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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총선 | 은평 을 : 민노당 정태연 6.47% |
2006년 지선 | 은평 바 : 민노당 이건 6.81% |
2007년 대선 | 권영길 2.33% |
2008년 총선 | 은평 갑 : 민노당 강화연 2.78% 비례대표 지지율 : 3.15%(민노당 3.91%) |
2010년 지선 | 은평 라 : 이수현 은평 아 : 유동호 |
- 그 동안 은평구의 시민사회 영역은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2008년 총선 때, 은평 을에서 문국현과 이재오의 맞대결이 펼쳐지면서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서울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08년도 촛불을 거치면서 지역의 자생적인 시민사회 역량이 향상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에도 진알시 활동이 계속 되고 있으며, 마을 도서관 ‘꿈꾸는 도서관’, 카페 ‘마을’ 등, 지역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활동들도 꾸준하다. 일제고사를 거부하다 해임당한 정상용 씨 사건이 있던 곳도 은평구이다.
또한 녹지의 면적이 구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고 불광천과 북한산이 있어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지만, 전통적으로 저소득층이 많고 낙후된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재개발구역만 60여곳에 이를 정도로 구 전체를 갈아엎는 대규모 재개발과 뉴타운 조성이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지역 사회가 급격히 해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2) 당협의 현황
- 08년 분당 당시 떨어져 나온 당원들은 100여명 정도였다 하며, 현재 당원은 210여명 정도로 배가된 상태.
- 당권자 170명 정도. 당원의 주축은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3, 40대 직장인. 20대 당원이 15명 남짓. 대학이 없는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임.
- 상근자는 없으며, 4명의 공동위원장들이 반상근 형태로 근무. 그래서 사무실 역시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공간으로 오픈된 형태임.
- 당협 위원장을 따로 두지 않는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음.
- 당원들의 소모임이 4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 외에 당원들 사이의 비공식적 모임이나 당협 홈페이지를 통한 당원들 간의 소통도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
- 참여당원은 40명 정도로 수치상으로는 다른 지구당과 비슷한 참여도를 보여주고 있음. 그러나 당원들의 참여 정도, 당원들 사이의 인간적 응집성이 강한 편. 이수현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이른바 ‘촛불 당원’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함.
- 예산은 월 150~200정도
2. 벼룩시장
(1) 연혁
벼룩시장은 서부비정규센터(이하 서비 센터)와 은평 당협의 공동 작품이다. 2009년 3월, 서비 센터에서 먼저 은평 측에 벼룩시장을 해보자고 제안을 하였다. 마포, 은평, 서대문, 용산 을 활동 지역으로 삼고 있는 서비 센터가 은평을 택한 이유는 이수현 위원장과 서비 센터의 상근자인 양미 씨가 개인적 친분이 있었고, 은평이 가장 활동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다.
발상이 어느 정도 구체화된 직후, 은평구에 위치한 의료연대 청구성심병원 지부에 연대를 제안한다. 청구성심 지부는 상급단위인 서울지부 등과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등, 내부 논의 구조가 복잡해서 이들의 확답을 얻고, 역할 분담 등을 상의하는 것에 석 달 정도가 걸렸다 한다. 이 기간 동안 은평 당협은 당원들로부터 물품을 기증받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2009년 6월에 첫 벼룩시장을 열기로 하고, 세부 프로그램 준비와 홍보까지 마쳤으나 당일에 비가 와서 6월의 일정이 취소된다. 야외에서 운영되는 벼룩시장의 특성상, 원래 예정일에 비가 오면 다음 날로 하루 미루는 것이 관행이며, 홍보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가지만, 경험이 부족하여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예정보다 한 달이 늦어진 7월부터 시작되었으며, 7월의 첫 시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8월과 9월을 넘기며 참여하는 단체들도 대폭 늘어났다. 작년 11월까지 월 1회씩 5차례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겨울 동안은 쉬었으며(다른 벼룩시장들도 겨울에는 쉰다), 3월부터 다시 개최될 예정이다.
(2) 행사의 진행방식
은평 벼룩시장의 공식적인 이름은 ‘우리 동네에서의 자립과 공존을 위한 하루 벼룩장터’이다. 한 달에 1회, 토요일 오후, 여름엔 오후 3시부터, 봄/가을엔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행사는 5시간 정도 진행하며, 장소는 응암역 3번 출구 근처의 응암역 소공원을 고정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집회신고는 안 하지만 경찰이나 구청의 방해는 아직까진 없었다고 한다.
행사의 주체를 대외적으로 특별히 내세우진 않고 있다. 시장의 이름이 있고, 참여하는 단체들의 이름이 있을 뿐이다. 참여를 원하는 단체와 개인들은 판매 수익의 일부를 비정규기금에 전달하는 것에 동의만 한다면 누구나 벼룩시장에서 물품 판매를 할 수 있다. 수익금을 비정규기금에 전달하는 비율은 각각 주 참여 단체 50%, 보조 참여 단체 20%, 개인은 10%로 정해져 있다. 주 참여 단체들은 벼룩시장의 운영비(주로 홍보에 드는 비용)도 추가로 분담해야 한다.
각 단체들은 기본적으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코너를 담당한다. 즉, 하나의 단체는 하나 이상의 천막을 차지한다. 물품 판매와 교환 뿐 아니라, 각 단체의 특징에 맞는 특화된 활동, 생활진보적인 아이템들을 판매하거나 체험하는 다양한 코너들이 세부 프로그램으로 들어와 있다. 구체적으로는 청구성심병원 노조는 무료로 혈당과 혈압을 체크해주고, 홈플러스 월드컵 지부나 명지대 노조는 각종 음식 판매를, 서비 센터는 노동 상담, 면 생리대 직접 제작해보기를, ‘카르페디엠‘은 장애인들이 만든 수제 쿠키 ‘똘레랑스 쿠키’ 판매를, 지역의 문화카페 ‘마을’은 주먹밥 판매를 하는 등 코너가 매우 다양하다. 은평 당협은 판매 물품을 다량 확보하여 벼룩시장의 기본적인 중심을 잡아주는 한편, 칼 갈기, 우산 수리 코너, 자전거 발전기와 연결된 믹서기 등의 코너를 준비하였다. 이러한 사항은 시사IN 등의 주요 언론을 통해서도 소개가 된 바 있다.
또한 단체별로 이슈에 대한 선전전과, 서명을 받을 수도 있다. 판매를 하면서 서명을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정이 급하다고 간주될 경우엔 홍보와 서명만을 받게 하기도 있다. 다만, 서명이나 선전전이 벼룩시장 본연의 의미보다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평 당협은 참가하려는 단체들과 사전에 조율한다. 일례로, 작년 은평 진알시 측에서 참여를 신청하며 신문배포, 판넬 선전전, 서명 서너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려 하자, 은평 당협 측에서 이를 제지한 일이 있었고, 그래서 진알시는 자신들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 판단하여 그 이후로는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 한다.
이상으로 벼룩시장 당일의 풍경을 간단히 묘사해 봤다. 이상에서 보듯이 은평 당협의 벼룩시장은 참가자들이 물품을 서로 싸게 사고파는 단순한 벼룩시장을 뛰어 넘는다. 은평 벼룩시장은 지역의 노조와 단체들이 서로 네트워킹하는 기회이고, 딱딱한 행사 자리라서 나오기 불편해 하던 단체 구성원들의 자연스러운 참여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며, 주민들과 ‘부드러운’ 형태의 교류를 나누며 자신들을 홍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참여하는 주민들은 단순히 저렴한 구매 기회를 잡은 소비자가 아니라 대안적, 생태적인 소비와 삶의 방식을 직접 체험하고, 진보적인 의제들을 접하기도 하며,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주체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
(3) 관련 업무
벼룩시장의 흥행을 위해선 양질의 물품을 넉넉히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은평 당협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작년 4월 쯤부터 당원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책과 옷 등을 꾸준히 기증받고 있다. 특히 각종 생활잡화를 판매하는 ‘잡부’라는 필명의 은평 당원이 많은 물품(2.5톤 트럭 2대 분량)을 기증해 주신 점은 큰 행운이었다.
물품의 확보도 문제지만, 보관과 운반이 사실 더 큰 문제라 한다. 보관의 경우, 물품의 양이 워낙 많아 서비 센터 상근자이신 양미 씨의 자택, 당협 사무실로도 부족하였는데, 다행히 한 당원이 창고 한 곳을 무상으로 빌려줘서 그 곳에도 많은 짐을 보관 중이라 한다. 무엇보다 행사 당일, 시간에 맞추어 물품들을 보관하던 장소에서 행사장으로 운반하고, 행사가 끝나고 남은 것들을 사무실로 나르는 것이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일이라 한다. 또한 물건을 실을 차량을 구하는 일도 역시 당원들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행사 당일의 물품 운반에만 대략 10명 정도의 당원들의 조력이 필요하다 한다. 그 외에도 행사장에서의 판매 관리, 천막 설치 등에도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들의 경우, 코너당 1, 2명 정도의 인원만 배치하면 주민들의 관심에 성의 있게 대응할 수 없다. 또한 행사장 내에서의 동선 고려, 단체들 간의 공간 배치 등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수입과 비용, 후원기금 지출에 관한 회계 처리는 일단 참여 단체별로 단독으로 이루어 진 후, 재정팀장에게 보고되어 통합되고, 온라인을 통해 그 현황이 공개되고 있다.
홍보는 온라인으로는 지역 시민단체의 홈페이지와 <은평시민신문> 홈페이지 등에 올린 웹자보와 <은평시민신문>의 소개기사 등을 통해 이루어 진다. 오프라인 홍보는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있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간지를 이용하기도 하고, 플래카드와 포스터를 부착하기도 하였고, 스티커와 전단지를 돌리기도 하였다. 전단지는 한번에 3~4,000부 정도를 인쇄하였는데 집집마다 돌리기도 하고, 업소들에 비치하기도 하고, 자전거 앞바구니에 넣기도 하였다. 각 방식의 홍보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은 그 효과를 잘 모르겠다고 답하셨다.
(4) 필요한 자원
가장 필요한 자원은 사람이다. 위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당일에 물건을 올리고 내리는 것에만 10명 정도가 필요하고, 차량을 지원해 주실 사람도 수배해야 하며, 현장에서 각 부스를 담당할 사람도 필요하다. 그리고 회계 처리, 웹자보 제작, 온라인 홍보, 카페 관리, 평상시 업무(물품 수거와 보관, 각종 연락 등등)를 담당할 사람도 필요하다. 이수현 국장은 벼룩시장 사무국을 정식으로 두고 상근자를 1인 정도 둘 수 있다면 월 2회 정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란 언급도 하셨다. 현재 이런 평상시의 사무국 업무엔 서비 센터의 양미씨가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업무에 최소한 10명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예산은 많이 들지 않는다. 비용이 지출되는 부분은 전단지 배포가 전부이며, 초기 투자비용은 행사를 위한 천막구입 비용이 전부였다. 오히려 은평 당협을 비롯한 참가 단체들은 비정규기금과 분담금을 제하고도, 벼룩시장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소액이지만, 수도권 지역 기준으로 지구당 한 달 예산의 10%는 정도는 되니 무시할 액수도 아니다. 세세한 부분은 지역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뜻이 있는 사람들만 모인다면 벼룩시장은 비용걱정 없이 지역에서 충분히 도전할만한 사업형태란 것이다. 물론 이 정도로 사람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종로나 부천 당협에서 와서 구경한 후에 포기했다고 한다.
3. 발상의 과정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은평 당협은 분당 직후 100여명의 당원으로 시작하였고 예산도 넉넉하지 않으며, 상근자 한 명 없고, 2008년 9월에야 정식으로 당협을 출범시킬 수 있었다. 서울의 여느 당협과 비교하면 평균적인 수준이다. 그런 당협이 출범 9개월 만에 이런 사업을 만들어 냈고, 처음보다 계속 규모도 커지며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 발상의 과정을 살펴보자.
(1) 우린 왜 안되지?
서비 센터가 벼룩시장을 처음으로 제안했을 땐, 처음부터 이렇게 구체적인 형태는 아니었다. 친분과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남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지역사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발상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말한 '공통의 경험'이란 최근 있었던 홈플러스 월드컵, 명지대 등의 투쟁에 참여했던 경험을 말한다. 지역의 단체들에게 연대를 요청해도 오지 않고, 사람들에게 그들의 문제인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호소해도 차가운 눈빛만 돌아오는 상황, 그리고 당사자로서 열심히 투쟁하던 사람들도 파업이 마무리되자 다시 예전처럼 일상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며 느낀 답답함에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이수현 위원장은 지역민들과의 일상적 접촉부족과 그로 인한 신뢰부족, 거리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즉, 평소엔 지역대상으로 사업도 하지 않고 접촉면도 만들지 않고 있다가 이슈가 생기고 자신들이 급해지면 그럴 때에만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니 누가 해주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사업 방식들조차도 너무 딱딱하고, 근본적으로 주민들을 대행하는 것이라는 한계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요인들이 모여서 진보적인 단체, 운동에 대한 강성, 경직된 이미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특정 지역에 거점을 만드는 운동이 필요했다.
(2) 그럼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진보신당이 지역에서 새로운 정치 주체로서 인지도가 낮으며, 사업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2008년과 2009년을 거치면서 지역 시민사회의 역량이 급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은평 지역의 단체들끼리 신뢰와 연대의 경험이 부족한 점도 사업 기획시 고려해야 할 대상이었다. 다행히, 은평에는 이수현 위원장의 인화력을 중심으로 뭉쳐 있고, 해보려는 의욕 있는 당원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위의 사항들을 종합한다면 새로운 사업방식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낳아야 했다.
a) 지역주민들이 부담없이 편안하게,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b) 지역 노조, 단체, 정당들이 주민들과 접촉면을 만들고, 친근감과 신뢰를 쌓을 수 있어야 한다.
c) 그럼으로써 당과 노조, 시민단체들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
d) 지역노조,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단체들끼리의 협력과 연대, 신뢰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e) 당협이 가지고 있는 역량 내에서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여러 가지 사업방식을 놓고 고민한 결과 선택된 것이 벼룩시장이었다. 물론, 벼룩시장을 기획한 은평 당협과 서비 센터가 이렇게 논리적인 절차에 따라 구상을 했다는 말은 아니다. 이 정리는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것이다. 처음부터 구체적이고 매끄러운 기획을 가지고 나오는 사업은 있을 수 없다.
이 지점에서 발문의 문제가 부각된다. 벼룩시장이라는 구상을 낳게 한 최초의 발문은 “지금의 정세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린 왜 안되는가?”였다. 그리고 벼룩시장의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한 것은 “어떤 이들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가?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것들 중에서 생활진보, 지역 공동체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적합한 것은 무엇인가?”였다.
4. 평가
(1) 성과와 시사점
벼룩시장은 전혀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새로운 지역운동의 방식이라면 그 동안 시민사회 영역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해왔다. 생협, 지역화폐 운동, 마을 도서관 등도 있고, 돌봄 노동과 교육을 공동체가 분담하는 실험도 있었다. 이제는 정착된 형태들도 상당하다.
그러나 은평의 사례는 시민사회 영역의 지역운동 방식을 정당이 효과적으로 차용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오히려 다른 벼룩시장과 비교해 봐도 규모는 작지만, 프로그램의 다양함에선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벼룩시장의 수준을 넘어서 진보적 마을장터라 불러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주민들이 호응한 이유는 간단하다. 유용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비 방식을 넘어서 주체로 거듭나게 하는 생활에 밀착된 진보적인 경험들은 유용하고 재미있다. 새로운 진보에 대한 수요와 그것에 대한 욕구가 평소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진보적 단체에 대한 거리감’을 능가할 정도란 것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주민 지역 단체들의 참여가 늘자, 단체들의 참여가 자연히 늘어났고, 그러면서 벼룩시장은 더욱 풍요롭고 재미있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여러 단체들이 연대하도록 설득할 수 없었다면 벼룩시장은 지금처럼 성황리에 진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지역단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에는 그들의 상황, 즉,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통로가 없는 상황을 포착한 것이 주요했다. 이런 면에서 벼룩시장은 그들이 참여할 유인이 충분했고, 이렇게 벼룩시장을 통해 은평 지역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은평 당협이 그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한다.
또한 당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당원들을 조직화하는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 위에서 기술했듯, 직접적으로 일하는 당원들과 벼룩시장에 오는 당원들을 합하면 보통 벼룩시장을 하는 날 하루에 25~30명 정도의 당원들을 접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평소에 물품을 기증받는 과정도 당원들의 부담없는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지역거점을 구축하기 위해선 물리적으로 고정된 공간을 차지할 필요는 반드시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은평의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즉, 지역거점은 지역민들의 마음 속을 점유해야 한다. 물론 여건이 된다면 마포의 민중의 집과 같은 모델을 따를 수도 있겠지만, 대도시 지역에서 그 정도의 공간을 임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비용 면에서 만만치가 않다. 그리고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라면 접근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2) 한계
무엇보다 투입되는 노력에 비해 효과가 낮다. 은평당협은 벼룩시장의 주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외부에 노출될 때는 주최하는 여러 단체 중의 하나로 노출될 뿐이다. 즉, ‘이런 이런 단체가 이걸 한다’라는 식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걸 하는데 거기에 이런이런 곳들이 있고 그 중에 진보신당도 있더라’라는 식이다. 지역의 언론에 보도될 때, 은평 당협의 이름이 빠지고 보도된 사례도 있다.
이렇듯 간접적인, ‘끼워팔기’ 방식으로 당협이 홍보되다 보니 당원 배가 등,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실행 프로세스 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업 형태 자체의 태생적 한계이다. 선거에서의 당선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정당의 운동방식으로서도 적합한가, 좋은 일이지만 다른 단체들 좋은 일만 해주는 것만 아니냐 라는 의문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이수현 위원장은 이런 지적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장기적인 비전을 강조한다. 길게 보고 갈 것이니, 지금까지 들인 노력에 비해 저조할 이번 선거의 득표율은 감수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어디서든 나오는 문제이지만, 잘되는 사업은 잘되니까 또 문제가 된다. 즉, 처음 생각보다 잘 되니까 일은 많아지는데 그걸 전담할 사람은 없고 그러다 보니 사업 자체가 감당이 안되는 것이다. 이수현 위원장도 이런 부분에서 상근을 하고 싶어하나 역시 생계 해결이 문제이다. 즉, 선거 이후에도 상근자를 둘 수 있는 재정 마련이 과제이다.
4. 맺는 말
은평 당협의 운동은 즐거움과 참여, 참신함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자세히 소개한 벼룩시장 사업 외에도 방학 때의 생태학교, 자전거 캠페인 등, 짧은 기간 동안 지역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럼으로서 벼룩시장과 같이 좋은 아이템만 있다면 주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당원 200명 정도의 당협이 월마다 하는 행사마다 평균적으로 30명 정도의 당원을 나오게 하고, 지역 단체들을 엮어낸 것도 대단한 성과이다.
은평 당협의 벼룩시장은 새로운 형태이다. 생각할 거리가 많다. 칭찬할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한계로 지적받아야 부분도 보인다. 아직 어떤 단정된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든, 지역의 시민사회든 새로운 진보를 바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 구체적인 실현 형태는 지역의 상황과 각 당협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구상 과정에서 발문의 힘을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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