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동 짬짬교리
(전례교육 짬짬교리를 시작하며) “미사의 값”
‘미사의 값’이 얼마나 될까요? 룩셈부르크의 아주 조그마한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입니다. 어느 날 마을의 산림을 보호, 감시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산림감시대의 대장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정육점 주인을 찾아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어떤 화제를 두고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남루한 옷차림을 한 초로의 부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정육점 주인은 잠시 이야기를 중단하고 무엇을 원하느냐고 부인에게 물었습니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겨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어, 고기를 조금 얻으려고 왔는데 돈이 없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된 산림감시 대장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친구인 정육점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부인이 고기를 조금만 거저 달라고 하는 모양인데 얼마만큼 고기를 줄 셈이요?" 그러나 정육점 주인은 뒤통수만 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부인이 정육점 주인에게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혀 사정을 하였습니다. "고깃값을 드릴 형편이 못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그러나 당신을 위해 미사참례를 하겠어요. 그러니 고기를 조금..." 사실 산림 감시대장과 정육점 주인은 신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종교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부인의 말을 듣는 순간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깃값 대신 미사참례를 하겠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정육점 주인은 면전에서 야박하게 거절하기가 곤란하여 반농담조로 말했습니다. "그래요, 저를 위해 미사참례를 하고 다시 우리 가게에 들리시구려. 미사의 값만큼 고기를 드리도록 하지요." 부인은 가게를 나선 후 곧장 성당으로 가서 미사참례를 하고 다시 정육점에 들렸습니다. 정육점 주인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정말로 다시 오셨군요. 정말 저를 위해 미사참례를 하셨나요?" 부인이 종이쪽지를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거기에는 "당신을 위해 미사참례를 했습니다.(본당신부)"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정육점 주인은 살다 보니 별 희한한 일을 다 겪는다고 입속으로 말하며 저울의 한쪽에 부인이 내민 종이쪽지를 올려놓고, 다른 한쪽에는 장난삼아 아주 작은 뼈를 하나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저울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작은 뼈를 내려놓고 대신 엄지와 집게손가락 끝으로 한 점을 고기를 집어 저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종이가 놓인 쪽의 저울은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처음에 부인의 말을 듣고 비웃었던 정육점 주인과 산림감시 대장은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번에는 큰 덩어리의 고기를 덥석 집어 저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저울은 처음 그대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혹시 저울이 고장 난 것은 아닌가 하고 저울의 위아래를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저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는 약간 빈정대는 말투로 "착하신 부인, 저울이 꼼짝도 하지 않으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요? 큼지막한 양고기 다리라도 통째로 올려놓으라는 건가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저울에 올려놓았던 큰 고깃덩어리를 내려놓지 않은 채 양고기 다리를 겹쳐 놓았습니다. 그러나 저울은 처음에 종이쪽지를 올려놓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정육점 주인은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처음에 부인을 경멸했던 일을 깊이 후회하며 정중하게 부인에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라도 신앙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였습니다. 정육점 주인은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부인, 앞으로 부인이 원하시는 만큼의 고기를 매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모든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던 산림감시 대장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였습니다. 그는 신자가 된 것은 물론, 무엇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미사에 참례하였습니다. 아버지의 깊은 신앙생활을 곁에서 보며 자란 그의 두 아들은 각각 예수회와 예수 성심회의 사제가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산림감시 대장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그는 사제가 된 두 아들을 불러 놓고 간곡한 당부의 말을 하였습니다. 매일 하느님께 미사를 정성스럽게 봉헌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행여 게으름으로 인하여 미사를 집전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유언이었습니다.
미사는 분명 세속적인 값으로 매길 수 없습니다. 도대체 미사전례가 무엇이기에 우리 신앙인의 삶의 중심으로 삼고 그 힘으로 살아가라고 하는 것일까요?
<뒷면>
사순절을 맞이하며...
1. 사순 전례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의 기회를 갖게 되고 또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신앙인들은 전례를 통하여 더욱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많이 갖는다. 특히 사순 시기의 전례는 인생의 광야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허영과 위선에 가득 찬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듯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생활하기 위한 40일의 기간은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켜 신앙과 인간적 성숙의 바탕을 마련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세속적 유혹과 불안으로 인해 앓기 쉬운 신앙인의 자세를 사순 기간의 삶을 통해서 되찾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순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에 모든 신앙인은 “사람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창세기 3,19)는 말씀과 함께 머리에 재를 얹는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지점을 생각하고 거기에 비추어 자신들의 사람됨을 바로잡기를 요청받는다. 즉 세례 때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되찾아 바른 양심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사순 시기이다.
2. 사순 시기의 의미와 유래
부활 축제를 준비하기 위한 40일간의 기간으로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 전야제까지 계속된다.
사순 시기(40)의 의미는?
구약 성서에는
① 창세기에서 하느님은 악으로 가득찬 세상을 정화하기 위하여 40일 동안 비를 내리셨다.(창세기 6,5-7,22)
② 에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민족이 노예 생활을 벗어나 하느님이 약속한 땅에 들어가기까지 그들은 40년간 광야 생활을 하며 준비해야 했다.(신명기 29,4)
③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의 계명을 받기 위하여 40주야를 재를 지켜야 했다.(신명기 9,18)
④ 엘리야가 하느님의 산 호렙으로 가기 위하여 40일간을 밤낮으로 걸어야 했다.
신약 성서에는
① 예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40주야를 단식을 하며 준비를 하셨다.(마태 4,1-11)
② 그리고 예수께서는 부활하신 후 승천하시기 전에 40일 동안 제자들과 함께 머무르셨다.(사도행전 1,3)
앞에서와 같이 성서에서 나타나는 40이라는 수의 의미는 참회와 속죄로 우리 생활 전체를 혁신하고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합당한 준비를 하는 기간의 수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사순 시기 40일의 의미는 하느님에게서 멀어진 우리의 마음을 돌이켜 돌아오기를 초대하시는 하느님이 마련하신 은총의 시기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사순 시기에 우리가 조용한 마음으로 지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만, 결코 부정적인 시간이 아니라 희망에 부풀어 생명의 주님을 만날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40일이 되었을까?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현재와 같은 40일이 초대 교회로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① 박해 시기였던 초대 교회로부터 3세기 초까지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부활 전 2-3일간을 예수의 수난을 기억하며 지내던 것이 사순 시기의 전부였다. ② 그런데 313년 로마제국으로부터 신앙의 자유를 얻은 후 처음으로 열린 니체아에서의 공의회(325년) 이후 부활을 준비하기 위하여 40일을 지내야 한다고 정하게 되었다. 사순절이 40일로 정해진 후에도 초기에는 이 기간에 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차차 시간이 흐르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재를 지켰다는 생각, 그리고 대죄를 지은 사람에게 보속의 기회를 주기 위하여, 또 새로 세례 받을 사람들을 잘 준비시키기 위하여 사순 시기에 재를 지키게 된다. 이 기간에도 주일만큼은 주님의 부활 경축하는 시기라는 생각에서 재를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주일을 제외한 나머지 34일에다 전에부터 지켜 오던 성금요일과 성토요일을 포함해서 36일간 재를 지키며 지내 왔다. ③ 그 후 7세기경 교황 그레고리오 1세(재위 590-604)때에 온전히 간 재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어 이미 지켜 오던 36일에다 4일을 추가하여 지금과 같은 사순 시기가 확정되었다. 그래서 현재의 사순 시기의 ‘재의 수요일’로부터 시작되어 46일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