 너무 축약된 기분이 있어서 줄거리가 개연성 있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러나 영화의 색감, 연출, 음악만으로 충분히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였다.
우선 대저택의 모습이 드러날 때마다 외관과 내부 모두 그 우중충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심적 몰입이 잘 되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건 아무래도 인물들이 정원에서 뛰놀 때의 장면들이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고 풀과 이끼 하나조차 그냥 두지 않는 몽환적인 색감과 분위기 속에서 정원이 한층 더 아름답고 신비롭게 보였다. 아이들과 같이 놀았던 강아지도 너무 귀여웠고 연못(개울)에서 다함께 물놀이하는 장면들도 보기 좋았다. 어린 아이들만의 솔직한 순수함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힐링과 따뜻함을 잘 담아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처음엔 아무도 자길 안 좋아할 거라고 떼쓰면서 하나부터 열 가지 다해주길 바라던 고집불통 메리가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내면의 결핍을 극복하고 타인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 감동적이었다. 방 안에만 갇혀있던 콜린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콜린 역시 방에서만 생활한 지 오래되어 바깥 생활이 낯선 듯 보였지만, 책에서만 봤던 꽃과 강아지, 물놀이 같은 것들을 직접 경험해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세상은 겪어보지 않고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각자 외면하고픈 고통스러운 기억을 품고 살아가고 있던 인물들이 정원의 힘을 빌려 그 위기를 극복해내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정원이 어떤 비현실적인 마법을 부려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들이 그 아픔을 마주하길 직접 선택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려면, 과거를 억지로 잊거나 그 과거에 얽매여만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후련하게 과거를 사실대로 인정하고 발판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영화 <몬스터 콜>이 많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그 영화에서처럼, 끝내 보이고 싶지 않았던 환부를 드러내고, 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야지만, 모순처럼 상처는 치유된다. 주변환경이나 타인의 언행에 내 상처를 곪을 때까지 부정할 필요 없다. <시크릿 가든>은 말 그대로 예술치료라는 목적을 잘 보여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