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에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 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가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
내집
누가 나에게 집을 사주지 않겠습니까 ? 하늘을 우러러 목터지게 외친다. 들려다오 세계가 끝날 때까지 ..... 나는 결혼식을 몇주전에 마쳤으니 어찌 이렇게 부르짖지 못하겠는가 ? 천상의 하나님은 미소로 들을 게다. 블란서의 아르투르 랭보 시인은 영국의 런던에서 짧막한 신문 광고를 냈다. 누가 나를 남쪽 나라로 대려가지 않겠는가. 어떤 선장이 이것을 보고, 쾌히 상선에 실어 남쪽 나라로 실어주었다. 그러니 거인처럼 부르짖는다. 집은 보물이다. 전세계가 허믈어져도 내집은 남겠다 ......
한가지 소원
나의 다소 명석한 지성과 깨끗한 영혼이
흙속에 묻혀 살과 같이
문들어지고 진물이 나 삭여진다고 ?
야스퍼스는
과학에게 그 자체의 의미를 물어도
절대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
억지 밖에 없는 엽전 세상에서
용케도 이때껏 살았나 싶다.
별다른 불만은 없지만,
똥걸레 같은 지성은 썩어 버려도
이런 시를 쓰게 하는 내 영혼은
어떻게 좀 안될지 모르겠다.
내가 죽은 여러 해 뒤에는
꾹 쥔 십원을 슬쩍 주고는
서울길 밤버스를 내 영혼은 타고 있을지 않을까 ?
동창
지금은 다 뭣들을 하고 있을까 ?
지금은 얼마나 출세를 했을까 ?
지금은 어디를 걷고 있을까 ?
점심은 먹고 있을까 ?
지금은 이사관이 됐을까 ?
지금은 가로수 밑을 걷고 있을까 ?
나는 지금 걷고 있지만,
굶주려서 배에서 무슨 소라가 나지마는
그들은 다 무엇들을 하고 있을까 ?
길
가도 가도 아무도 없으니
이 길은 무인의 길이다.
그래서 나 혼자 걸어 간다.
꽃도 피어 있구나.
친구인 양 이웃인 양 있구나.
참으로 아름다운 꽃의 생태여 ----.
길은 막무가내로 자꾸만 간다.
쉬어 가고 싶으나
쉴 데도 별로 없구나.
하염없이 가니
차차 배가 고파온다.
그래서 음식을 찾지마는
가도 가도 무인지경이니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
한참 가다가 보니
마을이 아득하게 보여온다.
아슴하게 보여진다.
나는 더없는 기쁨로서
걸음을 빨리 빨리 걷는다.
이 길을 가는 행복함이여.
기쁨
친구가 멀리서 와,
재미있는 이야길 하면,
나는 낄낄 웃어 제킨다.
그때 나는 기쁜 것이다.
기쁨이란 뭐냐 ? 라고요 ?
허나 난 웃을 뿐.
기쁨이 크면 웃을 따름,
꼬치 꼬치 캐묻지 말아라.
그저 웃음으로 마음이 찬다.
아주 좋은 일이 있을 때,
생색이 나고 활기가 나고
하늘마저 다정한 누님 같다.
희망
내일의 정상을 처다보며
목을 뽑고 손을 들어
오늘 햇살을 간다.
일시간이 아깝고 귀중하다.
일거리는 쌓여 있고
그러나 보라 내일의 빛이
창이 앞으로 열렸다.
그 창 그 앞 그 하늘 !
다만 전진이 있을 따름 !
하늘 위 구름송이 같은 희망이여 !
나는 동서남북 사방을 이끌고
발걸음도 가벼이 내일로 간다.
흰구름
저 삼각형의 조그마한 구름이,
유유히 하늘을 떠 다닌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을까 ?
아주 천천히 흐르는 저것에는,
스쳐 지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바람이 부는 곳으로,
구름은 어김없이 간다.
희디 흰 구름이여 !
구름에게는 계절이 없다.
어느 계절이든지,
구름은 전혀 상관않는다.
오늘이 내일이 되듯이
구름은 유유하게 흐른다.
꽃은 훈장
꽃은 훈장이다.
하느님이 인류에게 내리신 훈장이다.
산야에 피어있는 꽃의 아름다움.
사람은 때로 꽃을 따서 가슴에 단다.
훈장이니까 할 수 없는 일이다.
얼마나 의젓한 일인가.
인류에게 이런 은상을 내린 하느님은
두고 두고 축복되어 마땅한 일이다.
전진을 거듭하는 인류의 슬기여.
행복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없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
고향
내 고향은 경남 진동.
마산에서 사십 리 떨어진 곳
바닷가이며
산천이 수려하다.
국교일년때까지 살다가 떠난
고향도 고향이지만
원체 고향은 대체 어디인가 ?
태어나기 전의 고향 말이다.
사실은 사람마다 고향타령인데
나도 그렇고 다 그런데,
태어나기 전의 고향타령이 아닌가 ?
나이들수수록 고향타령이다.
무로 돌아가자는 타령 아닌가 !
경남 진동으로 가잔 말이 아니라
태어나기 전의 고향 ------무로의
고향타령이다. 초노의 절감이다.
소능조(小陵調)
40년 추일에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
생각하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구름
하늘에 둥둥 떠있는 구름은
지상을 살피러 온 천사님들의
휴식처가 아닐까.
하나님을 도우는 천사님이시여
즐겁게 쉬고 가소서
잘되어 가더라고 말씀하소서.
눈에 안 보이기에
우리가 함부로 할지 모르오니
널리 용서하소서
나의 가난함
나는 볼품없이 가난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부족하지 않다.
내 형제들 셋은 부산에서 잘 살지만
형제들 신세는 딱 질색이다.
각 문학사에서 날 돌봐주고
몇몇 문인들이 날 도와주고
그러니 나는 불편함을 모른다
다만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가난해도
나는 가장 행복을 맞본다.
돈과 행복은 상관없다.
부자는 바늘귀를 통과해야 한다.
막걸리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 ( 한 되 ) 사면
한 홉짜리 작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달에 한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 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
참새
참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날아와서
내 방문 앞에서 뜰에서
기분좋게 쫑쫑거리며 놀고 있다.
저것들은
친구인가 부부인가 ?
하여튼 아주 즐거운 모양이다
저들같이 나도 좀 안될지 모르겠다.
본능으로만 사는 새들이여 참새여
사람은 이성이니 철학이니 하여
너희들보다 순결하지 못하고
아름답게 기쁘게 살 줄을 모른다.
시냇물가 - 2
풍경이 아름답게 펴진 것은 인류의 운명이다.
이 운명의 상한체는 별이고,
하한체는 지구의 한복판에 이른다.
강물과 계곡은 이 풍경의 핵이며
유동하는 지구 표면의 절색이며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용기를 주었다.
별과 지구는 이 우주의 한 부분이고
강물과 계곡은 미색이고
바다는 이 지구의 철학인 것을……
첫댓글 하늘마저 다정한 누님 같은 기쁜 날 되세요 ㅎㅎ
와우 힘 !!!
陵 : 임금이나 왕의 무덤
調 : 1.악곡에서 어떤 한 음이 으뜸이 되고 다른 여러 음이 그 으뜸 음에 대하여 종속적 질서를 유지하며 배열되는 원리
2.품격을 높고 깨끗하게 가지려는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