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3일, 금요일, Santarem, Amazon 강 (오늘의 경비 US $4: 맥주 2, 아침 3, 식료품 6, 환율 US $1 = 2.85 real) 어제 밤엔 잘 잤다.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발길질을 했던 예쁜이 소녀에게 웃는 얼굴로 오늘밤엔 조심해 달라고 몸짓으로 부탁했더니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정말 밤새 발길질을 안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페인어로 "아브리가도 - 고마워" 했더니 알아들었는지 웃는다. 갑자기 사람들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벌써 Santarem에 도착한 것일까? Lonely Planet에 Santarem까지는 2일 반 걸린다고 쓰여 있는데 Macapa를 떠난 지 하루 반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도착했을 리는 없는데. 그러나 Santarem이었다. 나는 Manaus까지 가니 짐을 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세수를 하면서 기다렸다. 옆자리에 있던 여자도 짐을 싸고 있어서 Santarem에서 내리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짐을 안 싸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3분의 2는 싸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Santarem에 내릴 리는 없을 텐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선장실에 가서 선장에게 물어보니 Manaus에 가는 사람들도 Santarem에 내려서 다른 배로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Macapa에서 배표를 판 여자가 Santarem에서 배를 갈아타야 하는 것 정도는 알려주었어야 할 텐데 너무했다. 나도 짐을 싸고 있는데 근처에 있던 히피같이 차린 백인 젊은 친구가 서투른 영어로 Manaus에 가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도 Manaus까지 간단다. 잘 되었다 싶었다. 이 친구만 따라다니면 Manaus까지 갈 수 있겠다. 잘 생긴 20대의 백인인데 한쪽 팔이 완전히 문신으로 덮였다. 이마에도 문신이 있었고 팔찌와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는 단정했고 옷도 수수했다. 자기는 스페인에서 왔는데 베네수엘라에 있는 친구를 잠깐 만나보고 코스타리카에 가서 일을 구하려 한다고 한다. 돈이 충분치 못해서 비행기로 못 가고 배와 버스로 간다고 한다. 그러니 나하고 베네수엘라까지는 여정이 비슷한 것이다. 이 친구는 스페인에서 Macapa까지는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으나 (배로 왔을까?) Macapa에서 Manaus까지는 배로 가고 Manaus에서 베네수엘라까지는 나처럼 버스로 가고 베네수엘라나 콜롬비아에서 배로 파나마로 가서 다시 버스로 코스타리카까지 간단다. 배가 Santarem에 정박하니 장사꾼들이 떼를 지어서 배로 올라온다. 한 친구가 나에게 "택시" 하고 다가온다. Manaus에 간다고 했더니 Manaus 가는 배는 멀리 정박해 있으니 택시로 가야한다고 자기 택시를 타라고 조른다. 우선 이 친구를 진정시켜 놓고 사정을 좀 알아보기 위해서 영어로 쏘아댔더니 이해를 못하고 잠깐은 조용해진다. 조금 전에 만났던 영어를 조금 하는 스페인에서 온 젊은이에게 물어보니 Manaus 가는 배에서 승객을 데리고 가려고 사람이 나와 있으니 (그 사람을 가리키며) 잠깐 기다렸다 함께 그 사람을 따라가자고 한다. 나를 지켜보고 있던 택시운전사는 내가 자기하고 갈 것 같지 않으니까 슬그머니 없어진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우산을 꺼낼까 하다가 다른 사람들을 보니 우산이나 우비를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냥 기다릴 뿐이다. 한 10분 지나니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딱 그친다.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이 배 밖으로 나간다. 나를 포함한 Manaus 가는 승객 4명이 데리러 온 사람과 함께 조그만 차를 타고 약 2km 떨어진 Manaus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갔다. Manaus 가는 배는 Macapa에서 타고 온 배와 비슷한 크기다. 옥상까지 3층인데 아래층에는 짐만 싣는지 2층으로 가라고 한다. 매점은 옥상에 있고 2층에는 벌써 7, 8명이 해먹을 치고 있었다. 오전 8시인데 오후 2시 출발이란다. 나도 해먹을 치고 매점에 가서 과자 두 개를 사서 끓는 물을 얻어서 커피를 만들어서 들었다. 지금까지 탄 배 음식은 그런 대로 먹을 만 한데 커피는 설탕을 미리 아주 많이 타서 나와서 맘에 안 든다. 그래서 나는 항상 뜨거운 물을 얻어서 가지고 다니는 커피로 블랙커피를 만들어서 마신다. 어제는 배가 어느 도시에선가 잠깐 쉬었을 때 배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을 지나가는 회색 돌핀을 보았다.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너무나 먼데다가 물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 1초 정도이니 제대로 찍을 도리가 없었다. Amazon 강에는 분홍색 돌핀도 있다는데 아직 못 봤다. 이 배의 음악은 정말 시끄럽다. 대형 스피커가 두 개 있는데 볼륨을 최고로 올려놓았다. 배 어디를 가도 음악 소리가 따라온다. 오늘 맥주를 사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주문을 받지 못 할 정도로 크다. 매점 직원이 볼륨을 내리고서야 주문을 받는다. 그리고는 볼륨을 다시 올린다. 음악을 왜 이렇게 크게 틀어 놓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인데 이 나라 사람들은 모두 반 귀머거리가 된 것인가? 내가 필요한 것은 완벽한 귀마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귀마개는 이렇게 큰 음악에는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 큰 음악도 안 들리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귀마개를 살 수 없을까? 오후 3시에 배가 Manaus로 출발했다. 떠날 때는 몰랐는데 배가 강 한 가운데로 나가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을 때 보니 Santarem에서 강 둘이 합치는데 Santarem 앞 강물은 맑은 물이고 배가 향하고 있는 강물은 갈색이다. 어제 Macapa를 떠날 때도 강물이 갈색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Santarem 앞을 흐르는 강은 멀리 남쪽에 있는 Pantanal에서 시작한 Tapajos 강이다. Pantanal에서 시작하는 강들은 지하수로 시작하니 강물이 맑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비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Amazon 강은 주로 흙산인 Andes 산맥에서 시작하니 갈색일 수밖에 없다. Amazon 강 지류는 수없이 많다. Manaus 근처에는 내가 얼마 전에 Porto Velho에서 배를 타고 온 Madeira 강과 북쪽 베네수엘라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 색깔이 흑색이라는 Negro 강은 그 중 큰 지류들이다. Amazon 강은 세계에서 제일 큰 강이라고 봐야한다. 길이는 아프리카의 Nile 강이 좀 더 길다지만 하구에서 잰 Amazon 강물의 양은 미국 Mississippi 강의 10배이고 전 세계 담수의 20%에 달한다고 하니 세계에서 제일 큰 강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Amazon 강 중간 정도에 위치한 Santarem의 Amazon 강폭은 10km는 족히 될 것 같고 서쪽으로는 수평선이 보인다. 바다를 다니는 배들이 페루의 Iquitos까지 올라간다니 Amazon 강은 정말 큰 강이다. Amazon 강변에 있는 도시로는 Manaus가 제일 유명하다. Amazon, Madeira, Negro 강이 합치는 Amazon 유역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앞으로 발전의 여지가 많은 도시다. 그러나 Manaus가 제일 유명했던 때는 19세기 말 고무 붐이 불었을 때였다. 당시에 Manaus는 세계에서 제일 부유하고 호화스런 도시로 알려졌다. Manaus의 부유층은 옷 세탁을 유럽에 보내서 할 정도였고 유럽이 바로 옆 동네인 것처럼 왕래를 빈번히 했다 한다. 저녁 식사가 시작된 것 같아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10여 명이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어서 내가 낄 자리가 있나하고 두리번거렸더니 한 친구가 손 고락으로 2층을 가리킨다. 2층으로 가라는 얘기다. 벌써 내가 포르투갈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라는 것을 다 아는 모양이다. 이상하게 생각이 되었지만 아래층은 화물이 반 정도 쌓이고 해먹도 10여 개밖에 안보여서 우리와는 다른 그룹 같기도 해서 2층으로 올라갔더니 막 호각소리가 나서 호각소리 나는 배 뒤쪽으로 갔더니 그곳에 우리의 식당이 있었다. 식사는 어제 다른 배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한 국수와 밥이 든 갈비탕이다. 점심을 굶어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배불리 먹었다. 갈비탕은 식탁 한 가운데 큰 그릇에서 담겨져 있고 각자 자기 그릇에 덜어서 먹는데 여러 번 먹어도 되지만 다 떨어지면 주방에서 다시 가지고 올 때까지 모두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좀 눈치를 보게 된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옥상에 올라가서 서쪽 수평선으로 해가 지는 것을 감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Macapa와는 시간이 한 시간 바뀌어서 오후 6시인데 벌써 일몰이다. 혹시나 내가 저녁을 못 찾아 먹었을까봐 저녁 식사를 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두 명이나 된다. 말들은 안 해도 내가 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 사람은 나 하나뿐이고 더구나 동양인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걱정을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여행지도 수상 주유소 Santarem에 도착해서 승객들이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열대 지방엔 어디나 흔한 바나나 배 주방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강변도시 Santarem Santarem 근처에서 맑은 물 강과 흙탕 물 강이 합쳐진다 쾌속정이 지나가고 있다 서서히 저녁때가 되어가고 있다 Amazon 강의 아름다운 일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