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공부하든 통번역대학원을 준비하든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번역과 에세이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다수는 번역과 에세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무조건 외우기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어휘력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혹은 문장 구조에 친숙해지기 위해서 외우는 것이 필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막가파식으로 외우는 것은 결국 막가파식 번역과 에세이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영어권에서 비교적 오래 살았다는 수강생이 한 분 있었습니다. '동 티모르'를 'Dong Timor'라고 번역하더니 '~라고 시사했다'의 '시사하다'라는 표현을 'do current affairs'라고 하더군요. word-to-word번역의 전형입니다. 기술적인 내용들을 번역할 때는 어느 정도 통하는 구석이 있고 컴퓨터 번역에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한데 막가파 번역의 한 종류입니다.
그래서 제 수업의 STEP1, 2, 3에서는 번역 혹은 WRITING을 할 때 '이미지 연상'을 특히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옛날 얘기 하나 하지요. 예전에 한 선비가 과거에 급제해 한 고을의 수령으로 내려가게 되었답니다. 부임 전 사당 참배도 하고 노모께 하직인사도 할 겸 고향을 찾았지요. 노모께 한 말씀 부탁하자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는 항상 참을 인(忍)자를 세 번만 생각하라고. 지당하신 말씀 명심하겠노라며 선비는 부임 길에 오릅니다."
위의 글을 읽고 번역을 해야 한다면 먼저 한국어를 읽고 머릿 속에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구수한 옛날 얘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갓 쓰고 두루마기 입은 점잖은 학자 타입의 남자가 과거 시험을 보고 급제를 해서 직위를 받아 타지로 떠나는 장면을 떠올려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번역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번역의 목표는 특정 언어를 읽고 느낀 바를 도착어에서도 그대로 혹은 최대한 비슷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비'를 영어로 번역한다면 'a scholar'정도가 될 것이고 '과거'를 영어로 옮기면 일종의 공무원 시험이므로 'a civil (service' exam'이 될 것이며 '급제했다'라는 것은 'passed'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Let me tell an old story. Once upon a time, a scholar passed a civil exam and was supposed to work as a governor. ~~" 라는 식의 영문 번역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를 연상해서 언어를 전환하는 방법은 제대로 된 통번역사들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동시통역하는 분들은 그 전환이 아주 빨리 이루어집니다.
일반인들도 방법만 제대로 익히고 훈련만 충분히 한다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반드시 통번역에만 사용되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가 그냥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머리 속에서는 번역을 합니다. 그 번역이 word-to-word가 되면 콩글리쉬가 되거나 아예 이해를 거부하는 문장이 나오는 것이고 이미지를 떠올리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면 비교적 자연스러운 영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첫댓글 좋은 내용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