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에 살면서 많은 구별짓기를 경험한다. 스스로 구별짓기도 하면서 누군가에 의해 구별당하기도 한다. 구별짓기는 포함과 배제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배제의 논리는 곧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대 사회는 ‘혐오의 사회’로 정의할 수 있다. 이념, 세대, 성별, 학벌, 종교 등으로 상대방을 규정하고, 나와 맞지 않는 타자에 대해 배제하고 혐오하는 경향이 짙다.
차이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 우열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또한 같은 이념이나 세대, 성별, 학벌, 종교에 속한 사람들이, 같은 집단이기에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잘못된 일반화도 주의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선비정신과 화쟁사상이 주는 의의를 제시해보겠다.
선비는 자신의 인격을 성실하게 연마하고, 사회적 갈등 문제를 바르게 진단하여 지혜롭게 치유할 수 있는 인간이다. 선비는 ‘품격 있는 사회’를 이야기하며, 이러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혼자만 기뻐하지 않고 더불어 즐거워한다고 주장한다. 품격 있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과시하거나 상대의 단점을 비난하지 않는다.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확장하여 균등한 공동체 사회의 건설을 추구하고, 나눔과 모음을 통하여 평화로운 어울림의 문화를 형성한다. 선비는 이러한 공공의 의로움이라는 건강한 욕망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원효의 화쟁사상은 당시 불교계에 쟁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집착 때문이라며, 마음의 근원을 향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원효의 주장이 담긴 사상이다. 원효는 그 어느 교설이나 학설을 고집하지도, 버리지도 않았고, 그는 언제나 분석하고 비판하고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논리를 융합하여 보다 높은 차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 화쟁사상은 서로 같은 점을 강조하여 소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점까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다르다‘는 사실에 대한 긍정으로부터도 ’소통‘을 이끌어내는데 특징이 있다. 곧 다른 점과 같은 점의 동시적 긍정을 통해서, 한쪽에 치우쳐서 집착하는 견해를 논파하는 데 사용된 독특한 논리전개 방식이다.
이러한 선비정신과 화쟁사상은, 구별짓기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서 현대인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차이‘는 물론 부정할 수 없지만, 이러한 차이로부터 비롯된 갈등 및 혐오가 아닌, 같음과 다름의 동시적 긍정에서 비롯된 어울림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