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해치의 미소
조장빈 / 산악문화연구소
경복궁 근정전 하단 월대의 어미 품을 파고드는 새끼 해치
경복궁 근정전(勤政殿) “월대 곳곳에는 무려 22마리의 해치를 두어 왕과 왕조의 상징인 근정전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근정전을 오가는 위정자들이 법과 정의에 기반한 정치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항시 자신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고 경계 하라는 기대를 월대 주변의 해치 조각상에 담아 반영시켰다”고 한다.
월대 남쪽으로 상·하단에는 각각 3마리의 해치 가족이 4군데 총 12마리가 조각되어 있다. 해치가족상의 새끼 해치는 어미의 품을 파고들어 배에 붙어 있는데 하단 동남방의 새끼 해치는 어미의 앞가슴을 헤치고 매달려 있다. 자세히 보면 동그란 눈과 뭉툭한 코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듯하여 귀엽고 사랑스럽다. 월대의 바로 위에 있는 단독 해치상의 근엄한 서수(瑞獸)의 느낌보다는 푸근함이 느껴진다. 새끼 해치 탓이리라.
해치가족상이 또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임란 이후 폐허가 된 궁을 돌아본 유득공(柳得恭)은 춘성유기(春城游記)에서 “신승(神僧) 무학 대사가 남쪽 왜구가 침략하면 짖게 하고 개가 늙으면 그 새끼가 뒤를 이어 짖도록 했다고 전해 온다.(神僧無學所以吠南冦。謂犬老以子繼之云。)”고 하였으며 “사자 난간은 무너져 허무하네.(獅欄剝欲無)”라고 옛 해치상의 무너진 월대를 안타까워했다.
경복궁영건일기(景福宮營建日記)에 지금의 해치상은 옛 것(우)을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출처: 경복궁 근정전 동물 조각상 원본 찾았다 / KBS뉴스(News) Youtube 2019.10.23.
경복궁 월대 제작의 석물을 채석한 부석소는 조계동(曹溪洞)으로 지금의 북한산구립공원 구천계곡이다. 조계동은 인평대군(麟坪大君)의 송계별업(松溪別業) 터로 구천은폭(九天銀瀑) 중단이 채석으로 흉측해져 못내 아쉬웠다. 최근 돌아보았더니 지난여름 큰물에 일대는 폐허로 변했다. 하지만 이곳의 석재로 근정전의 월대를 제작했고 이 귀염둥이 새끼 해치를 새겨 만년을 더 이어 정전을 지킬 서수로 자리하고 있으니 조금은 마음이 가신다. 근정전 월대 난간석주상에 표현된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인상은 한국적인 미감을 충실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조선시대 최고의 석조물 중 하나로 평가받아야 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 송계 석벽에서 태어난 새끼 해치가 한 몫하고 있는 듯.
1. 이성준, 景福宮 勤政殿 月臺 欄干石柱像 硏究, 고려대학교 대학원 , 2007
2. 서울사료총서 16 국역 경복궁영건일기 1·2, 서울역사편찬원, 2019
3. 조선시대 궁·능 宮·陵에 사용된 석재 산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2023
경복궁 근정전 월대
첫댓글 좋은 자료입니다. 즐겁게 감상합니다. 지금 질병 치료중입니다. 고맙습니다.
늘 후배들 격려에 감사드리며 건강 회복하시어 가르침도 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