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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랑 마대위(血狼 馬大偉)
마대위가 혈매파의 수뇌 세 명과 단신으로 싸워 둘을 죽인 후 흑건회의 대형마저 내쫓고,
제령의 암흑가를 휘어잡은 사건은 금세 상인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상인들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의 다음 행보를 주시했다.
건달패인 흑건회가 하는 일은 상인들로부터 일정 금액을 상납 받고,
그 대가로 외부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상인들을 지켜 주는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그리 대단치 않고 오히려 단순한 일 같지만,
그들 사이에 관부라는 불가항력의 거대한 힘이 끼어들면 의외로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흑건회도 대부분의 건달 조직처럼 상인들로부터 상납 받은 은자로 관부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흑건회, 상인 그리고 관부라는 서로 다른 무리가 유기적으로 공생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마대위는 제령을 일통한 후, 상인들에게 단 두 가지 사항을 주지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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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덤비는 놈은 무조건 죽는다.
둘째, 상납일과 상납금을 어기는 자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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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제령을 휘어잡은 건달패거리만 바뀌었을 뿐,
그들이 새로 제시한 규칙은 그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인들은 애초부터 덤빌 생각도, 상납금을 내지 않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상인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오직 한 가지, 바로 상납금의 액수였다.
사람이 바뀐 후 상납금액이 올라가지 않은 적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마대위 또한 상납금액을 올렸고 여기저기서 상인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상납금의 인상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렇듯 크게 반발한 이유는
그 인상 폭이 생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무렵, 마대위는 수하들에게 절대 금기사항 한 가지를 발표했다.
내용인즉 수금일 외에 절대 상인들을 방문하지 말라는 것이다.
흑건회 수하들이야 불만스러웠지만 상인들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혈매파나 흑건회의 건달들이 수시로 상점에 들락거리며 행패를 부리고,
팔기 위해 내놓은 물건들을 마치 자기 것인 양 집어가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상인들이 손해를 보는 금액은 상납금액의 배가 넘었다.
그러니 만약 흑건회가 수금일 이외에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상납금액을 올려도 그들에겐 오히려 이익이 되는 셈이다.
그는 불만을 토로하는 수하들을 쉽게 다독거렸다.
수뇌들에게 돌아가는 상납금 액수를 줄여 수하들에게 더 많이 나누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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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위가 흑건회의 회주로서 웬만큼 자리를 굳혀가던 어느 날,
그에게 완전히 와해되었던 혈매파의 대형 전휴가 꽤 많은 수하를 이끌고 나타나 싸움을 걸어왔다.
마대위로서는 전휴를 놓쳤을 때부터 이미 예상했던 결과다.
전휴는 마대위와 싸우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아우 둘을 죽인 후 꽁지가 빠지게 도망쳤다.
그리고는 제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소도시 호령에 가서 줄곧 숨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곳 건달 조직인 홍운회 회주를 만난 전휴는 제령 상권의 절반을 넘겨주기로 약속하고
스무 명의 수하를 지원받았다. 뿐만 아니라 홍운회 회주가 소개시켜준 무림인에게 도움을 받기로 하고
자신 있게 제령으로 돌아온 것이다.
마대위로서는 제령을 일통한 이후 처음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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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탁자 위에 놓인 술병과 안주 접시들이 한차례 요동쳤고, 이어 큰 소리가 화양객잔 안을 가득 메웠다.
“흥! 무림인? 난 그딴 거 몰라. 내가 믿는 건…….”
마대위는 방금 탁자를 내려친 투박하고 거친 자신의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들어올렸다.
“바로 이거야.”
그의 앞에 머리를 숙이고 있던 흑서 초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형님! 상대는 무림인이라니까요. 그것도 검을 쓰는 무림인 말입니다.”
“씨팔, 내 주먹이 그 새끼의 검보다 못하다는 거냐?”
“무, 물론 형님의 주먹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대위의 뒤를 이어 혈랑조의 조장이 된 흑서 초팔은 그의 주먹이 두려운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마대위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잔소리 말고 그…, 무슨 천하라고 했지?”
“혈우천하, 혈우천하 장천익이라고 했습니다.”
혈우천하(血雨天下).
천하에 피비를 내리게 한다니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명호인가?
초팔은 자신이 이런 자와 싸워야 한다면 분명 겁을 집어먹고 도망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대위는 냉소를 칠 뿐이다.
“흥, 그 새끼에게 전해. 내일 아침…, 아니, 음……. 그렇지, 사흘 뒤 회운평에서 붙자고.”
“아, 알겠습니다. 헌데 수하는 몇이나 데려가실 겁니까?”
“일단 혈랑조만 데려간다.”
그러자 초팔은 어이가 없는지 곧바로 되물었다.
“예? 상대는 무림인인데 겨우 다섯만 데려가신다고요?”
마대위는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그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예? 왜, 왜요……?”
퍽!
“윽!”
초팔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마대위가 손바닥으로 그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 것이다.
“새꺄, 그런 것까지 일일이 설명해 줘야겠냐?
평소에 머리가 잘 돌아가 조장까지 시켜줬더니 갑자기 돌대가리가 된 거야!”
“아, 알겠습니다. 그럼 한 열 명 정도를…….”
마대위는 술잔을 들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짐짓 여유로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날랜 애들로 골라 한 스무 명만 근처에 숨겨둬라.”
“스무 명이나요?”
“전휴는 간교한 놈이야. 놈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이 꽤 많은 졸개들을 끌어 모았다고 들었다. 그러니 우리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지.”
“알겠습니다, 형님.”
탁!
마대위는 술잔을 탁자에 거칠게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초팔은 난데없는 그의 행동에 의아했는지 자기도 주섬주섬 자리에서 따라 일어났다.
“어디 가실 곳이라도……?”
마대위는 대답도 하지 않고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느릿느릿 걸어 나갔다.
그러나 발걸음과 달리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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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운평.
이곳은 제령 외곽에 있는 작은 들판으로 마대위가 어릴 때부터 즐겨 뛰어놀던 곳이다.
9살 이후 줄곧 제령에서 자란 그는 이제 자신이 뛰놀던 곳에서 무림인과 한 판 대결을 펼쳐야 한다.
마대위는 마치 산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천천히 회운평을 거닐었다.
‘흠, 이곳에 있던 나무는 벼락을 맞았나 본데…….’
그는 새까맣게 타서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노송을 쓰다듬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 나무 아래에 토끼굴이 자주 생기곤 했는데…….’
마대위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수하들 앞이라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 그 역시 무림인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정면으로 부딪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절대로 놈이 검을 들게 해서는 안 돼.’
마대위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갖가지 상황을 그려보며 주위의 경물과 하나하나 대비시켜 보았다.
비록 상대가 혈우천하라는 무시무시한 별호를 가졌다 할지라도,
강호의 무림인들이 보기엔 삼류 축에도 들지 못하는 일개 낭인검객에 불과할 것이다.
하오문에서조차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제령의 건달들 간 세력 다툼에 관여하는 자가
제대로 된 무인일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라 해도 마대위에게는 버거운 상대일 게 뻔했다.
마대위는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주위의 수풀과 나무 그리고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마치 뇌리에 깊숙이 박아두려는 듯이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우르릉!
갑자기 뇌성이 울리고 전광이 번뜩였다.
남쪽 하늘에서부터 검은 구름이 먹물처럼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마대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비가 오겠군…….’
순간 그의 눈에서 기광이 번쩍였다.
마대위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는 몇 개의 작은 구덩이를 찾았다.
자신이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요즘 아이들도 두더지나 토끼를 잡기 위해 구덩이를 판다.
특히 비가 오는 날 땅이 물러진 후에는.
마대위는 구덩이 앞에 쭈그려 앉은 채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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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깡!
슈욱! 슈욱!
담금질과 풀무질 소리가 쉴 사이 없이 울려 퍼지고 있다.
허름하기 하지만 제령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대장간이다.
오 노인이라 불리는 대장장이가 주인으로 3대째 가업으로 대장장이 일을 해오고 있었다.
마대위는 회운평에서 돌아오자마자 곧장 대장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감님.”
오 노인은 열기가 매우 더운지 윗도리를 벗어젖힌 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젊은이 못지않은 단단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허, 이거 오랜만이구나.”
오 노인은 마대위를 반갑게 맞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오 노인을 잘 따랐다.
자식이 없던 오 노인도 마대위를 친손자처럼 대해 주었다.
마대위는 미소 띤 얼굴로 오 노인에게 물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있고 말고 할 게 뭐 있느냐? 늘 하던 일이나 하며 사는 게지. 허허.”
마대위가 다소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저…, 영감님.”
“그래, 무슨 일이냐? 말해 보거라.”
“혹시…, 갑주 같은 것도 만들 줄 아세요?”
오 노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갑주? 갑자기 무슨 갑주가 필요하다는 게야?”
그는 자신이 무림인과 싸우게 된 사정을 오 노인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오 노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윽고 말문을 열었다.
“흠, 무림인들은 주먹으로 커다란 바위도 부순다는데 네가 맨 몸으로 감당할 수는 없지.”
“그래서 이렇게 영감님께 부탁드리는 거죠.”
오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갑주란 게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인체의 굴곡에 꼭 들어맞아야 할 뿐 아니라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무게와 유연한 이음새를 갖춰야 하지.
그러니 제대로 된 갑주를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단다.
결코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드는 건 불가능해.”
오 노인의 말을 들은 마대위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휴…, 할 수 없죠. 달리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이만 가볼게요.”
힘없이 인사를 하고 대장간을 나가려는 그를 오 노인이 다급히 붙잡았다.
“이런 건 어떻겠느냐? 굳이 갑주를 구할 것이 아니라 상반신을 보호할 수 있게끔 철판을 대면
되지 않겠느냐? 그리고 양 팔에도 각반처럼 둥근 철판을 댄다면 얼추 갑주 구실을 해낼 수 있을 게야.”
“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마대위가 오 노인의 말에 뛸 듯이 기뻐했다.
“내가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어 놓을 테니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오거라.”
“영감님, 정말 고맙습니다.”
오 노인은 자애로운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너는 결코 쓰러져서는 안 된다. 네가 쓰러지면 은혜원의 아이들은 누가 돌보겠느냐?”
표현은 못했지만 항상 자기와 은혜원을 생각해주는 오 노인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그는 오 노인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대장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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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회운평 한가운데 마대위가 서 있었다.
그는 가볍게 뛰어보기도 하고 주먹을 내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안색을 찌푸리며 어깨 근육을 풀었다.
가슴과 배를 가린 철판과, 팔꿈치를 제외한 나머지 팔 전체를 감싸고 있는
철각반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철각반을 두른 상태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아예 싸워볼 엄두도 못 낼 게 뻔하다.
마대위는 미친 듯이 연습하다가 몸이 녹초가 되면 그 자리에 쓰러져 잠시 쉬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또 다시 일어나 주먹을 휘두르며 연습을 했다.
그의 수련은 다음 날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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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운평은 이틀간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회운평에 십여 명의 사람이 모여 있다.
그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오 장을 격해 서로를 노려보며 경계하고 서 있었다.
한쪽은 마대위와 그의 친위대인 혈랑조 수하 다섯 명이었고,
또 다른 쪽은 적삼을 입은 사내 여섯 명이었다.
적삼 사내들 중 가장 앞쪽에 서 있던 음침한 인상의 중년인이
코를 한차례 실룩거리더니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오늘 둘째와 셋째의 복수를 해주마.”
그 중년 사내는 바로 예전 혈매파의 대형이었던 전휴였다.
마대위가 냉소를 치며 몇 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전휴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 뒤로 물러섰다.
마치 먹이를 앞에 둔 맹수처럼 날카롭고 위협적인 눈빛에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매서운 눈초리로 전휴를 응시하던 마대위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흥! 네놈도 곧 동생들을 따라가게 해 주마.”
전휴는 죽은 두 동생이 생각났는지 움켜쥔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 네놈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도 그렇게 지껄일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전휴는 옆으로 슬쩍 비켜서며 뒤쪽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형님!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전휴의 뒤에 서 있던 적삼 사내들도 일제히 좌우로 물러서며 길을 텄다.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적삼 사내들 사이로 의외로 젊어 보이는 남자가
건들거리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건달들 사이에선 강한 자가 윗사람의 대우를 받는 법이니,
젊은 사내가 나온다 해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마대위의 일 장 앞까지 다가온 사내는 팔짱을 낀 채 거만한 표정으로 그를 뚫어져라 쏘아보았다.
우두둑!
마대위는 양 손의 손가락 관절을 한차례씩 꺾은 후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주시했다.
허리에 매달린 한 자루의 검을 제외하면 자신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건달의 모습이다.
강호의 고수들은 자신의 기세를 뿜어내어 상대를 제압한다는데,
마대위는 눈앞의 사내로부터 아무런 기운도 느낄 수 없었다.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야.’
마대위는 상대를 잠시 노려보다가 말했다.
“흥, 무림인이라고?”
혈우천하 장천익의 쭉 찢어진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그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면서 듣는 이의 신경을 긁어댈 법한 쇳소리가 울려 나왔다.
“건달 나부랭이 주제에 겁 대가리를 상실하고 까불다니…….”
순간 뒤에 서 있던 적삼의 사내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놈에게 뜨거운 맛을 한번 보여 주십시오.”
마대위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혈랑조원들의 표정이 구겨지며
당장이라도 적의인들에게 달려들 것처럼 흥분하였다.
그러나 마대위는 우수를 들어 그들을 제지하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만히 있어라.”
그는 상대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차분히 가라앉은 두 눈으로 주시할 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강한 상대를 앞에 두고 먼저 흥분하는 것은,
기름통을 짊어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마대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럼 시작하지. 내가 지면 흑건회는 오늘부로 이곳 제령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러자 장천익이 가소롭다는 듯 냉소를 흘렸다.
“흥! 사라지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다. 아니, 아예 그럴 기회가 없다고 해야 하나.”
일순 마대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단순한 세력 다툼의 차원이 아니라
흑건회 모든 수하들의 목숨이 걸려 있음을 느낀 것이다. 그의 두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스윽.
마대위의 좌보가 앞으로 나가며 그의 몸이 사선으로 비스듬히 상대를 마주하고 섰다.
그리고 좌보를 축으로 뒤쪽의 우보를 상대의 일직선상에 놓았다.
그는 몸의 중심을 좌보에 실어 우보를 쉽게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자세를 취했다.
이는 가장 작은 동작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상대가 어느 방위에 있든지 최단거리로 뛰어들어 공격하기 위한 마대위만의 독특한 자세였다.
그의 자세를 눈여겨본 장천익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걸렸다.
“큭큭, 일격필살이 특기인 모양이지?”
마대위는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안색을 회복하고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잔말 말고 덤벼, 새꺄!”
장천익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철권이라는 별호가 붙을 정도로 강한 주먹을 가지고 있다기에 어느 정도 긴장하고 왔는데,
이제 보니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 상대는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일개 파락호일 뿐이다.
“이 어르신께서 너 같은 놈을 상대로 검을 뽑았다는 사실이 강호에 알려지면
창피해서 어찌 다닐 수 있겠느냐.”
마대위의 두 눈 깊숙한 곳에서 기광이 번뜩였다.
그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겉으로는 오히려 인상을 구기며 길길이 날뛰었다.
“씨팔, 날 어떻게 보고……. 어서 검을 뽑아! 너 같은 새끼는 한 주먹감도 안 돼!”
장천익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죽고 싶어 환장을 한 놈이로구나. 네놈 소원대로 황천구경을 시켜주마.”
휘익!
마대위가 쏜살같이 상대의 품속으로 뛰어들며 일권을 내지르자 장천익은 일순 숨을 멈추었다.
퍽!
“헉!”
마대위는 안색을 찌푸리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우수를 매만졌다.
마치 철벽에다 주먹을 내지른 듯 지독한 통증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장천익은 입 꼬리를 올리며 마대위를 비웃었다.
“흐흐, 내경이 깃든 주먹이라면 모를까, 그따위 솜뭉치로 뭘 하겠다는 거냐?”
그리고는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서서히 마대위에게 다가왔다.
“잘 보아라. 주먹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핏!
마대위는 뻗쳐 오는 날카로운 기운을 느끼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분명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뺨이 칼에 베인 듯 갈라지며 선혈이 흘러내렸다.
“으윽.”
제대로 맞았더라면 두개골이 함몰될 만큼 강하고 빠른 일격이다.
마대위는 신음성을 흘리며 급히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그 순간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상대의 주먹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타당! 탕!
“크헉!”
마대위의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도 교묘하게 꺾여 들어오는 장천익의 주먹을 모두 피할 순 없었다.
양쪽 옆구리와 명치를 거의 동시에 얻어맞자 그는 내장이 모두 뒤집히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마대위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만약 옷 속에 철판을 대지 않았더라면 이 일격에 숨이 끊어졌으리라.
한편 장천익은 자신의 주먹에 전해진 이질감에 안색을 찌푸렸다.
“옷 속에 뭘 숨겨두었느냐?”
마대위는 억지로 고통을 참고 일어서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외쳤다.
“흥! 내 피부는 철벽처럼 단단하다!”
“철벽? 아! 큭큭, 옷 속에 철판을 숨기고 있었군.”
그러나 장천익은 곧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혀를 끌끌 찼다.
“쯧쯧, 겨우 철판 따위로 나의 주먹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단 말이지.
네놈이 고통을 자초하고 있구나.”
휙!
장천익의 주먹이 다시 날아왔다. 검을 빼들 필요도 없이 마대위를 때려죽이기로 작정한 것이다.
마대위는 날렵하게 허리를 굽혀 자신의 어깨로 상대의 배를 들이 받았다.
퍽!
그러나 상대는 꿈쩍도 않고 오히려 무릎으로 마대위의 가슴을 쳐올렸다.
마대위는 다급히 양 팔을 교차시켜 가슴을 보호했지만 충격이 만만치 않았던 탓에
그대로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다시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마 철각반을 두르지 않았다면 두 팔이 부러졌으리라.
마대위의 우측 어깨와 두 팔이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으나 고통은 없었다.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건 이미 강한 충격에 신경이 마비되었음을 뜻한다.
이런 상처는 그 여파가 뼛속까지 미치기 때문에 당장이야 괜찮을지 몰라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나 마대위는 그런 것까지 생각할 만큼 한가하지 못했다.
허공을 선회하던 매가 토끼를 잡아채기 위해 급강하하듯 매섭게 내려 꽂히는
상대의 주먹을 피해 다니기에 바빴다.
한동안 장천익의 주먹세례를 피하기만 하던 그가 황급히 좌측으로 굴렀다.
푹!
장천익의 주먹이 손목 부분까지 흙 속에 묻히면서 땅바닥에 고여 있던 빗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비록 빗물로 인해 땅이 많이 물러졌다고는 하지만 방금 장천익이 보여준 힘은
마대위처럼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으로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장천익이 그를 노려보았다.
“쥐새끼 같은 놈!”
탓!
장천익의 신형이 다시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마대위의 눈엔 상대가 날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허공에서 쏟아지는 그의 주먹은 마치 독수리의 발톱처럼 날카로웠고 뱀의 독니처럼 치명적이었다.
타당, 탕!
마대위는 정신없이 난타당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가 아직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몸통을 둘러싼 철판 덕분이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끔찍한 공포와 고통을 겪게 한 후에
비로소 그에게 죽음을 안기려는 장천익의 의도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계속되는 난타의 고통 속에서 마대위의 정신은 더욱 몽롱해져 갔다.
마치 천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 이렇게 가는구나…….’
그가 정신을 놓아 버리려는 찰나 자신의 짧은 일생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속에서 한 소녀와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자 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씨팔,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마대위는 입안의 살을 씹었다. 지독한 통증에 온몸이 저릿해지며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빛을 잃어가던 그의 두 눈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하려는 순간
상대의 주먹은 이미 코앞에 와 있었다.
핏!
“큭!”
급격히 목을 옆으로 꺾은 덕분에 정타는 피할 수 있었지만,
관자놀이를 스치고 지나간 주먹은 그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었다.
마치 거대한 범종의 타종음을 바로 앞에서 듣는 것 같았다.
마대위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정신을 차린 후 다시 날아오는 상대의 주먹을 주시했다.
퍽!
“크헉!”
그는 장천익이 내지르는 일곱 번의 주먹질 중 네 차례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세 번을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 내야 했다.
마대위는 장천익이 잠시 주먹질을 멈춘 사이, 그가 숨을 고르느라 짧게 호흡하는 소리를 들었다.
일순 마대위의 두 눈이 빛났다.
‘그래! 무림인도 숨을 쉬지 않고서는 살 수 없지.’
마대위는 호흡과 기공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간의 싸움 경험으로 터득한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 맞으면 무지 아프다는 것이다.
휙!
다시 상대의 주먹이 날아와 마대위에게 몇 차례의 타격을 입힌 후 호흡 소리와 함께 돌아갔다.
마대위의 얼굴에 뭔가 깨달은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수풀이 우거진 지점을 스치듯 본 후 다시 날아오는 상대의 주먹을 피해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 뒤로 장천익이 바짝 따라 붙었다.
휙휙!
몇 차례의 주먹이 지나간 후 어느 순간 마대위는 상대의 기세가 극히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공격이다!’
마대위는 장천익이 자신 있게 우보를 앞으로 내뻗으며 수풀이 우거진 땅의 한 부분을
밟아가는 것을 보고 그를 향해 정면으로 몸을 날렸다.
불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을 보듯 승리를 확신하는 음흉한 미소를 띠고 있던
장천익의 얼굴에 일순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가 단단한 땅인 줄 알고 힘껏 밟은 곳에 작은 구덩이가 패여 있었기 때문이다.
“헉!”
그는 당황하여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고, 흐트러진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잠시 허둥거렸다.
퍽!
장천익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지더니 입이 쩍 벌어졌다.
마대위의 주먹이 그의 단전에 손목 부분까지 깊숙이 파묻혀 있었던 것이다.
“끄으…….”
장천익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고 눈이 하얗게 뒤집어졌다.
무인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단전을 강하게 가격 당했으니
그 충격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의 내공이 몸속에서 폭발할 듯 흩어지며 경맥 속으로 치달렸고,
그 충격으로 기경팔맥이 모두 끊어져 버렸다.
마대위는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아래쪽으로 끌어내림과 동시에 자신의 무릎으로 쳐올렸다.
퍽!
“윽!”
신음성과 함께 마대위는 무릎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장천익의 앞니가 부러지면서 그의 무릎을 파고든 것이다.
뒤로 허물어지는 장천익의 가슴을 밟고 허공으로 도약한 마대위는
다시 아래로 떨어지며 자신의 이마로 상대의 안면을 사정없이 들이받았다.
우직!
뜨거운 핏물이 마대위의 안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장천익이 코뼈가 뭉그러진 채로 쓰러져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마대위는 일순 휘청했다.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지쳤기 때문이다.
“형님!”
혈랑조 수하들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달려와 마대위의 곁에 섰다.
그는 즉시 자세를 바로 잡은 후 고개를 돌려 경악을 금치 못한 채 서 있는 전휴를 노려보았다.
전휴가 망연자실해 하며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네, 네놈이 이기다니. 어찌 이런 일이…….”
전휴는 마대위를 노려보다가 별안간 우수를 들어올렸다.
“와아!”
함성이 터져 나오며 전휴의 뒤로 십여 장 떨어진 수풀 속에서 무기를 지닌
20여 명의 적의인이 뛰쳐나왔다. 그와 동시에 또 다른 함성이 마대위의 뒤쪽에서 일어났다.
“와!”
그들은 바로 마대위가 숨겨두었던 흑건회의 수하들이었다. 전휴는 이가 부서져라 부드득 갈았다.
“이, 이런 교활한 놈!”
하지만 곧 냉정을 되찾은 전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혈랑을 상대로 싸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뒤로 돌아서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수하들에게 조용히 한마디 내뱉었다.
“…, 돌아간다.”
“와아!”
흑건회 수하들의 함성을 들으며 마대위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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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손가락만큼 굵은 거미줄에 매달려 있었다.
벗어나기 위해 몸을 버둥거려 보았지만, 그럴수록 거미줄은 더욱 강하게 그를 옭아맸다.
온몸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갑자기 사위가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결같이 밝고 즐거운 모습들이다. 자연스레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헤헤, 나 잡아봐라.”
“잉잉, 언니 웅이가 놀려.”
맑은 웃음소리가 멀리 울려 퍼졌다.
그때 하늘 저편에서 먹구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찰나지간에 온 하늘을 뒤덮었다.
우르릉!
뇌전이 번쩍이고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아이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 다녔지만 곧 흠뻑 젖고 말았다.
“꺄아아!”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먹구름 속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광 속에서 잠시 나타난 그림자들의 형상은 사람의 몸에 뱀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었다.
그것들은 아이들을 향해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아이들을 구하려고 했지만, 움직이기는커녕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의 겁에 질린 비명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온몸의 힘을 모두 쥐어짜 소리쳤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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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모든 것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눈앞이 갑자기 밝아졌다. 지독한 악몽을 꾼 것이다.
“형님, 깨어나셨습니까?”
다섯 명의 사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둘러싸고 있었고,
한 여인이 마대위의 머리맡에 앉아 그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냐?”
마대위의 물음에 여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죽영산에 있는 은신처예요.”
마대위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을 간호하느라 며칠 밤을 샜는지 매우 초췌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고운 피부를 가진 탓에 초췌한 모습마저도 아름다웠다.
마대위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자 사내들 중 한 명이 문 쪽을 향해 슬쩍 턱짓을 했다.
이어 두 사람만 남겨두고 그들 모두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마대위는 아직 말하는 것조차 힘에 부친 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령령,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거지?”
그녀는 마대위의 손을 자신의 뺨에 갖다 대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가만히 얼굴을 묻으며 울먹거렸다.
“오라버니. 흐흑,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흑흑.”
마대위는 고통을 참으며 자신의 우수로 그녀의 머리를 포근히 감싸 안았다.
잠시 후 그녀는 진정이 됐는지 울음을 그치고 차분하게 좀 전의 질문에 대답했다.
“사흘이에요.”
“사흘?”
그는 안색을 찌푸렸다. 자신의 부상보다 사흘간 밤낮 없이 간호하느라
고생했을 여인의 노고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윽!”
마대위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신음과 함께 다시 쓰러졌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그를 부축해서 다시 자리에 편안하게 눕혀 주었다.
“아직 움직이시면 안 돼요. 의원 말로는 최소한 석 달 이상 정양을 해야 한대요.
목숨을 건진 것만 해도 천운이라고 했어요.”
마대위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석 달이라고? 흥! 도적 같은 의원 놈들이 약값을 뜯어내려는 수작이겠지.
난 이제 괜찮으니 너야말로 어서 가서 좀 쉬거라.”
여인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어허, 좀 쉬라니까. 이러다 너까지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그녀는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으나 한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아…….”
“왜 그래? 괜찮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잠시 어지러워서…….”
그러나 그녀가 또다시 비틀거리자 마대위는 여인을 부축하기 위해 일어나려다
이내 오른쪽 가슴을 부여잡으며 주저앉고 말았다. 마대위는 급한 마음에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 어서 좀 들어와 봐!”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 놀란 표정의 사내들이 뛰어 들어왔다.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어서 령령을 방으로 데려가거라. 의원도 부르고.”
그들은 침상 앞에 앉아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는 령령을 발견하자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형수님, 괜찮으십니까?”
수하들이 그녀를 부축해 밖으로 나가자 마대위는 매우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이름은 매령령으로 은혜원이라는 고아원에서 마대위와 함께 자랐다.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서로 의지하며 자랐기 때문에 친남매 이상으로 정이 깊었다.
이제는 표정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마대위는 언젠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녀와 가정을 이루리라 생각했지만
정확한 시기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바로 두 사람이 돌보고 있는 은혜원의 고아들 때문이다.
그럴 듯한 고아원을 지어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고 입힐 수 있을 때까지
두 사람의 행복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의식을 되찾은 이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늘 입버릇처럼 도둑놈이라 욕했던 의원의 지시도 철저하게 따랐다.
그리고 지니고 있던 은자를 아낌없이 쏟아 부어 몸에 좋다는 온갖 보약을 지어 먹었다.
심지어 그가 물심양면으로 보살피고 있는 은혜원에 보낼 은자까지도
타지의 용하다는 의원들을 청해오기 위해 모두 써 버렸을 정도다.
과하다 싶을 만한 지출이었지만 그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건달은 튼튼한 몸이 유일한 재산이기 때문이다.
만약 마대위가 자신의 부상을 가볍게 생각하여 완쾌되지 않은 몸으로 나섰다가
또 다른 세력다툼에 휘말리기라도 한다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하는 것은 물론이요,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마대위가 무너진다면 자연적으로 흑건회도 해체되고 수하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운영비를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 은혜원의 고아 15명도 배를 주려야 할 것이다.
더욱이 혈육처럼 아끼는 매령령은 어찌 홀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는 자신의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기도 전에 제령을 노리는 또 다른 건달들이 있다면
스스럼없이 모든 것을 내줄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가 혈우천하 장천익이라는 무림인을 때려 죽였다는 소문이
과장에 과장을 더하여 제령 일대에 퍼져 있었다.
그전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건달들도 그의 놀라운 무용담을 전해들은 뒤로는
감히 흑건회에 덤벼들 생각조차 못하게 됐다.
마대위는 본의 아니게 제령 일대 건달들 중 최고의 싸움꾼으로 통하고 있었다.
마대위는 그로부터 정확히 석 달 후, 온몸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부목과 붕대를 모두 풀었다.
그러나 마대위가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하여 전신의 관절을 부드럽게 풀고,
그 사이 약해진 근육에 힘을 싣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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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
고맙습니다
건달 싸움에 무림인이 끼어들어으니 대위가 당하겠구나?
즐감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굿
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