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잔치에 먹을것이 없다고 하더니 -- 기대반 실망반을 가지고 황매산의 버스에 올랐다.
3일 황금같은 연휴라서 비행기 표가 동이난지 언젯적인지 모른다고 하더니 우리 성산회 회원도 滿車를 하고
고속도로 한칸을 차지하며 질주한다. 아까시나무는 향기가 차창밖에서 흘러들어올 듯하는 착각을 일으킬만큼 탐스런 꽃송이를 끌어안고 산야를 하얗게 물들이고 있다. 7시에 출발했지만 11시 30분에 도착. 경남 산청 장박리...
장박리에서 975봉까지 숨가쁘게 올라간다. 가뭄탓인지 흙먼지가 눈앞과 콧구멍을 어지럽게 한다. 다른 어떤 단체보다도 산악회 모임이 가장 단백하다고 하더니 성산회도 예외는 아닌듯. 46명이 움직이지만 어떤 불평도 없이 대장님의 안내에 잘 따르며 오른다. 새벽3시에 일어나 쌓았다(?)며 재무께서 차안에서 나누어주신 김밥을 먹었지만 다리에 힘이 빠진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배가 고프면 정신이 없어진다. 1시 30분 헬기장의 마른풀위에서 봄햇살을 반찬삼아 맛있는 식사를 하고 일어서니 꿈에 그리는 철쭉 군락지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언젠가 지리산 바래봉에 갔다가 철쭉이 동상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는데 황매산에 활짝 만개된 철쭉들의 모습은
앞으로 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할 정도이다. 합천에 내려갈때까지 3군데의 철쭉 군락지가 있다는 설명에 따라 애써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방에 펼쳐진 꽃동산은 환호 그 자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1108m 황매산 정상- 바위위에서 하늘을 벗삼아 사진도 찍어본다.
등산객의 숫자만큼 산은 아파하는지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황매산에서 부터 다시 펼쳐지는 황매평전을 지나 배틀봉에
도착한다. 뭉치면 이기고 산다는 진리처럼 이곳의 철쭉들도 군락을 이루었기에 이처럼 아름답지 않을까. 진달래는 참꽃이라 하고 철쭉은 개꽃이라고 하듯이 철쭉이 향기를 풍길수 있고 먹을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끝없이 펼쳐지는 철쭉속에 들어가 주름진 얼굴이지만 소녀처럼 웃으며 사진도 박아본다.
꽃에 취해선지 계속 내려온듯한 산행길이여선지 그리 힘들지도 않다. 베틀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단적연수비를 찍었다는 세트장을 멀리서만 바라보고 주몽에서 해모수가 죽었다는 세트장에서 사진도 찍으며 우리 대장님이 관광도 겸한 산악을 해주면 더욱 눈요기 거리를 많이 할건데 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목장길을 건너 합천에서 황매산축제를 하며 하얀 포장마차를 그림처럼 차려놓은곳에서 빈대떡도 먹으며 철쭉을 뒤로 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암괴석이 자리하고 있는 힘든 산악길을 올라 모산제에 도착했다. 모산제에서 바라다 본 황포돗대바위와 순결바위는 봄날에 천둥치는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황포돗대바위를 가는길목에 있는 무지개터에는 용마바위가 있는데 이곳에 묘를 쓰면 천자가 나와 부귀영화를 자손대대로 누릴 수 있지만 백성은 가뭄으로 흉년을 면치못한다고 해서 아직 이곳은 묘를 쓰지 못하고 있다 한다.
황포돗대바위에서 바라다본 순결바위!!
순결한 사람만이 들어갈수있다는 기암괴석이 삼라만상으로 펼쳐져 있는 순결바위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황매산의 한축을 장식하고 있다.
황포돗대바위에서 후들후들 떨리는 심장을 숨기고 철재계단을 조심스럽게 따라 내려온다. 난 무서워서 죽을것 같은데 모두들 아무렇지도 않은듯 내려오는걸 보니 내가 엄살이 많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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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가 넘어 주차장에 도착했지만(일부는 5시30분) 성질급하고 부지런한 몇명의 회원은 한 시간전에 내려와 있었다고 한다,
먼지를 너무 많이 뒤집어쓴 탓에 얼굴이 따가웠다. 그래도 이처럼 아름다운 철쭉을 황매평전에서 직접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감사했다
저물어져 가는 석양노을이 차창가에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6시가 다 되어 우린 출발했다.
다행히 10시 가량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전 한강에 갔는데 향기가 진동하는곳을 보니 발아래 싱그러운 토끼풀이 가득 보였다. 토끼풀에서 왠 향기냐고 하지만 풀향이 제법이다. 꽃반지와 팔찌를 만들던 옛날이 생각나 토끼풀을 뜯어 화관을 만들어 성모님 머리에 씌워드렸다. 하얀화관은 장미에 못지않다. 활짝 웃고 계시는 성모님을 보며 감사드리고 함께 한 모든 성산회 회원분들이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