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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특기인 게으름을 피우는것과 늦장부리는것에 익숙하다보니 벌써 해가 바뀌었습니다. 회원여러분의 가정에 운수 대통 하시기를 기원하며......
안테나는 준비가 되었는데 운용을 하기 전에 뭔가 확실하게 매듭을 짓고 염려를 붙들어 매둘 일이 하나 있었다.
당시 사원주택단지 아파트와 유치원 3곳 초등학교 2개 중,고등학교 와 쇼핑몰, 각종 편의 시설, 종합운동장,축구장 (현재 전남드레곤즈 전용구장)을 건설중이었다. 때문에 주택건설, 관리업무를 총무부에서 주관하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 동호인 중에 한 분이 근무중이어서 기안문을 작성하여 가지고 갔다.
제목 : 사원주택내 아마추어 무선사 회원 활동을 위한 안테나 설치허가 의 건.
항상 제목은 거창하게 내용은 미사여구와 수식어를 총동원하여 읽어만 보고도 핵심을 간파할 수 있게 하는것이 요령이다.
요지는 역사적인 86년 아세안게임과 88 올림픽을 앞두고 성공적인 수행을 위하여 선도적으로 홍보해야할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무선교신을 위한 안테나 설치를 허가 해 달라는 내용과 무선국허가장, 면허증 사본, 안테나설계 사본, 각서를 첨부했다. 각서는 공동주택임을 감안하여 안전, 전파방해, 미관상 민원이 있을 경우에는 하시라도 철거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직원이 VIP 내방이 많은데 묻기라도 하면 알고 계셔야 할것 같아서 기안을 올린것 입니다. 그래요, 하더니 두말없이 싸인을 해버린다.
자 이제는 목이 터져라고 CQ DX를 외치면 되는 것이었다. 당시 태양흑점 활동이 Cycle 22 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교신을 하다보니 겨우 물에서 목을 내밀고 주변을 살피며 익사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가까이에 JA국이 많아서 상시 교신이 되지만 진국이나 DX expedition국 이 나오면 좋은 장비에 고출력 Linear Amp를 쏘아 낚아체가버리니 거미줄 같은 세미한 내 소리가 들릴리 만무하다. 그 철벽을 넘어 DX교신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HL이 상당히 진국 대접을 받고 있어서 HL을 듣기만 하면 JA국 보다는 불러주어 100컨트리 달성을 목전에 두고는 더 이상 늘지 않고 정체 되어버린다. 교신이 끝나자마자 HL을 목타게 외쳐 30분 이나 한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한 국을 건지는 경험을 DX'er라면 누구나가 했을 것이다. JA국이 너무 극성이라서 어떤 국은 아에 JA station all stand-by. HL station please... pile up 속에서 HL을 듣고 불러주어서 당당하게 교신을 하면 그 기분이 일주일은 지속되는 것 같았다. 이제는 한계에 왔다고 느낄 즈음 이걸 탈피하는 길은 아마추어무선의 고속도로 라는 14Mhz 밖에 없다. 필기시험은 어찌 해볼수 있지만 CW실기 시험은 3분간 국문,영문 수신, 송신 분당 80부호를 극복해야 한다, CW, 전신은 혼자서는 불가능하고 교관과 마주 앉아 1:1로 6개월을 수련해야 하는걸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누가 시간을 내줄 것인가. 또 내가 의지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을지 말지, 막연히 해야하지, 해야지 하면서 시간이 가고 있을 때, 공간에 전리층이 형성되어 내가 전파를 발사하면 몇번을 반사해서 지구 반대편까지 날라 준다, Karl지 전파예보를 보고 조심스럽게 CQ를 내어 응답이 올때, 혀가 굳어지고 뒷말이 막혀 입이 바삭바삭 타들어 가도 기다려주며 Call sign, 신호Report,이름,QTH,QSL카드를 보낼것 까지 겨우 교신을 성공하게 해준 모든 DX국에게 감사드린다. Novice 국이라고 자진 신고하고 하지만 괜히 Ham 한다고 하더니 HL 망신만 시키는게 아닌지 움츠려들때도 있지만 이제는 내가 점령한 주파수에 대한 기득권을 지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가며 6개월을 훈련하니 pile-up이 일어나도 처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전에 서울시내 네거리에 신호등이 없을 때 교통경찰이 입에 호르라기를 물고 햐얀 장잡을 끼고 현란하게 고전무용하듯 밀려오는 Rush hour 차량을 막힘 없이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예술 이라고 까지 생각했다. 무선통신도 교통정리 하듯 막힘 없이 처리를 해야지 pile-up와중에서 언어가 된다고 Rug-chew를 하면 국제적인 야유를 피할 수 없다. 주파수 가까이에 휘파람을 불든가 PTT를 눌러서 방해를 한다. 단파대 통신은 전리층 공간상태가 계절별, 주야, 시간대별로 수시 변하기 때문에 많은 통신을 하도록 유도하여 경험을 통해서 베테랑 통신사를 육성하록 되어있다. 그래서 DXCC list 를 만들고 최다교신을 한 국이 영예를 차지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 그것이 어려울 수록 싸나이 도전 정신을 일깨워주고 존재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우리 모두 도전해보자.
내가 CQ DX Looking for Western Europe을 외치면 유럽국이 몰려 나오는데 이것은 HL카드 한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네 카드 한장이 있으면 HL 유효표가 추가되어 100컨트리 달성을 위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 갈증을 해소 시켜 줘야지, 100% 카드를 발행하고 있으니...
가장 간단한 교신은 상대 Call sign을 알고 신호Report를 보내고 확인하면 교신이 성립된다
예를 들면
CQ DX, CQ DX, beaming to Europe, looking for western Europe. This is HL4FBR QRZ ?
HL4FBR This is F1-XX
Roger F1-XX thanks for your calling, your signal report 5,9 QSO?
HL4FBR you also 5,9 QSL. Thank you.
Fine business good contact. see you again.
QRZ this is HL4FBR, QRZ ?
이렇게 5국 마다 상세 QTH와 이름,태금 Po-Box 2. 전남, S.Korea. 중간 중간 QSL 카드 information을 알린다. 마이크를 두번 왔다갔다 하면 한 국씩 교신이 이루어 지는데, 이렇게 카드를 갈퀴로 긁어담는 다는 표현을 쓴다. 무슨 재미가 있느냐 하면 카드를 받아보면 알게 된다. 각자가 디자인한 카드에 몇줄씩 기억에 남을 글을 남겨 각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이력이 쌓여간다.
HL의 새로운 국 이고 사서함을 쓰니 반드시 카드를 보내줄 것이라 믿고 내가 나올때쯤 기다렸다가 떼거리로 몰려 나오는 것 같았다. 주일에 한번 정도 우체국 사서함을 열고 20여장 쯤 항공우편 봉투를 가져다가 집에서 하나하나 개봉하고 확인하고 Log Book 에 기록하는데 그때 처음 알았다. HL처럼 진국카드를 요청하려면 반신 봉투에 주소를 써서 접어넣고 IRC 2~3매나 Green bill 이라는 미화 1달라 한장을 넣어서 정중하게 요청하는 것이라고, 즉석에서 내 QSL Card 를 기록하여 반신 봉투에 침을 발라 봉하여 우체국에 가서 IRC 1장이면 선편 1장 요금 상당의 우표한장을 주지만 한달이 걸린다. 그들이 기다릴 생각을 하면 가여워서 IRC 2~3장을 내밀면 항공우편으로 보낼수 있는 우표를 내준다. Air mail로 보내면 대부분 3일, 늦어도 1주일 이면 지구촌 어디나 도착했다. 이렇게 DX 묘미를 알아가던 중에 사건이 터진다.
역사적인 1타 2피 사건
88년 2월 20일 18:55분 부터 25분간 14국과 교신했는데 프랑스국인 것만은 확실히 기억된다. 당시 수기로 작성한 Log Book 기록을 보니 프랑스 국이 6국인데 전부 사서함으로 Direct 카드를 주고 받았다.
F2 BS, F6 DLM, F2 BX, F6BFH, FD6ITD 아마도 그 중의 한 국 일것이다.
Pile up 가운데 F2XX 5,8 QSO ? 했더니
HL4FBR your signal report 5.8 thank you, Mr Kee, Can we come down a little....exchange CW signal report ? Mr 기, 우리 잠시 내려가서 CW로 신호 리포트 교환할까?
듣는 순간 번개가 번쩍하는것 처럼 뒤통수를 강타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고 언제 skip이 될지 모르는 황금시간대 인데 나도 모르게
Now I'm preparing Morse Code, see you next time, many thanks. QRZ?
무질러 버리고 순간적으로 위기를 탈출하여 몇 국 더 건지니 스멀스멀 신호가 멀어진다.
아마도 자격지심일 것이다. 너 전화급 (SSB)면허지 ? 하는 것처럼 들렸다.
한참을 멍하니 마이크를 놓고 두뇌를 회전시켜도 이 사항에 대하여 어떻게 유권해석을 하여 받아들일지 도무지 료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F국은 훌륭한 무선사이고 지금 21Mhz에서 SSB 모드와 CW모드 100컨트리 달성 직전에 마침 연결된 김에 HL카드 두장이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메너 좋기로 유명한 DX'er들이 자기만의 유익을 위하여 Pile up 중인데 끌고 내려가서 1타 2피를 얻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만큼 꼭 필요했을 것이고, 나는 잠시 21,150 CW band에 QSY해서 대응하고 올라왔다면 좋겠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해도 좋은지, 양해를 구할 언어구사 능력도 안되고 또 CW도 준비중이라고 했지만 아직 할까, 말까 머리속에서 맴도는 정도라서 그리 얼버무리고 말았다.
마이크 잡기도 심드렁하고 1주일을 앓은 후에 결정을 했다.
백성을 어여삐녀겨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들었는데,백성이 원하면 임금님이 변해야지, 좋다. 내가 한다
그리고 생애 두번째로 주먹을 꽉 쥐고 어금니를 찔끔 캐물었다. 웬쑤CW정복을 위하여!.첫번째는 나중에
제2급 아마추어 무선기사 면허 취득 2개년 계획 일정표를 그려 붙이고 표독스럽게 매진한다.
부호암기 1주일, 국문수신 1일 10분 5분쉬고 10분, 매일 20분 수신.
1년간 80부호 달성후
알파벳 부호암기 1주일 수신은 국문과 동일 1년간 80부호 달성.
면허 시험 응시. 필승 !
한달 후에는 모든 간판, 신문, 큰 글씨는 모조리 돈쓰돈돈, 돈돈쓰, 스돈스 돈돈돈돈 스돈스돈 돈스.
HL국 끼리 CW교신은 선별하여 녹음 테이프를 만들어 차가 시동만 걸리면 자동 모르스 부호 수신.
2년 후에 응시했으나 실기에서 낙방, 필기 합격후 실기 2회 응시가 가능하여 무지막지 매달렸으나
보기 좋게 낙방, 다시 다음해에 도전, 필기 합격, 실기낙방, 마지막 기회 실기에 합격 한을 풀었는데 이건 내 실력이라기 보다 체신청 공무원들이 매번 낙방하니 얼굴이 알려져 오직 불쌍해서 구제해준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신 시험은 면허를 내 줄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떨어뜨릴려고 하는,가능한 한 면허를 안내주려는 시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분당 100부호는 되었지 싶었다.
분단의 현실 때문에 이해는 되었다. 아마추어무선국은 자꾸 느는데, 감시국의 예산, 감청 장비, 인원을 증원, 대응해야 하지만 당시는 모든게 빈약했기 때문에 내가 모진 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무릇 가치가 있는 것은 그만한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법.그 고비를 넘기고 나니 당당하게 QSL Card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교관이 없이도 마음 먹기에 따라 할 수있다. 요즘처럼 좋은 녹음기, 스마트폰에 녹음파일을 넣고 언제 어디서 든지 수신이 가능한데 못 할것이 무엇인가.
단순히 전신교신 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정보의 흐름을 읽고 세상을 밝히 보며 자신있게 살수있다.
케냐의 세계 자연동물원에는 유명한 동물학자,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다.
거기서 수 천년 생을 이어가는 동물은 가장 강한놈도, 가장 빠른놈도, 영리한 놈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는 글을 읽은 적이있다. 4차산업으로 사물인터넷,빅데이터,융복합산업의 거대한 물결이 5년 안에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아는 것은 힘이다. 정보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을줄 알아야 한다. 전광석화같은 디지털 만능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이 구식만이 아니고 어쩌면 대안이 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최후의 아날로그 인생이라고 자처하는 이 사람이 CW를 다시 살렸으면 하여 생각나는데로 시간나는데로 타이핑했습니다. De HL4 FBR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