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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큰 주제는 '만남'입니다. 가장 먼저 우리는 '봄'이라는 계절과 만났습니다. 입춘, 우수를 보냈고, 지금은 경칩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두 주 동안 우리는 놀이를 통해 친구와 만나고 새담임과 만나고 새학년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주에는 어떤 만남을 가졌을까요?
3월14일(월)
1. 3월 첫주부터 매일 반복하고 있는 리듬활동이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리듬활동들이 말그대로 리드미컬하고 자연스럽게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이번주부터는 숫자세기, 구구단외우기, 아침시 암송까지 더해졌습니다.
날짜와 날씨를 확인하는 시간에는 지난밤 달 모양이 어땠는지도 칠판에 그림으로 기록을 하는데, 지난주 까지는 아이들이 달을 보는 것을 까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이번주에는 달을 볼 생각은 했었나봅니다. 아파트 안에서 달을 보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밖에 나가도 아파트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고...아이들이 호소합니다.
그런데 우영이가 드디어 지난 금요일 밤에 '반달'을 보았다고 말하네요.
잘 관찰하다보면 달 모양이 매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게되겠지요? 그러면 훗날 학년이 더 올라가면 "달모양이 왜 매일 조금씩 변하는 걸까?"하는 질문도 하게 되겠지요.
오늘은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일요일에 비가 계속왔는데, 대천천에 물이 많아지면 거기있는 풀들은 물에 잠겨서 죽을까? 아니면 더 잘살까?" 자기들끼리 이러쿵 저러쿵 엉뚱한 의견들을 내놓으며 웃어댑니다.
2.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돌틈 사이로 시냇물이..." 진샘이 선창하면 아이들도 따라부르며 일어나서 한줄로 진샘을 따라 교실을 돌아 강당으로 나갑니다. 이번주부터는 노래에 이어 숫자세기도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첫날인 오늘, 아이들은 '일흔'이라고 해야하는데 '칠십'이라고 하는바람에 '예순아홉'까지만 인정을 받았습니다.
진샘은 그날 그날 아이들이 틀리지 않고 이어서 센 숫자를 계속 더해서 학년말에 그 숫자만큼의 문화상품권을 증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내일부터 아이들이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숫자를 세겠지요.
3. "오늘은 아주 위험한 놀이를 할거니까 정신을 완전 집중해야 된다." 진샘이 이렇게 말하자 모든 아이들의 눈이 반짝 거립니다. 아이들은 위험한 놀이를 좋아하지요. "수업시간에 공식적으로 위험한 놀이를 하게되다니.." 이런 표정으로 진샘을 바라봅니다.
진샘은 아이들에게 신발을 벗고 책상 위로 올라가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 반, 두려움 반으로 모두 책상에 올라갑니다. 진샘은 마치 독수리나 매가 하늘에서 땅의 먹잇감을 찾듯이 아래를 내려다보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잘 경험하기 어려운 시야가 펼쳐집니다.
위에서 수직으로 책상이랑 의자를 내려다 보면 어떤 모양인지 잘 보라고 합니다. 조심스럽게 관찰한 아이들이 또 조심스럽게 책상에서 내려옵니다.
진샘은 칠판에 동그란 동심원 두개를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그린 것일지 묻습니다. 아이들은 이것 저것 답을 하지만 잘 못맞추네요.
진샘이 컵을 들고 와서 보여주자 그제야 알겠다는 반응들이 나옵니다. 사물을 완전히 수직으로 내려다봤을때 어떤 모양으로 보일지에 대해서 예를 들어 설명하고 보여줍니다.
오늘은 우리 교실을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어떤 모습일지 그림으로 그려보기로 합니다.
진샘이 먼저 칠판에 그려서 보여줍니다.
아이들도 진샘의 그림을 참고 삼아, 그림으로 그려봅니다.
5학년 진환이는 진샘이 교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림이 정확하지 않다, 빠진 것이 있다.. 계속 흠을 잡습니다. 그러더니 자기는 교실 구석구석을 다니며 살피고, 복잡하게 생긴 완강기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양으로 그려내겠다고... 열심입니다.
그래서 완성된 진환이의 교실 그림입니다. 역시 진샘그림과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ㅎ
나는 아래 학년 아이들과 조금 다른 모습, 다른 그림을 보여주는 진환이가 역시, 5학년이라 그런가보다.. 정도만 알아챘습니다.
그런데 진샘은 진환이 뿐만 아니라, 3학년과 4학년 아이들의 차이도 예리하게 알아봅니다.
아래 첫번째 것은 4학년 아이의 그림입니다. 진샘 설명을 듣고 이해한 바에 따르면(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4학년 즈음의 아이들은 교사가 제시한 것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고, 자기가 생각하고 아는대로 덧 붙이려는 의지를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아래 그림에는 입체적으로 뭔가 사물을 더 사물답게 표현하려는 의지가 많이 엿보입니다.
아래 그림은 3학년 아이의 것입니다. 큰 고민이나 의심없이 교사가 보여준 것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았네요. ㅎ
아이들이 발달 단계에 따라 다양한 태도와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을 또 새삼스럽게 알게되는 시간이었습니다.
4.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교실이 평면적인 그림으로 완성되고 나면, 측정이 시작됩니다. '자'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발로 길이를 잽니다. 진샘이 시범을 보입니다.
발로 측정한 결과, 진샘 발로는 우리 교실 가로는 26보, 세로는 15보네요.
아이들도 각자 자기 발크기로 길이를 재기 시작합니다. 교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신중하게 걸으며 하나, 둘, 셋... 아이고 까먹었네.. 다시,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측정해서 자기 그림에 써넣습니다.
교실 측정이 끝나면 강당으로 나가 강당도 발로 잽니다. 우선 강당 전체의 가로와 세로...
기둥도...
피아노 의자도...
입구 문도...
진샘은 칠판에, 아이들은 각자 자기 공책에 그림 그리고 측정한 숫자도 적어넣었습니다.
이런 왁자지껄 활기찬 시간... 오늘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교실과 학교와 만났습니다. 매일 매일 놀고 배우는 학교.. 나와 가장 가까운 그 공간과 내 몸으로 구석구석 구체적으로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3월15일(화)
1. 오늘도 재미있는 리듬활동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윤이가 등교를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뉴스타임시간에 석환이가 처음으로 자진해서 발표를 했습니다. 석환이는 새학년에 다른 아이들보다 며칠 늦게 합류했지요. 그래서 조금 낯설어하고 조심스러워했는데, 오늘 뉴스타임에 스스로 손을 번쩍 들고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석환이도 곧 모든 리듬활동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타겠지요.
진샘의 손가락움직임과 표정만 보고 따라가면서 리코더 연주를 합니다.
2. 어제는 우리교실, 우리학교와 만났고, 오늘은 이제 밖으로 나가서 우리학교가 있는 마을을 만나러 갑니다. 출발~
그냥 걸으면 안됩니다~ 걸으면서 자기 걸음 수를 세어야 해요. 가장 먼저, 학교입구에서 쌈지공원 미끄럼틀까지는 몇걸음 일까요? 아이들마다 다르겠지요. 어쨌든 여기까지 자기 걸음으로 몇걸음이었는지 잘 기억해둬야 합니다.
마을학교와 맨발동무와 대천천네트워크가 있는 새마을금고 건물 앞까지도 걸음 수를 세며 걸었습니다.
여기까지 온김에 평소에 잘 가보지 못했던 '대천천네트워크'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강호열대표님을 비롯해서 모든 분들이 아이들을 반겨줍니다. 사탕도 하나씩 얻어먹었습니다.
대천천네트워크에 전시되어있는 박제된 곤충들을 한참 구경하고.. 자, 이제 다시 출발합니다.
3. 근처 도시화명그린아파트 뒷편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또 무엇과 만났을까요?
올라가는 길에, 웅덩이를 만났습니다. 지난주에 경칩인데 개구리를 못봤다고 투덜댔던 아이들이, 이런 웅덩이에는 분명 개구리가 있을거라면서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서 개구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누군가 한쪽 구석에서 개구리 얼굴을 보았다고 하는 바람에 더 오래 쳐다보고 있었는데, 아이들 소리에 놀란 개구리가 깊이 숨어버렸는지 통 모습을 보이지 않아 내려올때 다시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파평윤씨 조상님의 큰 묘역이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은 박제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벌레들을 관찰하느라 저렇게 모여 앉아있네요.
실컷 놀고, 내려오는 길에 아까 그 웅덩이에 다시 갑니다. 이번에는 모두 숨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드디어 개구리 한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개구리를 웅덩이에서 구해줘야한다고 나무가지와 억새풀을 들고와서 개구리를 유인했는데 잘 안됩니다. 저랑 진샘은 그냥 두면 지가 알아서 한다고.. 그냥 가자고했지만, 아이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지난번 대통령선거때 진샘이 들려주었던... "개구리나라 임금님'이야기에 통나무임금님이 나옵니다.
아이들은 통나무임금을 찾아서 던져놓으면 분명 개구리가 그 위로 올라앉을 거라고.. 어디선가 작은 통나무를 구해서 웅덩이에 넣었습니다.
어찌어찌 아이들이 유인을 해서 개구리가 그 통나무 위에 올라앉았고, 아이들은 통나무를 들어올려 개구리를 드디어 웅덩이에서 구해내고야 말았습니다.
오는 길에 놀이터에서 또 놀기... 교실로 돌아와 진샘이 칠판에 오늘 만난 곳과 길을 지도로 대략 그려두었습니다.
3월16일(수)
1. 어제 오후수업시간에, 어제 우리가 다녔던 곳의 지도를 좀더 정확하게 그렸나봅니다. 아침에 교실에 가보니 칠판에 그림이 딱...
오늘은 지도 그리기에 대해서 조금 더 배웠습니다. 만약 지도에 1:10,000이라고 표시되어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이고, 그런 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진샘은.. "종이 위에 우리 마을을 그 크기 그대로 그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축척이나 비율같은 어려운 개념을 쓰지 않고도.. 왜, 어떻게 줄여야하는지 자기 언어와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2. 우리는 오늘도 마을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어제 갔던 곳까지 걸음수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걸으면서 계속 하나, 둘, 셋, 넷.... 자기 걸음수를 자꾸 까먹습니다. 학교 입구로 돌아가 다시 세기도 합니다. 걷는 표정이 무척 진지합니다. 아이들이 걷는데 집중합니다. 발걸음도 신중하게 합니다.
맨발동무 도서관에서 재밌는 책을 보고, 학교로 돌아와 오늘 다녀온 곳을 지도로 그리고, 걸음수를 적어넣습니다.
3월17일(목)
1. 오늘도 리듬활동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숫자세는 시간이 날이갈수록 길어집니다. 숫자를 세는 소리에 맞추어 걷습니다. 틀리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걷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진지한지 혼자 보기에 아깝습니다.
오늘은 129까지 세었나봅니다. 어제까지 누적된 수가 278이네요. 오늘 것까지 더해서 총 407입니다. (은연중에 더하기도 배우네요.) 아직 500원이 안되어서 좋아하는 맥주모양 사탕 하나도 살 수가 없다고 투덜댑니다.ㅎ
2. 오늘은 날씨가 흐려 우산을 들고 또 나섰습니다. 오늘은 좀 멀리까지 갑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북적북적'입니다. 거기까지 걸으면서 발걸음 수를 세어야 합니다. 쉽지 않겠지요?
각자 걷던 아이들이 잠시 '타임아웃'을 걸더니, 뭐라고 뭐라고 의논을 합니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어려울것 같다고... 모두가 같은 보폭으로 함께 걸으며 걸음수도 함께 세자고 약속을 합니다. 다같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백까지 세면 진환이가 손가락 하나를 접습니다. 다시 하나부터 시작해서 백이 되면 두개를 접고.... 나름대로 머리를 많이 쓰네요.
걸음수가 너무 많아지자 아이들이 당황합니다. 진환이 손가락 열개가 다 접혔습니다. 어떻게하지?
천이 되면 우영이가 손가락 하나를 접기로 합니다. 진환이는 손가락을 다 펴고 다시 시작합니다. 세욱이와 석환이는 계속 하나에서 백까지 반복합니다.
아이들 걸음으로 1460보를 걸어 드디어 북적북적에 도착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협동해서 여기까지 온 아이들이 너무 많이 멋져보였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보고도 잘 믿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네요. 근처 무사이로 갑니다. 물론 역시 걸음수를 세면서 걷습니다.
무사이는 가까워서 금방 도착했지만, 여기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다시, 북적북적으로.. 불이 켜졌습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거기 계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아주 많이 반겨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여기까지 걸음수를 세면서 왔다고 알려드렸더니, 아이들이 아닌척하면서 으쓱한 표정을 짓네요. ㅎ
무사이는 오전11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고해서.. 우리는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솔밭 작은 도서관'입니다. 그렇게 걷고도 넓은 공원 놀이터에서 또 한참을 뛰어놉니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마을 한가운데에 숨통처럼 트인 예쁜 공간과 예쁜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실컷 놀고 다시 무사이로 갔습니다. 최대표님이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시고 맛있는 음료도 주셨습니다. 음료를 마시며 만화책도 보고 수다도 떨고...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큰 범위의 마을과 만났습니다. 특히 책과 관련된 장소들과 만났습니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공간들이 많이 있다니...
점심시간이 다가와서 학교로 갑니다. 진샘이 가장 빠른 지름길을 안다고 하시더니, 누구나 아는 길로 안내를 하셨습니다. ㅎ
오후시간에 오늘 다녀온 길을 지도로 그렸나봅니다. 흰색 숫자는 진샘의 걸음수, 분홍색 숫자는 아이들의 걸음수인 것 같습니다. 대략 우리학교 주변 마을 지도가 그려졌네요.
3월18일(금)
1. 오늘은 '참빛학교 리'본을 만들어서 산에 우리가 다니는 길목마다 나무에 붙일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가서 숨고 놀만한 곳을 찾아 아지트도 만들고, 그 길로 가는 길에 리본을 달아놓으면 나중에 후배들도 찾아갈 수 있고.... 이런 계획이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2. 오늘도 언제나처럼 리듬활동을 했습니다. 오늘은 리듬활동 시간에 아이들이 내는 소리를 녹음해봤습니다.
강당을 돌면서 숫자세기.. 오늘은 아이들이 249까지나 세었습니다. 주로 9로 끝난 후에 틀리네요. 이백마흔아홉 다음에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ㅎ
아이들이 아침마다 짝을 지어 구구단을 외웁니다. 오늘은 몇단까지 외웠을까요? 끝까지 들어보세요.
리코더 연주... 처음에는 좀 불협화음이었는데, 매일 반복하다보니 제법 아름다운 합주가 됩니다. 1년동안 열곡 정도를 연주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3. 중고등에서는 어제부터 의장단선거 일정으로 돌입했다고 합니다. 초등에서는 진샘의 전권으로 최고학년인 진환이가 반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진환이는 앞으로 중고등을 포함한 전체 의장단 회의에도 참석하고, 혹시 진샘이 학교에 못나오시는 날에는 리듬활동을 비롯해 수업진행을 이끌고 돕는 일을 하게되다고 합니다.
4. 오늘은 동사무소 3층에 있는 '마을 기록관'에 가기로 했습니다. 가기 전에 우리는 십여년전 대천천 풍경을 찍은 사진을 꺼내보기로 했습니다. 6층 창고에서 오랫동안 묵은 사진 박스를 꺼내고 힘을 모아 4층 교실로 옮겼습니다.
사진을 하나하나 꺼내 보았는데, 액자에 사진을 찍은 날짜가 적혀있었습니다. 마을기록관에 가는김에 이 사진들을 기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진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꼭 갖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고, 마을기록관에 기증해서 걸어놓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볼 수 있으니까 그게 더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둘 다 참 예쁜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제 문앞까지만 갔었던 동사무소로 출발..
3층 마을기록관 앞에서.... "도대체 어떤 곳일까?" 아이들 표정이 그렇네요.
김부련선생님이 아이들은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전시된 기록물들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십니다.
4. 마을기록관을 나와 우리는 마지막으로 대천마을학교에 갔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자주 드나들어서 마치 우리학교인냥 익숙해서 그런지.. 사진 찍는 것을 잊었습니다. 아이들도 마치 우리학교 강당에서 놀듯이 놀이감을 가지고 편안하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학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번주 마을 만나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번외-유머코너>
아이들과 함께 있다보면 예기치 못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이번주에는 두 가지가 생각나네요.
1. 사물을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본 모습이라면서 진샘이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그린건지 맞춰보라고 퀴즈를 냈습니다. 진샘은 그림을 그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이건 실제보다 확대된 거야." 그러자 아이들이 갑자기 진심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합니다. "학대하면 안돼요." "동물학대, 아동학대는 나빠요"라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ㅎ
2. 어느날인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다함께 신발을 갈아신는데.. 목마를 신발장에 걸어둔걸 진샘이 발견했습니다. 진샘이 그걸 보고, 다소 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누가 이걸 여기에 걸어두었나? 놀고나면 제자리에 갖다 둬야지" 그러자 장본인인 우영이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선생님.. 이건 손님용이에요."라고 말하는 바람에.. 모두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ㅎ
<한주를 보내며...>
이번 주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무척 빠르게 지난것 같습니다. 이번 주를 보내면서 얻은 여러 배움과 여러 생각들 중에서 오늘은 리듬활동에 관해서만 말해보려고 합니다.
저도 오랫동안 교육의 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만, 참빛에 와서야 '리듬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듬활동이란 쉽게 말하면 반복적인 루틴같은 것인데, 그것이 배움에 있어서 어떤 점에서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실제로 리듬활동이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지, 참빛에 있는 동안 계속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진샘에게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진샘은 아이들이 배움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안정감'이 필요한데, 반복적인 리듬활동이 아이들에게 그런 안정감을 줄수 있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3주간을 통해서 리듬활동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작용을 하고 있는지 관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주에는 아침인사도 날씨와 날짜 말하기도 뉴스타임도 아이들이 아직 리듬을 갖지못해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런 어색함이나 어려움들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두번째 주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모든 리듬활동에 금방 익숙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샘은 그런 상태를 확인한듯, 이후 한두개씩의 리듬활동을 추가했는데, 한번 붙은 리듬감때문인지 새로운 활동에도 아이들은 큰 어려움없이 참여하는 것 같았습니다. 3주째가 되면서 아이들은 모든 리듬활동에 자신감이 붙어, 보고있자면 말그대로 마치 물흐르듯 모든 과정이 진행됩니다. 아침인사, 날짜 날씨 확인하기, 뉴스타임, 노래부르기, 몸을 움직이며 노래부르고 숫자 세기, 구구단 외우기, 리코더연주하기, 아침시 암송하기. 1교시의 첫 30분 정도가 이런 활동으로 끊김없이 매일 반복적으로 진행됩니다.
뉴스타임도 처음에는 교사가 한명씩 불러서 발표하게 했지만, 이번주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스로 손을 들고 나와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숫자세기도 틀리지 않고 더 많이 세어보려고 입과 발의 박자를 맞춰가면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리코더연주를 할때는 아이들이 무척 진지하지만, 구구단외우기를 할때는 신이나서 노래하듯 합니다. 처음에는 말로 다음에는 몸으로 또 다음에는 말과 몸이 함께, 어떤 것은 진중하게 또 어떤 것은 신나게... 이런 리듬의 흐름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모든 과정을 즐기는듯 보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러한 흐름 안에서 아이들이 많은 것들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특히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리듬활동 안에서 여러요소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배움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날짜와 날씨를 확인하는 일만해도 거기에는 수학적 요소 과학적 요소 국어적 요소 같은 것들이 구별없이 다함께 합니다. 아이들이 날씨를 설명하는 표현이 갈수록 섬세하고 구체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런 표현들을 단순히 국어적 요소라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때로 시가 되고 그림처럼 이미지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리코더 연주를 단순히 음악적 활동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리코더를 불면서 몸의 많은 부분을 섬세하게 작동시키면서 손가락을 비롯한 수많은 근육들을 발달시키기도 하겠지요. 우리의 삶이 통합적인 것처럼, 아이들의 배움도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리듬활동 뿐만 아니라, 삶교과 본활동들도 그렇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주에 진행한 '마을과의 만남'은 숫자나 길이, 거리, 크기 등에 대한 수학적 배움이나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 필요한 축척과 같은 개념, 혹은 마을의 역사나 지리적 환경 같은 것들도 배우게 하겠지만, 무엇보다 마을을 통해 어른을 만나고 인사를 나누면서 사람간의 정을 느끼는 것, 사람에게 받는 환대를 통해 긍정적이고 너그러운 마음을 키우는 것, 발뒤꿈치를 야무지게 바닥에 닿게하면서 자기 걸음에 집중하는 것과 같은 경험은... 특정 분과들의 단순한 종합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이번주에는 아이들의 리듬활동을 보면서 어떤 이미지를 그려보게 되었는데... 흐르는 리듬에 각기 다른 악기의 음조가 하나씩 하나씩 얹어지면서 더해지는 듯한, 그런 이미지입니다. 교실에서는 리듬활동이 순서대로 하나씩 진행되지만, 아이들의 마음이나 영혼에서는 그 각각의 활동들이 화학작용처럼 서로 섞이면서 마치 하나의 조화롭고 아름다운 교향곡을 듣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진샘은 모든 배움이 리듬활동처럼 되면 교사가 없어도 스스로의 동력으로 자연스럽게 배움이 일어나고 진행되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리듬활동을 하면서는 큰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배움이 즐거움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주에도 3,4,5학년 통합반 아이들이 각기 발달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반응들을 발견하고 관찰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고, 또 그것이 교사로서의 일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는 한주를 보냈습니다. 다음주에는 그것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한주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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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연재되는 웹툰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토요일 아침이면 연재될 재미난 글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미 책 한 편을 연재하고 계시군요~
사진 중간중간 보여지는 아이들의 진지한 눈빛과 호기심어린 표정을 보며 진샘이 지난 10여년간 그렇게 열심히 말로 설명해도 잘 와닿지 않아하던 ‘아이들로부터 시작되는 배움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전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고동선생님 덕분입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 속에서 이런 표정을 볼 수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서로 협동하여 마을까지 걷는 걸음수를 새는 모습이 그대로 상상되면서 아침부터 크게 웃었네요. 번외 유머도^^
열혈 독자가 되었습니다.
토요일 이른 아침에 또 글을 읽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니..감사합니다~
글이나 사진만으로는 실제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반도 담아내지 못하는것 같아..녹음도 하게되고..설명을 더하다보니 글도 자꾸 늘어나고 사진수도 많아지네요.
자꾸 길어지지 않으면서도 그 시간들의 정수를 실감나게 깊이있게 전달할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목이 부족하고 표현력이 달리네요.ㅎ
어쨌든, 마음에 부담없이 이 모든과정에 함께할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쁩니다.
다음주도 많이 기대가 됩니다~
하윤이가 월요일을 기다리고 있어요~~^^
재미난 지난 주를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네요. 아이들의 호기심이 가득 할 다음주를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