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독한 냄새와 매화나무
들판은 시간이 지날수록 냄새가 지독했다.
쇠똥구리와 들쥐 또리가 들판에 동화 박물관을 지은 탓이다. 많은 곤충들과 동물들은 지독한 냄새 때문에 들판에서 살 수가 없었다.
박물관이 완성되어 갈수록 주변의 동물들은 불만이 가득했다. 어떤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쇠똥구리와 들쥐 또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박물관이 완성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 신기한 듯 지켜봤다.
쇠똥구리와 들쥐 또리가 지은 동화 박물관은 동물들의 똥을 모아서 지었지만 훌륭했다. 그래서 지독한 냄새를 참으면서 많은 동식물들은 지켜봤다.
똥에서 냄새나는 것 때문에 들판에 사는 친구들은 불만이 많았다. 들쥐 또리는 어떤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땀 흘려 지은 이 박물관을 들판의 동물들이 없애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쇠똥구리야. 좋은 생각이 없을까?”
“조금 기다려봐.”
“좋은 수가 있구나?”
쇠똥구리는 들쥐 또리 말은 들은 척도 않고 박물관 창문 손질만 했다. 박물관 안으로 빛이 잘 들어와야 한다며 창문틀 하나하나 각도와 평형을 맞춰가는 작업을 했다.
쇠똥구리는 자연 빛을 가지고 박물관에 걸린 그림과 조각품을 비추고 싶었다. 공사가 마무리되자 박물관 안으로 많은 빛들이 들어와 환하게 비췄다.
들쥐 또리도 쇠똥구리가 하는 방법대로 피라미드에 달린 창문을 하나하나 고쳤다. 그리고 빛이 안으로 잘 들어오도록 했다.
“안으로 빛이 많이 들어오면 벽이 단단해져서 깨지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까 똥이 적당한 수분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
“어떻게 할 건데?”
“기다려봐.”
들쥐 또리는 쇠똥구리가 하는 일을 지켜보면서 신기한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쇠똥구리가 없었다면 들쥐 또리도 피라미드 박물관을 짓지 못했을 것이다.
“들판에 사는 친구들 불만이 가득해서 걱정이야.”
“겁을 주는 친구들이 한 둘인가!”
쇠똥구리는 일하던 것을 멈추고 들판에 누웠다. 그리고 오랜만에 하늘을 쳐다봤다.
“곧 열매가 열릴 거야.”
옆에 누운 들쥐 또리를 쳐다보면서 쇠똥구리가 말했다.
“무슨 열매?”
“매실.”
..
밤마다 쇠똥구리는 매화나무를 들판에 심었다. 시간이 지나자 매화나무는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물이 흐르는 개울가 주변에 심은 매화나무는 제법 나무 같았다.
매화나무가 자라면서 들판에 더 많은 동물들이 찾아왔다. 어린 새끼 곰은 수십 그루의 매화나무를 뿌리 채 뽑아 먹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쇠똥구리는 속상했지만 자연의 순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들판의 동식물들은 어디서 매화나무 씨앗이 날아와서 자라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했다. 수십 만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는데도 큰 관심이 없었다. 조금 더 많은 그늘이 생기고 놀이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어린 잡초들은 햇빛을 가릴까봐 걱정도 했다. 하지만 어린 매화나무를 괴롭히거나 뽑아버리지는 않았다.
쇠똥구리는 더 많은 똥을 모아야 했다. 어린 매화나무에 거름을 주기 위해서 모으고 모았다.
박물관이 완성되었는데도 똥을 모으는 쇠똥구리를 들쥐 또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똥이 필요 없잖아?”
“더 많은 똥이 필요해.”
“왜?”
쇠똥구리는 들쥐 또리에게는 매화나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랬구나! 분명히 냄새를 없앨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믿었어.”
“그래.”
쇠똥구리는 더 많은 똥을 모았다. 들판에 있는 똥, 숲 속 깊은 곳에 있는 똥도 열심히 모았다. 혼자 가져올 수 없는 것들은 들쥐 또리의 도움을 받았다.
“인간들이 농사를 다시 짓게 된다면 이 똥을 사용하게 될 거야.”
쇠똥구리는 들쥐 또리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더러운 똥이지만 인간들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에너지 자원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증가는 언젠가 식량부족의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모든 국가의 가장 큰 문제는 식량난을 해결하는 것이다. 자급자족이 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는 국가는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열악한 환경에서 곡식들이 잘 자라기는 어렵다. 물이 부족하고 땅이 황폐화되는 곳일수록 식물은 말라죽을 것이다. 그래서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비옥한 땅이 필요하다.
쇠똥구리와 들쥐 또리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들판의 똥을 모은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미래에 살아갈 인간을 위해서 이렇게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
언제부턴가 매실이 열리기 시작했다. 땅에 떨어진 매실은 발효를 하면서 은은한 향기를 들판에 선물했다.
몇 년 동안이나 매실이 떨어져 땅속에서 발효되면서 비옥한 옥토를 만들었다.
바람이 불면 매실은 개울가에 떨어져 흐르는 물과 함께 하류로 흘러갔다. 떠내려 온 매실은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돌다리에 걸려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더 많은 매실이 돌다리 주변을 맴돌았다.
“이것들은 어디서 온 걸까?”
안개 나라 끝자락에 사는 할머니는 개울가에 빨래를 하러 왔다가 돌다리에 걸린 매실을 보면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가져갔다.
“파랑새가 날아오더니.”
며칠 전에 하늘을 나는 파랑새를 보고 좋은 일이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던 할머니는 개울가에서 매실을 하나하나 건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가끔 돌다리를 넘어가는 매실도 하나 둘 있었다. 그래도 많은 매실들은 돌다리 주변에서 둥둥 떠다니면서 뜨거운 햇살을 맞이했다. 그러다 지치면 물속에 가라앉아 발효를 시작했다.
지난밤에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나뭇가지에 붙어있을 힘이 없었는지 대부분 어린 매실들이 떨어졌다. 제법 몸집이 큰 매실도 하나씩 있었다.
다리를 건너는 마을 사람들은 물 위에 둥둥 떠내려가는 매실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집집마다 매화나무가 한 그루씩 있기도 했지만 아직 탐스럽지 않은 작은 매실이 눈에 쏙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기슭에 사는 할머니는 개울가에 빨래를 하러 왔다가 매실을 보면 하나하나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가져갔다.
할머니가 다음 날. 또 개울가에 오면 돌다리에 매실이 제법 많이 물속에 담겨 있었다.
“산신령이 갖다 놓고 갔을까?”
할머니는 나물을 뜯기 위해서 주변 산을 돌아다녔어도 매화나무를 본 적이 없었다.
“매화나무가 없는 데 어떻게 이 돌다리에는 매실이 있을까?”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물속에 보이는 매실을 건져 집으로 가져가 맛있는 매실장아찌를 만들었다.
“저것들도 맛을 알까?”
할머니는 빨래를 하다 매실 열매 위에 앉아서 노는 잠자리를 향해 말했다. 개울에 사는 물고기들도 떠내려 온 매실을 보고 입을 뻐끔 거리면서 먹었다 다시 뱉기도 했다. 잠자리와 모기들이 가끔 둥둥 떠 있는 매실 위에 앉았다가 날아가기도 했다. 수십 마리의 파리 떼가 몰려왔다가 안기도 하고 다시 날아갔다.
막 떨어진 매실은 독성이 있어서인지 동물들도 먹으려 덤비지 않았다. 잠시 앉았다 쉬어 갈 뿐 누구도 물 위에 떠 있는 매실을 먹거나 가져가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으면 누군가 개울 시작점에서 매실을 물에 떨어뜨리고 있는 것 같았다.
들판을 도는 개울가 주변이 은빛과 초록으로 가득했다. 매실을 향해 비추던 햇살이 굴절되어 물 위로 떨어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매실을 하나 움켜잡고 들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른 열매로 옮겨 다시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역시 꼼짝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을 먹은 매실 열매가 무거워지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물에 빠진 매실도 잠자리가 물속에서 건져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매실과 사투를 벌이던 고추잠자리는 멀리 날아갔다.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간 개울가에는 돌다리 너머로 떨어지는 물소리만 가득했다. 작은 바람도 불지 않아서 물도 정지된 듯 보였다.
..
쇠똥구리와 들쥐 또리가 심은 매화나무는 개울가에서 무럭무럭 자라서 많은 매실을 선물해 주었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개울에 떨어진 매실은 발효를 열심히 해서 안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들판의 동화박물관을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안개 자욱한 울타리를 만들어 갔다.
“이제 사람들이 볼 수 없겠지?”
들쥐 또리는 안개가 자욱한 것을 보고 쇠똥구리에게 말했다.
“아마 그럴 거야. 하지만 좀 더 매화나무를 심어야겠어. 사람들이 도저히 찾을 수 없도록 하려면.”
아랫마을에서 살던 친구들이 들려준 말을 기억했다. 쇠똥구리는 아직도 걱정되었다. 언젠가 이 들판에도 포크레인이 들어와 들판을 밀어버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똥을 모아야겠다. 매화나무를 더 많이 심으려면.”
들쥐 또리는 쇠똥구리가 무엇을 걱정하는 지 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똥을 모았다. 주변 들판에 똥이 없어서 멀리까지 가서 똥을 가져올 때도 있었다.
“산 속 어딘가에 매화나무가 있을까?”
아랫마을 사람들은 개울가에 매실 열매가 떠내려 오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개울가에서 주어온 매실로 장아찌를 담근 거야?”
마을회관에 모인 할머니들도 개울가에 떠내려 온 매실 열매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개울가를 따라 올라가 봅시다.”
산삼을 캐러 다니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좋아요. 매화나무를 찾아봅시다.”
이 사실을 쇠똥구리와 들쥐 또리가 알면 걱정을 할 텐데 큰일이다.
안개 나라의 비밀은 하나하나 세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언젠가 이곳도 사람들이 찾아낼 것이다. 쇠똥구리와 들쥐 또리가 만들어 논 동화박물관도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