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3
고생은 해볼만큼 해본 김명천이다. 초등학교 소사(掃舍)였던
아버지를 어렸을때 잃은후로 가난은 남은 세식구를 마치
쇠줄처럼 엮어놓고 풀지 않았다. 아버지가 폐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소사라는 직업은 학교의 잡일을
하는 인부이다. 청소는 물론이고 지붕 고치기, 거기에다 밤에는
학교 경비까지 맡아야 했다. 어머니는 두 남매를 우유배달과
행상, 파출부 등 닥치는대로 일을 맡아 하면서 키웠는데 몸이
약해서 하루 쉬고 하루 일하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김명천은 중학때부터 신문배달을 했고 고등학교
때에는 방학때마다 공사장을 찾아 집을 떠났다. 대학을
6년만에 졸업한 것도 2년동안 휴학을 하고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을 달성했다지만 김명천의 가족에게는 딴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다음날 오후 6시 정각에 김명천은 대리운전 사업체인
신우통상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15평쯤 되는 오피스텔 안에는
7, 8명의 기사가 와 있었다. 사장 서충만은 안쪽에서 전화를
받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난 택시로 돌려야할까봐."
구석 자리에 앉은 김명천의 옆으로 안태식이 다가서서 말했다.
안태식은 40대 초반으로 전직 항공사 정비원이다. 명퇴신청을
하고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1년만에 망하고는
대리운전 기사가 된 것이다. 옆에 비집고 앉은 안태식이 길게
숨을 뱉았다.
"그게 더 안정적일 것 같단 말이야."
어젯밤 안태식은 손님과 싸우고는 도중에 다른 운전자와
교체되었다. 술취한 손님이 뒷자리에서 발을 뻗어 안태식의
어깨를 찼다는 것이었다. 흔하게 있는 일이었지만 안태식은
참지 못했다. 손님은 사무실이 애써서 잡은 요정 국화의
단골이었다. 아마 사장 서충만이 그만두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어, 김명천이, 이리와봐."
전화를 마친 서충만이 안에서 소리쳐 불렀으므로 김명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명천이 다가가 섰을때 서충만의
옆쪽책상에 앉은 임재희가 힐끗 시선을 주었다. 눈매가
날카롭고 살결이 희어서 신경질적으로 보이지만 임재희는
깔끔하게 업무를 처리했다. 대리기사들은 임재희를 서충만의
애인으로 믿고 있어서 함부로 대하지를 못한다.
"야, 너, 옷 그것밖에 없어?"
대뜸 서충만이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김명천의 눈밑이
조금 붉어졌다. 가을이 지나 초겨울이 닥쳐온 11월
중순이었는데도 엷은 곤색의 점퍼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이
점퍼도 공사장에서 일할 적에 얻어 입은 것이다.
"무슨 일이신데요?"
대답대신 김명천이 그렇게 묻자 이맛살을 찌푸린 서충만이
혀를 찼다. 그러나 두달동안 한번도 지작이나 결근을 하지 않고
또한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해온 김명철을 서충만은 신임하고
있었다.
"너, 일박 이일로 속초 다녀와. 수당은 기름값, 숙식비 빼고
35만원으로 했어."
그렇다면 35에서 20만원을 회사에 상납하고 15만원이 남는다.
숙식비에서 절약한다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때
서충만의 말이 이어졌다.
"일본남자 하나하고 한국여자가 손님이야. 그쪽에서는 운전에
다 안내원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거다."
그리고는 서충만이 둥근 얼굴을 펴고 빙그레 웃었다.
"폼 잡으려는거지. 차는 일제 렉서스다. 그 여자 차야."
서충만이 다시 옷을 훑어 보았다. 김명천은 시선을 내렸다.
첫댓글 즐감요
즐감합니다..~`
즐감!
즐감
진짜 옷 차림에 신경써야 겠네요 자알 보고 갑니다
잼있게 읽었습니다
ㄳ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즐독
감사합니다
즐독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