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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
신앙체험소설
나의 개벽이야기(3)
이윤영_동학혁명연구소장
4. 수련을 체계적으로 배우다
전주에서 부안까지 한 달 평균 2~3회씩
호암수도원에 해운 도인을 찾아뵙고 동학, 천도교 수도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칠일 간 수도원에서 독공수련을 시작으로, 직장을 오래 쉴 수 없는 관계로 주로 자택에서 수련을 하였다. 삼칠일, 사십구일, 백오일 특별수련을 계속 순차적으로 이어가면서 수행해갔으며, 천일기도(3년 독공)까지 해낸 적이 있었다.
물론 특별기도 시작과 마무리의 며칠은 수도원에서 하였으며, 하계, 동계 수련은 거의 빠지지 않고 수도원에서 해운 스승에게 직접 수련을 지도 받았다.
동학, 천도교의 수도법은 주로 주문(呪文)수행이다. 주문은 21자로서 강령주문 여덟 자와 본 주문 십삼 자로 되어있다.
호암수도원에서는, 강령주문(至氣今至願爲大 降 지기금지원위대 강) 여덟 자는 주로 새벽에 1~2시간 정도 구송 즉 입으로 외운다. 강령주문은 기운공부라 하여 단전에 기운을 모아 온 몸에 기운이 충만하게 하는 기화수련이다.
본 주문(侍 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시 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 십 삼자는 새벽수련 외 거의 하루 종일 묵송이라 하여 소리 내지 않고 생각 즉 마음으로 외운다. 본 주문은 마음공부라 하여 자신의 마음을 한울님의 마음으로 회복시키는 천성 즉 성품자리를 닦는 것으로, 수자가 독실하게 공부하여 성인(聖人)이 되는 수도법이다.
수자가 성인이 되게 하는 십 삼자 시천주(侍天主)주문의 수도법은 결국 사람이 한울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의 진리를 확연히 깨닫게 한다. 그리하여 사람섬기기를 한울과 같이 하는 사인여천(事人如天)과 자연만물까지를 한울로써 섬기는 경지를 말하는 물물천사사천(物物天事事天)의 도덕문명세계를 실천하는 인류역사의 전혀 새로운 후천개벽세상을 말한다. 그리하여 한울을, 사람을, 물건을 공경하는 삼경사상은 곧 개벽사상으로 만물이 동포요 만인이 동포인 한울세상을 지향한다.
호암수도원에서는 수련의 경지를 아는 방법으로, 사람이 한울님으로 보이면 견성을 하였고, 만물이 한울님으로 보이면 성도를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여기서 한 차원 높여 사람과 만물을 무위이화(無爲而化)의 도법으로 한울님과 같이 섬기고 공경하는 실천자가 곧 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문수행은 2~3시간 정도의 시간을 정해놓고 5~10분간 휴식과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온종일 수도에 임한다. 여기서 해운 도인의 수도법을 소개해보도록 한다. 해운 선생의 ‘염천송주 수련법’에 대한 구술을 문영미 동덕이 기록하여, 선생의 막내아들 박동제 동덕이 보관하였고, 이를 다시 박돈서 도인이 정리한 것을, 여기에 옮긴다.
염천송주(念天誦呪) 수련법(修煉法)
「우리 천도교의 목적(目的)인 보국안민(輔國安民) 포덕천하(布德天下) 광제창생(廣濟蒼生)하여 지상천국(地上天國)을 건설하려면 자아완성(自我完成)이 되어야 한다. 자아완성(自我完成)을 하려면 이신환성(以身換性)을 하여야 한다.
이신환성(以身換性)을 하려면 우리 주문(呪文)을 지성일념(至誠一念)하여야 한다.
주문을 지성일념(至誠一念)하는 데는 일왈(一曰) 자세(姿勢)이다. 자세(姿勢)는 장족(藏足)을 하고 정체(正體)정기(正氣)정심(正心)을 하여야 한다. 13자 주문(呪文)을 묵념(黙念)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부동(不動)자세로 1,2,3,4,5시간을 경과(經過)하여야 한다. 이것을 경과(經過)하려면 그 고통(苦痛)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혈신(血身)이 다 죽을 지경(地境)에 지(至)한다. 그러나 이것을 인내(忍耐)하고 일념(一念)이 극도(極度)에 지(至)하면 자신(自身)에서 기발(氣發_몸의 떨림, 기발은 강령이 아님)이 되면서 외기(外氣) 즉 지기(至氣)를 접(接)하면 냉기(冷氣)가 생(生)한다. 그리하면 혈신(血身)의 고통은 없어진다. 전신(全身)에서 냉기(冷氣)가 돌며 상쾌한 기분을 말로는 다할 수 없다.
이것을 경과(經過)하면 혈신(血身)의 고통은 없어진다. 각자 기질(氣質)에 따라 현상(現像)은 다르다. 이로부터 주송(呪誦)을 한다. 평상시에 상상(想像)치 않던 별별(別別) 잡념(雜念)과 번뇌망상(煩惱妄想)이 일어나며 혹은 현상(現像)도 보이고 혹은 귀에 말도 들리고 혹은 명체(明體)도 현출(現出)한다.
이것을 불고(不顧)하고 염천송주(念天誦呪)가 극도(極度)에 지(至)하면 자심(自心)에 변화가 오며 이타심(利他心)으로 변(變)하며 심송(心誦)으로 변화(變化)한다.
심송(心誦)이 되면 구송(口誦)보다는 좀 수월(秀越)하나 역시 잡념(雜念)도 나오고 혹은 명체(明體) 혹은 허명(虛明) 혹은 청정계(淸淨界) 혹은 무아지경(無我之境)이 되기도 한다. 혹은 강화(降話)도 유(有)하나 혹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한다. 그러다가 상상치 못한 잡념(雜念) 번뇌망상(煩惱妄想)이 이어 나서 주송(呪誦)도 못할 지경(地境)이 되며, 나태지심(懶怠之心)이 생(生)하여 공부(工夫)를 못할 지경(地境)에 지(至)하나 재사심정(再思心定)하고 일념(一念)이 극도(極度)에 지(至)하면 자심(自心)내(內) 접기(接氣) 즉 지기(至氣)에 접(接)한다. 그러면 자심(自心)에 변화가 온다. 그것이 접기(接氣)이며, 공화심(共和心)으로 변화한다. 경외지심(敬畏之心)도 생(生)한다. 외계(外界)에 가 떨어지기도 하고 안 떨어지기도 한다.
염천송주(念天誦呪)가 극도에 지(至)하면 직관(直觀)되는 일도 있고, 상당히 알음알이도 있어서 도통(道通)한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 착심(着心)을 하지 말고 일념(一念)이 극도(極度)에 지(至)하면 다시 자심(自心)의 변화가 오며 영송(靈誦)으로 변한다. 일대(一大) 대광명(大光明)이 일어나며 아심(我心)이 우주심(宇宙心)으로 우주심(宇宙心)이 아심(我心)으로 화한다. 이것이 강령(降靈)이다.
주송(呪誦)을 하면 주문(呪文)이 우주에 충만(充滿)하며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주문(呪文) 속에서 생성(生成)하고 있다. 그러면 자기(自己) 수도(修道)할 진로(進路)가 명시(明示)된다. 정신개벽(精神開闢)만 되는 게 아니라 육신(肉身)까지도 개벽이 되어 육신에 속한 세포(細胞)까지도 새로 조직이 되어 포태갱정(胞胎更定)이 된다. 병(病)은 아무 난치병(難治病)이라도 물약자효(勿藥自效)가 된다. 한울님이 대신사님에게 말씀하신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이 여기이다.
수자(修者) 이로부터 수이연지(修而煉之) 마이탁지(磨而琢之)하면 자유심(自由心)이 생(生)하며, 해탈(解脫)이 되고 무량광대(無量光大) 청정계(淸淨界)로 융화(融和)된다. 이것이 견성(見性)이고 이신환성(以身換性)이다.
대신사님 ‘시각유대도(始覺有大道_비로소 대도가 있음을 까달았다)’라 하시고, 해월신사님은 ‘심즉천(心卽天_마음이 곧 하늘) 천즉심(天卽心_하늘이 곧 마음)’이라 하시고, 의암성사님은 ‘월은창파해국랑(月隱蒼波海國朗_달이 만경창파에 떨어져 숨은 것 같고)’이라 하시었다.
이후부터는 심화기화(心和氣和)가 공부일 것이다. 각심(覺心)이 되고 극락심(極樂心)으로 화(化)한다. 법체(法體)를 응성(凝成_물이 얼음으로 응결되듯이)하는 게 공부(工夫)이다. 천체공도공법(天體公道公法)에 자화(自化)하게 된다. 법력(法力)을 용(用)한다.」
해운 스승에게 수도법을 공부한 지 수년이 흘렀다. 초발심이라고 할까, 세상만사 모두 수련 뒤로 생각하고 일생의 최우선은 수련이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하는 사계절이 연속 반복되다 보니까 심신의 변화도 일어났다. 약간의 초능력도 생기고 신비의 종교체험과 무아지경은 물론 나와 우주가 일체되는 경지도 나타났다. 그 수련의 체험은 나를 완전한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마음이 온전히 한울과 하나 되면서 심신의 변화에 의한 지상신선이라는 생각이 굳어갔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고 듣는 귀도 달라졌고 특히 마음의 변화는 측량치 못하였다.
나의 변화 중에 첫 번째는 우주의 본체이자 생명의 근원인 지기(至氣) 즉 이기(理氣)의 모습이 눈으로 확연히 보이는 현상이었다. 천지에 가득 차서 수도 없이 많은 이기들이 궁궁을을의 뚜렷한 모습부터 약 다섯 가지 모양으로 투명하게 보였다. 더욱 정확하게 관찰하면 반복적으로 번쩍이며 나타났다가 꼬리를 감추며 사라지면서 다시 나타나는 이기의 모습은 수도 없이 천지에 가득하였다.
또 다른 변화의 모습은 개구리(올챙이) 알 모양을 중심으로 흘러내리다가 움직임이 없이 정지한듯하나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막힘없이 통과하였다. 또한 가득 차고 넘실대면서 활활발발하고 변화무쌍한 모습은 신기(神氣)자체였다. 처음에는 헛것이 보이나 하고 의심도 하고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해운 스승께 여쭤보고 지기(至氣)의 약동하는 모습과 동정의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 후 안심하였다.
두 번째 신비체험은 처음 가보는 곳이 마치 여러 번 가본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이다. 이 현상의 대표적 체험은 천도교 성지 봉황각에서 있었다. 그때 천도교 종학원 통신반 1기에 재학하면서(훗날 천도교종학대학원 1기 수학) 봉황각에서 며칠간 머물며 수련할 때이다.
처음 와본 곳인데 분명히 기억이 나는 신비현상이었다. 봉황각 정문이 현재 문이 아니고 의암 손병희 성사 묘소 밑 부분이라는 것도 당시 한태원 원감에게 여쭤본 결과 확인했으며, 생생하게 기억도 났다.
이 또한 의심과 두려움이 다가 왔으나 곧 풀리게 되었다. 봉황각에서 겪은 체험은 진암 김영묵 도인을 만나 질의하여 이해되었다.
“수도를 지극히 하다보면 심안(心眼_마음의 눈) 즉 영안(靈眼_신령한 눈)이 열린다네. 바로 사람의 눈이 아니라 한울님의 눈이 열리면 세상에 안 가본 곳이 어디 있겠는가, 의암성사의 성령출세설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하네? 또한 수도의 경지는 송암 자네가 이윤영이가 아니라, 오직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울님이라는 확신이 지속될 때 바로 이신환성을 이룬 한울도인이 된 다는 것이네”
진암 도인의 말씀을 듣고 난 후 여러 곳에서 과연 처음 가본 곳인데 보았던 생각이 나곤 하였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수심정기 상태가 되면, 멀리 있는 사람도 보이고 곧 찾아오는 사람도 미리 보이곤 하는 현상도 겪었다.
타심통과 같은 마음의 현상은 물론 캄캄한 밤길도 환하게 보이고 상상외로 빠른 걸음걸이도 확연히 느꼈다. 또한 눈 쌓인 겨울 산마루에 나무 앞에서 자주 수도하다보면 나뭇가지에 꽃이 피어나는 등의 신비체험을 많이 겪었다.
끝으로 후광이라 하여 나의 머리 뒷부분에서 환하게 빛나는 광체가 있다는 것을 여러 유불선(儒彿仙) 수자들에게 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자랑삼아 해운 스승께 아뢰면, 신비체험과 같은 것들을 결코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훈계로서 단호히 자르며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수도자가 길을 잘못 들어서면 큰 낭패를 보네. 스승님들께서 경전에서 가르치신 바른 수도법을 거울삼고 내가 가르친 대로 신비체험 같은 경험은 스쳐지나가는 중간 과정으로 여기고 엉뚱한 곳에 집을 짓지 말기 바라네. 여기서 서울을 가다보면 휴게실도 나오고 각 지방도시도 나오고 수많은 경치들도 보이나 그곳에 머물지 말고 목적지로 똑바로 가듯이 염천송주로써 대도견성의 바른 수도를 해야 하네.”
어느 날 해운 스승은 나에게 물으셨다.
“부동심(不動心)을 아는가?”
“맹자의 부동심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수운 대신사님의 부동심을 말하는 것이네.”
“잘 모르겠습니다.”
해운스승은 정확한 답안을 말씀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내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송암의 수련은 바로 부동심을 돌파해야 수도(修道)의 본질에 접근할 것이네.”
나는 훗날 해운스승 사후 호암수도원 49일 특별 기도를 결행한 후 부동심의 뜻을 정확히 알아냈다. 부동심 돌파 후 다시 본격 수련에 들어간다는 것도 알았다. 이처럼 수행과 깨달음이란 일생에 거쳐 다가오고 깨쳐간다는 것도 알았다. 해운스승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인(至人)이다. 다시 말해 ‘도를 지극히 수련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신사 말씀대로 지극한 성인에 이르게 하는 수도자가 수련의 목적이라 말 할 수 있다.
5. 후천개벽은 언제 옵니까?
오늘 날 지구촌 곳곳에 선진국·후진국, 강대국·약소국 가리지 않고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 세를 겪으면서 학자나 연구가들이 개벽의 징후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역병이 대규모로 창궐하는 코로나 이전의 세계와 이후의 세계는 과히 전혀 다른 세계로 가는 즉 개벽에 비유할만하다는 생각이다.
오래전 해운스승에게 수도를 배우면서 ‘개벽’에 대해 자주 여쭤보았다. 해운스승은 나의 질문에 주로 해월신사의 ‘개벽운수’ 법설을 인용하면서 말씀하였다.
“이 세상 운수는 천지가 개벽하던 처음의 큰 운수를 회복한 것이니 세계만물이 다시 포태의 수를 정치 않은 것이 없느니라. 경에 말씀하시길 ‘산하의 큰 운수가 다시 이 도에 돌아오니 그 근원이 가장 깊고 그 이치가 심히 멀도다.’하셨으니, 이것은 바로 개벽의 운이요 개벽의 이치이기 때문이니라. 새 한울(하늘) 새 땅에 사람과 만물이 또한 새로워질 것이니라.(중략) 이 세상 운수는 개벽의 운수라. 천지도 편안치 못하고, 산천초목도 편안치 못하고, 강물의 고기도 편안치 못하고, 나는 새와 기는 짐승도 편안치 못하리니, 유독 사람만이 따스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으며 편안하게 도를 구하겠는가. 산이 다 검게 변하고 길에 비단을 펼 때요, 만국과 교역할 때이요, 만국의 병마가 우리나라 땅에 왔다가 후퇴하는 때이니라.(후략)”
해운 스승은 개벽을 설명하면서 후천개벽이 본격 시작되면 먼저 ‘짐승들이 많이 죽을 것’이라 하면서 그 다음에 사람들이 많이 죽을 위기의 상황이 올 것이라 하였다. 그러면서 우리 도(동학 천도교)는 사회변혁운동도 많이 했지만 결국 ‘사람 살리는 도’ 즉 활인천도(活人天道)라고 힘주어 말씀하였다.
“해운 선생님께서 여러 번 말씀하신 좋은 세상 즉 후천개벽은 언제 옵니까?”
“지금도 좋은 세상이지만, 후천개벽은 대신사님의 득도에서부터 시작하여 동학혁명과 같은 사회변혁운동도 해당되고 천도교에서 추진한 문화개벽운동도 해당되고, 지금도 앞으로도 쉬지 않고 열릴 것이네. 다만 본격 열리는 시기의 운은 천기누설이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네. 우리가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 외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이니, 시련과 위험이 지나간 후 참으로 좋은 세상이 올 것이네.”
나는 개벽에 대해서 여쭤보면서 남북통일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발동하여 여러 번 질문하였다.
“분단된 남북통일은 민족통일이라 이름 하여야 하네. 우리 민족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네. 그 시기에 대해서 묻는다면, 후천개벽 전에 될 수도 있고, 후천개벽과 맞물려 올 수도 있네. 그리고 통일운동은 너무 운수에 매달리지 말고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도 노력해야 하네. 운수라는 것은 천운도 사람의 노력이 없으면 스쳐 지나갈 수 있다네. 그러니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음과 같이 재차 여쭤보았다.
“어떻게 해야 후천개벽을 준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도의 차원에서 말한다면, 첫 번째가 수도연성이네. 먼저 수도를 통해 자신의 정신을 개벽하고 그 다음 사회와 인류를 개벽하는 차원으로 준비하고 접근하는 노력이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하네.”
“개벽된 세상은 어떤 세상입니까?”
“우리도의 목적인 포덕천하, 광제창생, 보국안민 지 대도에 의해 지상천국이 열리는 것이 바로 개벽세상이네. 다시 말하지만 수련을 통해 이신환성, 자아완성부터 시작되는 개벽세상이지..”
결국 개벽도 자신의 수련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수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해운 스승에게 수도를 지도 받는 다는 것은 나에게 두 가지의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기쁨의 충만이요, 하나는 끝없는 시련이었다. 동학 천도교의 심오한 수도법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의 정신적 성취로 만족을 느끼곤 하였다. 이렇게 스승과 제자가 진리와 수도의 문답을 하고 하나 둘 깨달아 가면서 나는 훗날 여러 글을 남겼는데 여기에 몇 편을 옮긴다.
개벽
「아버지 하늘이시여, 어머니 땅이시여, 그리고 천지의 씨앗이 깃들어 있는 나의 몸이여 마음이여, 영혼이여 생명이여, 거룩하고 위대한 만물의 조물자이신 한울님이시여, 내 정수리에, 내 발바닥에, 내 배꼽에,
당신의 모습이, 탯줄의 숨구멍에, 가장 밑바탕에, 당신과 같은 모습을 만드셨나니, 바로 사람이어라.
수운 대신사 최제우 선생님이 생명의 핏줄을 바쳐 천도를 세상에 드러내셨나니, 온몸이 얼어붙은 동토의 땅을 녹여 생명의 새봄을 열었나니, 흩어졌던 우주의 기운을 한 곳에 모아 주었나니, 시천주 석 자에 세상의 이치가 깃들어 있도다. 천지 만물의 생명에 기운이 살아 있도다. 신이신 한울님의 뜻이 담겨 있도다.
내, 신을 찾아 밧줄을 타고 저 무량한 하늘 높이 올라갈거나, 빛의 우주선을 타고 세상 끝까지 가볼거나, 아무리 몸부림치고 발버둥 쳐도 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말씀도 들리지 않는다.
수운님이 말씀하시길, 우리 몸에 모셨으니 멀리 찾지 말고 나를 닦으라 하셨다. 내 안에서 신의 목소리가 들리고 생명의 빛이 보이나니, 나는 하늘이고 땅이고 생명이어라.
나만 하늘이냐, 너만 땅이냐, 신만이 신이냐, 아니다. 우리가 모두 한울님을 모셨기에 다 같은 한울이요, 우주가 영혼 덩어리요, 땅이 기운 덩어리요, 내가 생명 덩어리로다.
한울님은 거룩하시어, 한울님은 위대하시어, 한울님은 자비로우시어 모두에게 사랑을 심으셨고, 자신의 몸을 분화시켜 주셨다. 그리하여 만물을 내 몸 아끼듯, 만물의 귀함을, 만물의 생명을 자신의 것처럼 여기신다. 한울님을 그대로 빼어 닮은 사람이 그 뜻을 받들어 개벽의 세상을 열 지어다.」
개벽의 아침
「등불 하나는 자신의 앞길을 밝혀주지만, 아침에 해가 뜨면 천지가 밝아오는 것처럼 만물이 눈을 뜨고 사람의 심령이 덧없이 밝아옵니다.
지금은 도를 말하면 반신반의 하지만 앞으로는 모두가 손바닥에 시천주 주문을 써달라고 하신다는 말씀이 창생들을 잠에서 깨어나게 할 것입니다.
대신사 성령이 다시 불을 밝히고 태양처럼 빛날 것이니, 어둠의 신심을 걷어내고 광영의 한울님께 향하도록 합시다. 때는 때요, 운은 운이니 이때를 당하여 무극대도가 천하에 드러날 것이니 죽음에서 재생하여 장생의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막혔던 혈맥이 뚫리고 갈렸던 기운이 상통하니 하늘이 내려와 가슴에서 숨 쉬고 너나가 하나 되는 동귀일체 세상이 열립니다.
내가 모시는 것일까 천지가 거느리는 것일까, 한울님과 함께 하는 것인가, 개벽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주문이 나를 살리고 천지를 살리고 만물을 살리고 창생을 건질 것입니다. 영부가 다시 개벽의 날개 짓을 하니, 천지인이 하나로 통하게 될 것입니다. 천주법체가 스스로 우주생명에 관섭하니, 우주만물이 먼저 따르고 알아차립니다. 인간의 허상이 눈을 가리고 욕심이 마음에 문을 잠그니 어찌 안타깝다 아니 하리요.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새벽을 깨우고 어머니의 군불 때는 소리가 마음을 살찌웁니다.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인지, 스스로 알아서 그러는 것인지, 아침이 깨워서 그러는 것인지.
황소의 뿔이 하나는 하늘로 향하고 하나는 땅을 가리키니, 이 또한 나눔과 합치의 이치입니다. 인천의 시대는 사람이 이루는 것이 아니라 신의 영험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나니, 어찌 나의 소관이라 말 하리요.
모신 신이 나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마음에 눈을 뜨게 하니, 이를 보는 자 한울님의 눈이요, 이를 깨닫는 자 천지의 마음입니다. 모든 진리가 마음속에 한울님의 간섭이요 천지신령의 명령입니다.
사특한 기운을 쓸어버리고 마음과 기운을 바르게 하니, 나 또한 천주법체와 하나가 됩니다.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니 내가 묻고 내가 대답하는 것인가, 한울이 묻고 한울이 대답하는 것인가, 닫히면 내가 되고 열리면 한울이 되는 이치입니다.
물을 것도 없고 답 할 것도 없는 만사지는 한울님과 하나 됨이요, 내가 한울님을 모셨다 함이라. 그래서 오직 한마음으로 통했다 하는 것이요, 안으로는 신령이 있고 밖으로는 기화가 있음이라.
소인의 덕은 사심에 변하고 대인의 덕은 천지와 더불어 합하고 밝게 빛나고 함께 운명을 하나니, 잊지 않고 생각하고 생각하여 천지의 본체에 합하면 지극한 기운이 지극히 화하여 지극한 성인의 경지에 오르는 것입니다.
한 번 떨어져 나가면 죽음이요 같이 동행하면 산목숨이라 말하지요. 여여장생이 한울님과 함께 할 것이니 영생이 죽음 뒤에 오는 것이 아니라 현생에 도를 깨닫는 자에게 열리는 것이니, 도로 말하면 무극대도요, 마음으로 말하면 한울마음입니다.
한울님은 안과 밖이 따로 없으며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스스로 조화를 이루어 만물을 내셨으며, 만물 속에 함께 존재하시며 한도 끝도 없이 보살펴 주십니다. 그리고 덕과 사랑을 베풀어 주시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보답을 바라시지 않으십니다. 한울님은 이치기운의 생멸변화와 음양오행의 불생불멸과 무극태극의 신의 조화에 원칙과 자유를 주시고 무심으로 존재하십니다.
이에 만물 중 최령자인 사람을 내어 신의 뜻을 밝히시니, 사람이 말로 하고 글로 표현하고 마음으로 통하게 하시니, 모든 것이 한울님의 은혜요, 성스런 덕입니다.
이를 받아 도를 세우고 덕을 펴고 가르침을 전하게 하시니 천황씨의 탄생은 한울님의 강림이요, 신의 명령이니 천세만세에 빛나는 인물이 바로 대신사이십니다. 이를 그대로 받아 도를 깨닫고 체행하고 한울님의 뜻을 실천하니 바로 천도인들입니다.
개벽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마음에 티끌을 쓸어내어 밝고 밝은 기운을 받아들이는 동학인들은 개벽인들입니다.
내 마음의 빛이 우주를 관통하고 천지에 가득하나니 한울님의 법체가 기뻐하십니다. 이는 곧 내 마음이 기뻐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슬프면 한울님이 싫어하고 마음이 괴로우면 한울님이 멀어지고 마음이 화를 내면 한울님이 달아납니다.
나를 온전히 비우고 한울님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만사가 편안하고 행복이 저절로 다가옵니다. 한울님의 복락은 사소함의 욕심이 아니라, 천심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생각하고 생각하여 비우고 비워서 일심으로 한울님을 받들어 모시면 무심으로 한울님 법체에 들어갑니다. 이것이 바로 영부의 이치이며 주문의 힘입니다.
내가 오늘 존재함은 조상님의 뿌리요 한울님의 덕화이니, 천지의 은혜에 보답하고 신의 뜻에 따르는 것은 그야말로 천명입니다. 포덕광제가 지상의 목적이자 한울님의 명령이니 어찌 거부하리요,
인간으로 태어나 이처럼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지금부터 뜻을 함께 하면 한울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요, 사리사욕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한울님께 죄를 짓는 것입니다. 이 또한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이고 노력이고 실천이니,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고 스스로 성공을 결정짓는 것입니다.
아, 인류의 운명이 천도인들의 가슴에 있도다.
아, 한울님의 뜻이 천도인들의 결심에 있도다.
아, 천지의 생명이 천도인들의 마음에 있도다.
개벽의 아침은 밝아오는데 모두들 어디 갔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도 또한 게으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한울님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신사님의 제자가 분명한지, 지난 일은 반성하고 앞일을 실천하는 것도 천명이요, 한울님의 뜻이러니, 시천주 인간으로서 천주와 함께 하는 것이 올바른 인간이라. 죽음의 무덤을 걷어내고 생명의 문을 활짝 열어 개벽도인이 됩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