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31일, 수요일, Bonito, Albergue da Juventude (오늘의 경비 US $22: 숙박료 20, 택시 10, 점심 7, 관광 13, 식료품 5, 전지 11, 환율 US $1 = 3 real) 방 값에 포함된 푸짐한 아침을 잘 먹었다. 어제 만나 Mike 와 Zulma 부부와 함께 오전에 관광을 가기로 했는데 늦잠을 자는지 나타나질 않는다. Zulma가 브라질 사람이라 같이 다니면 언어 문제가 없어서 좋을 것 같다. 그 동안 조금 배운 포르투갈어는 스페인어와 비슷하다. 그러나 브라질 포르투갈어는 포르투갈의 포르투갈어와는 다르다고 한다. 브라질 포르투갈어는 원래의 포르투갈어와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언어, 원주민 인디언들의 언어, 그리고 유럽에서 이민 온 여러 나라 사람들의 언어들이 섞여서 만들어진 "짬뽕" 언어란다. 그래도 포르투갈어는 스페인어와 많이 비슷하다. Onde-donde (어디), tempo-tiempo (시간), quero-quiero (원하다), nome-nombre (이름) 등에서 보듯이 포르투갈어는 스페인어에서 자음이나 모음이 하나 정도 생략되어서 만들어진 것 같다. 어쩌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의 차이는 50년 전의 서울말과 경상도 사투리 차이보다도 적을지도 모른다. 포르투갈어는 써놓은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발음은 많이 달라서 듣는데 애를 먹는다. Rio가 “히우”로 발음이 되고 브라질 축구선수 Ronaldo를 아르헨티나 TV에서는 “로날도”라고 부르는데 브라질에서는 한국에서 하는 대로 “호나우도”라고 부른다. Mike 부부가 느지막하게 8시 반에야 나타났다. Mike 부부는 오전에 두 시간 짜리 관광을 갔다 오고 나와는 오후에 가이드가 필요 없는 Balnerio Municipal 관광을 함께 가기로 했다. Mike 부부가 오전 관광을 떠난 다음 나는 시내로 걸어서 갔다. 아침시간이라 그늘로만 걸으면 별로 더운 줄 모르겠다. 파라과이에서 깜박 잊고 못 바꾼 파라과이 돈을 바꿀 수 있을까 해서 이곳 은행을 찾아갔다. 중앙광장에 은행이 있다고 해서 중앙광장을 찾아가는데 아무리 가도 중앙광장이 안 나온다. 결국 시내가 거의 끝나는 곳에서야 중앙광장이 나왔다. 중앙광장이 시내 중심이 아니고 변두리에 있는 도시는 처음이다. 은행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파라과이 돈은 "나쁜 돈"이라 바꿔줄 수 없단다. 이웃 나라 돈을 "나쁜 돈"이라 부르는 것을 보면 파라과이를 매우 깔보는 것이 틀림없다. 숙소가 시내 북쪽 끝에 있고 은행은 남쪽 끝이니 거의 4km를 걸은 셈이다. 이제는 제법 더워져서 다시 4km를 걸을 용기가 안 난다. 할 수 없이 비싼 돈 들여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은행을 찾느라고 고생만 하고 $30 정도 되는 파라과이 돈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았다. $30이면 하루 여행 경비가 충분히 되는 금액인데 아깝다. 이런 실수는 처음이다. 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별 실수를 다 저지른다. 점심식사를 숙소 음식점에서 오전 관광에서 돌아온 Mike 부부와 함께 했다. 저녁을 안 먹기 위해서 많이 먹어 두었다. Mike 부인 Zulma가 숙소 사무실 직원에게 부탁해서 마련한 차로 숙소에서 12km 떨어진 Balnerio Municipal까지 타고 갔다. Balnerio Municipal은 매점도 있고 시원한 그늘도 있는 아담한 공원이다. Balnerio Municipal 공원에 있는 강물은 듣던 대로 아주 맑아서 강바닥까지 환히 들려다 보인다. 강물은 물고기로 꽉 차있다. 사람들이 매점에서 파는 물고기 먹이를 사다가 던지면 물고기들은 먹이를 서로 먹으려고 덤벼든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에 들어가도 물고기들이 도망을 가지 않는다. 먹이를 바라서인지 호기심에서인지 1m 이내까지 다가와서 나를 둘러싸고 있다. 꼭 이곳 어린이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둘러싸고 쳐다보는 식이다. Mike와 Zulma는 물이 차다고 들어가지 않고 발만 담근 채로 고기들이 노는 것을 구경한다. 저녁 5시쯤 되니 날씨가 좀 선선해진다. 이곳의 명물인 macaw 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끽끽 소리를 지른다. 한참 있더니 땅으로 내려와서 땅에 떨어진 무슨 열매를 한발로 잡아 누르고 길쭉한 부리로 까먹는다. 밤 같은 열매인데 macaw가 깔 적엔 호두 까는 소리가 들린다. 주위에 사람들이 다가와도 도망도 안 간다. 전혀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내가 2m 정도 거리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날라서 내 머리 위에 올라앉아서 부리로 내 귀뿌리를 쫀다. 손으로 귀를 가리니 손가락도 쫀다. 다행이 아프게 쪼지는 않는다. 입 주둥아리로 밤도 깰 정도면 나를 공격하려고 했으면 충분히 상처를 냈을 수 있었는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Mike가 내 사진을 몇 장 찍는 동안에도 내 머리 위에서 계속 장난을 친다. Mike가 염려가 되는지 쫓으니 그때서야 근처 나무위로 날아가 버린다. 괴상한 새다. Mike가 찍은 사진을 나에게 보여주는데 재미있는 사진이다. Mike가 나에게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했다. Mike는 53세로 미국 Florida 주에서 두 살 때부터 살았다 한다. 이혼을 했는데 4년 전 유람선 여행을 하는 중에 브라질에서 온 Zulma를 만나서 사귀다가 지난 11월에 결혼하고 Florida 주에서 다니던 직장을 사직하고 Zulma가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브라질 Sao Paulo에 와서 살고 있는데 포르투갈어도 못하고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행지도 강물이 깨끗하기 짝이 없다 강물은 물고기로 꽉 차있다 사람들이 던진 먹이를 먹으려고 싸우는 물고기들 내 발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는 듯한 물고기들 내 머리에 올라왔던 Macaw 새가 열매를 까먹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