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달걀 피부 마야를 만나다.
어린이 날, 엄마를 따라서 승아는 63빌딩에 갔다. 닭 강정 귀신도 승아의 코트 주머니 속에 있다.
승아가 말을 걸어와도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닭 강정 귀신은 잠을 잔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면 구수한 냄새 때문에 다시 잠에서 깬다.
승아와 엄마는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점심도 먹고 옷도 사주기 위해서 63빌딩에 왔다. 아빠와 언니는 영화 보러 갔다.
“엄마, 나 화장실 갔다 올게.”
“알았어.”
승아는 닭 강정 귀신이 잘 있는 지 궁금했다. 또 밖에서도 말하는 지도 궁금하고
“화장실이야.”
“응.”
“오는 동안 뭐 했어?”
“잤어.”
“이제 엄마랑 점심 먹으러 갈 거야.”
“맛나게 먹어.”
“점심 안 먹어도 돼?”
“화장실 향기가 점심이야.”
“그래?”
“응. 구수한 향기만 맡으면 난 배불러.”
“그렇구나.”
“이제 나간다.”
“응. 안녕.”
승아는 닭 강정 귀신과 인사를 하고 화장실을 나왔다.
지하 일식집에 가서 초밥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승아, 오늘 기분 좋은가 보다?”
“네.”
승아는 엄마에게 닭 강정 귀신과 친구라는 것을 비밀로 하고 있다. 그래서 엄마는 모른다.
밥을 먹으면서 자꾸만 주머니 속 닭 강정 귀신이 걱정되었다.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어서 무엇인가 만지작거리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신기하네. 귀신은 손으로 만질 수 없나?”
아무튼 맛있게 초밥을 다 먹은 승아는 다시 화장실에 간다.
“엄마, 화장실 갔다 올게요.”
“배 아프니?”
“아니요.”
“제가 요즘 좀 수상하네.”
승아는 화장실로 뛰었다. 빈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꼭꼭 문을 걸어 잠갔다.
“화장실이야.”
“밥, 맛있게 먹었어?”
“응.”
“뭐, 먹었는데?”
“초밥. 그리고 닭 강정 하나.”
“닭 강정도 나와?”
“아니, 집에서 싸 왔지.”
“그래?”
“그럼. 히히!”
승아와 닭 강정 귀신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승아 옆 화장실에는 마야라는 어린이가 볼 일을 보고 있었다. 별명이 달걀피부다. 마야는 인천에서 엄마 아빠랑 63빌딩 구경을 왔다.
“달걀, 배고프지 않아?”
“응.”
마야와 달걀 귀신이 이야기 하는 소리를 닭 강정 귀신이 들었다. 달걀과 닭 강정 귀신은 서로 말이 통한다.
“달걀, 안녕.”
닭 강정 귀신이 달걀 귀신에게 인사를 했다.
“누구?”
“닭 강정 귀신이야.”
“안녕. 여기는 어떻게?”
“응. 승아라는 착한 아이와 함께 왔어.”
“그래. 나도 마야라는 착한 아이랑 함께 왔어.”
“반갑다. 달걀.”
“반가워 나도.”
달걀 귀신과 닭 강정 귀신은 이렇게 63빌딩 화장실에서 처음 만났다.
“승아야, 바로 옆 화장실에 달걀 귀신이랑 같이 온 아이가 있어. 만나 볼래?”
“달걀 귀신도 있어?”
“응.”
“만나보고 싶어.”
“알았어.”
“달걀, 마야에게 승아가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 해 줄래?”
“잠깐만.”
“마야, 승아라는 아이가 만나고 싶어 하는 데. 어떡할래?”
“날?”
“응. 닭 강정 귀신이랑 함께 있는 친구야.”
“닭 강정 귀신도 있어?”
“응. 생닭 귀신도 있고, 키친 귀신도 있어.”
“그렇구나. 좋아. 만나지 뭐.”
“닭 강정, 마야가 만나고 싶데?”
“알았어.”
승아와 마야는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와서 만났다.
“안녕. 승아야.”
“안녕. 마야라고 해.”
“반갑다.”
승아와 마야는 화장실로 들어오는 문을 잠그고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거울에 비추는 달걀 귀신과 닭 강정 귀신을 봤다.
달걀 귀신은 몸집은 달걀처럼 생겼다. 긴 팔이 있다. 그리고 다리는 짧다.
“안녕.”
승아와 마야가 인사하자 귀신들도 인사를 했다.
“너도 착한 아이구나?”
“너도?”
마야는 달걀을 너무 많이 먹는다.
닭고기를 먹으면 토하고 배가 아프단다. 그런데 달걀은 많이 먹어도 걱정이 없다고 한다.
세수도 달걀로 한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일주일에 달걀을 한 박스씩 산다. 마야가 하루에 먹는 달걀이 5개 정도다. 아침에 2개. 저녁에 3개. 또 세수할 때 5개를 사용한다.
그래서 마야 피부는 하얗다. 달걀흰자처럼 아주 하얗다. 그래서 별명이 달걀 피부다. 피부가 너무 하얗고 부드러워서 피부 광고도 찍었다.
승아와 마야는 착한 아이들에게만 보인다는 닭 강정 귀신과 달걀 귀신 때문에 친구가 되었다.
63빌딩에서 헤어질 때는 전화번호도 주고받고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