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중심인 6월이 막바지다. 일찍 찾아온 찌는듯한 무더위가 장마권에 접어들 무렵, 담양군 자연 생태공원인 가마골을 찾았다.
푸른 공기와 풀벌레 소리 짙은 흙냄새, 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가 그리워서.
가마골 가는 길은 왼쪽으로 산을 끼고 오른쪽으로 그림 같이 아름다운 담양호의 풍경과 맞 닿는다. 연이어 이어지는 환상의 드라이브 길을 달리다가 용치 삼거리에서 순창 방면으로 우회전해 3km 정도 쯤에 '영산강 시원지 가마골' 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담양군 용면 용연리 소재 용추산(해발 523m)을 중심으로 사방 4km 주변에 깊은 계곡과 폭포, 기암괴석이 수려한 경관을 뽐내 사시사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다. 이 일대 계곡에 그릇을 굽는 가마터가 많다고 해서 '가마곡'이라 불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가마골'로 변했다 한다.
1898년 용추사 주변에서 임도공사를 하다 조선 중기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가마터가 발견됐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서기 523년에 혜총, 혜증 두 스님이 창건했다는 용추사가 있다. 절 인근에서 발견된 가마터는 길이 10m, 높이 1.5m로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인근에도 유사한 형태의 가마터로 추정되는 2~3개의 동굴이 추가로 발견돼 당시의 집단 가마터에서 유래한 지명이 사실이었음이 증명됐다.
한국전쟁 때에는 5년여간 빨치산 사령부가 있었다. 국군과의 치열한 격전을 벌여 1천여 명의 사상자를 낸 동족상잔의 최대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영산강의 시원인 용소를 바라보는 위치에 시원정자와 출렁다리가 있다. 이곳에서 조망해보는 용소의 모습은 장관이다. 억겁의 세월을 통해 닳고 닳은 암벽을 타고 비류직하하는 폭포수가 온 계곡을 호령하듯 장쾌하다.
용추봉에서 발원해 담양호에 유입된 용소의 물은 광주와 나주, 영암 등지를 지나 영산강 하구 둑을 통해 목포 앞바다로 흘러든다. 물길이만 115.8㎞, 유역면적이 2천798㎢ 으로 전남 총면적의 23%다.
영산강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고려시대부터 조창이 설치돼 물자수송의 중심지역할을 했던 나주 영산포(예전에 금천·금강·금강진 이라고 하였음)에 신안군 영산도(永山島) 사람들이 왜구를 피해 나주 근처에 개척한 포구인 영산포의 이름을 따서 부르게 됐다.
'신중 동국여지승람 담양도호부'편에는 용소에 얽힌 전설이 기록돼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등산로로 접어들면 소나무림과, 식생 관찰 지 및 야생화 단지 내에 배롱나무, 산딸나무, 산수유, 대나무, 차나무종과 원추리, 비비추, 맥문동 앵초 등 야생화 30여종을 볼 수 있다. 잔디밭, 연못, 산책로, 쉼터도 있어 지루하지 않다. 짧게는 30분에서부터 장장 4시간에 이르는 코스의 산행도 있다.
가마골 최고봉인 치재산에 올라 신선대에서 조망하면 코끼리 등 같은 널찍한 연봉들이 순창과 정읍까지 이어지며 골 아래에 가마 골 전경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늘 가까운 높은 언덕에 형성된 큰 마을이라는 용면 용치리 천지마을에서 구불구불 천치 재를 넘어가면 순창과 정읍 가는 길이다. 문의-가마 골 공원 관리사무소 (061) 383-2180
/주변 볼거리/
추월산(731m)과 보리암
담양읍에서 29번 지방 국도를 따라 용면에 이르면 저만큼 추월산의 사자봉과 검푸른 벼랑이 치솟아 있다. 웅장하고 드높다. 조선 중기 시단의 거목인 석천 임억령(1496-1568)은 추월산 푸른 절벽의 절묘한 풍광을 '추월취벽(秋月翠壁)'이라는 시구로 표현해냈다.
교교연초출(皎皎蓮初出·빛나고 맑은 모양 연꽃이 막 피어나는 듯)
창창묵미건(蒼蒼墨未乾·푸르고 흰 빛깔 먹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듯)
청광사원증(淸光思遠贈·맑은 달빛 멀리 보내주기 바라나니)
비조도응난(飛鳥度應難·나는 새도 너머 날기 어려운 절벽이여).
추월산 터널을 지나면 월계리 국민 관광단지가 나오는데 이곳이 산행기점이 된다. 정상 가까이 다다르면 깎아지른 암벽에 보리암이 있다. 정상부를 향해 오르는 길 아래서 올려다보면 벼랑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 것처럼 보인다.
고행 길 마다않고 마음에 담고 담아온 속인들의 기도들이 메아리로 온 산까지 녹아든 기도처다. 이 암자는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선리불불의(禪理不佛義)를 통달하기 위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의 목적으로 명산을 순회하다 이곳에 이르러 적처로 보고 세웠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얘기로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나무로 만든 매 세 마리를 날려 보내어 앉은 자리에 사찰을 지었다고 하는데 그 세 곳이 장성 백양사와 순천 송광사, 그리고 담양의 보리암 이라는 전설이다.
/약 다식 체험관/
가마골 가는 도중 용면 두장리 입구에서 내려 도보로 10여분 걸으면 이층 집 약 다식 체험관이 보인다. 꽃, 씨, 뿌리, 잎, 열매를 이용하여 80여 가지의 천연 다식과 천연식품을 만들고 있으며 체험관 2층에는 300여 가지의 절임과 약술, 효소와 이름도 생소한 식물, 씨앗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일러 자연의 보물 창고다. 체험관을 이용하면 40여년 이상 천연식품을 연구해 온 이순자 관장에게 다식 만드는 법을 비롯해 식초, 장아찌, 효소, 김치 등 우리의 전통음식과 자연의 맛과 향을 음식에 적용하는 기법을 배울 수 있다.
/먹을거리 - 장미 가든/
가마골 가는 큰 길목의 장미가든. 25년 요리 경력을 가진 집 주인의 순수한 손맛에서 표정까지 순순함과 소탈함으로 묻어 나온다. 국물 없이 접시에 나오는 메기 찜을 먹고 다시 국물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전골식 메기 찜이 일품이다. 대나무 잎과 추월산에서 나오는 칡 등 11가지 산 약제를 사용해서 비린내와 흙냄새를 없앤 다음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내 놓은 맛이라 식객들 미각을 흥분시킨다. 메기 찜 속의 부드럽고 쫄깃한 무시래기는 영양가가 듬뿍 담겨있다. 가을 김장 무의 싱싱한 이파리를 삶아 껍질을 벗겨내고 말려 사용하는 주요 재료로 맛이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