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9일, 목요일, Santa Fe, 무명 숙소 (오늘의 경비 US $10: 숙박료 11,000, 점심 9,000, 인터넷 4,000, 환율 $1 = 2,600 bolivar) 이 숙소에 묵고 있는 관광 가이드 Tony는 이 도시는 밤 9시 이후에 외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한다. 몇 년 전에는 안 그랬는데 Chavez가 대통령이 된 후로 치안이 엉망이 되어서 그렇게 되었단다. 배럴 당 수십 달러가 되는 오일 머니는 다 어디로 사라지는지 나라는 계속 엉망이 되어가고 있단다. 그래도 Chavez는 못 사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단다. 그들은 경제는 엉망이 되어가고 있어도 전 정부보다 Chavez 정부로부터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란다. 페루 어느 공원에서 만났던 사회운동가 생각이 난다. Chavez가 납치되었다가 풀려났던 사건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희망이 살아났다고 했었다. Chavez가 정적인 베네수엘라 군부에 의해서 납치되었다가 국민의 항의로 풀려났던 것 같다. 남미는 소위 우파와 좌파가 영원히 다투는 곳인데 우파가 잡으나 좌파가 잡으나 나라가 엉망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경제는 좌파가 잡을 때 더 엉망이 되는 것 같다. 남미에는 전 페루 대통령 Fujimori 같은 지도자가 필요한데 잘 나가던 Fujimori도 결국은 쫓겨나버리고 말았다. 그는 일본계 우파로 페루의 경제와 치안을 살렸는데 좌파에 의해서 쫓겨났다. 결국 남미는 사람들이 엉망이라는 말이다. 우파고, 좌파고, 잘 사는 사람들이고, 못 사는 사람들이고, 모두 엉망이란 말이다. 그 때문에 아무리 정부가 바뀌고 체제가 바뀌어도 엉망인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은 남미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몇 년 전에 한국과 세계를 잘 안다는 고교동창 둘에게 물어봤는데 한 동창은 한국은 언젠가는 남미처럼 될 것이라고 했고 한 동창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누가 옳을지는 두고 봐야하겠지만 두 번째 동창이 옳기를 바란다. 잠을 푹 잘 자고 오늘 아침 7시쯤 일어나니 방문밖에 뜨거운 커피 물이 있다. 숙소 주인은 오늘 Puerto La Cruz에 장보로 간다고 했는데 갔는지 안 보인다. 어제 커피 물을 부탁했는데 잊지 않고 준비해주고 간 것이 고맙다. 이 숙소는 40대 아들과 70대 어머니가 경영하고 있는 곳인데 어머니는 네덜란드 여자로 네덜란드에 살면서 1년에 2개월 정도 이곳에 와서 아들을 돕는단다. 두 사람 다 영어가 유창하다. 아들은 40대인데도 벌써 백발이고 어머니는 염색을 했는지 흰머리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부부인줄 알았다. 어머니에게 아들보다 더 젊어 보인다고 하니 아주 좋아한다. 방 앞 모래사장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바다 경치를 구경하며 책을 읽으니 한가롭기 짝이 없다. 그러나 불과 아침 8시인데 벌써 더워지기 시작한다. 카리브 해는 어디나 다 그런가? 내가 가봤던 카리브 해에 위치한 콜롬비아의 Cartagena, 벨리즈, 니카라과의 Corn Islands, 코스타리카의 Tortuguero 국립공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람만 좀 불면 살겠는데 안 분다. 그러나 시원한 방이 바로 옆에 있으니 불평할 것은 없다. 옆방 미국 젊은이들 중 둘은 아직 자고 있고 한 명은 내 옆에서 책을 보고 있다. 올해 대학을 졸업했는데 (다른 두 명보다 1년 빠르다) 1년 쉬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학위까지 하겠단다. 오늘 배를 타고 5시간 동안 섬을 돌면서 스노클링을 할 계획이라면서 나도 같이 가자고 한다. 나는 해변 그늘에서 쉬면서 인터넷이나 하는 것이 좋다고 사양했지만 아버지벌인 나를 초청해 주는 것이 고맙다. 오늘 날씨는 금방 비가 올 듯 한 기세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보다는 약간 시원한 것 같다. 이곳은 비교적 한가한 휴양지이다. 주말에나 근처에 있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단다. 외국 여행자들은 어떻게 이곳을 발견했는지 제법 많이 찾는단다. 한번 Lonely Planet에 오르고 평판이 좋아지면 배낭 여행객들이 꼬이게 되는 모양이다. 나도 미국 젊은이들도 그래서 찾아 온 것이다. 장기 체류를 하는 외국 노인들도 보인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생활비가 싸서 찾아 온 노인들 같다. 해변 모래사장에는 개도 보이고 닭도 보인다. 닭이 돌아다니는 해변 모래사장은 처음이다. 바닷게가 방까지 들어온다. 아침에 손바닥 크기의 게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내가 가까이 가니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구멍을 조금만 파면 잡힐 텐데 들어가기만 하면 안전한 줄 아는 모양이다. 인터넷을 한 시간 반 동안 하고 돌아오니 세 미국 젊은이들이 있었다. 배 엔진 고장으로 스노클링을 못 갔단다. 대신 카약을 빌리려고 3,000 bolivar를 누구에게 주었는데 나타나지 않고 있단다. 남미가 위험하다고 하는데 사실 미국의 대도시의 흑인지역은 남미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아마 남미에서 제일 위험하다고 하는 곳보다 10배는 더 위험할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한국은 참 안전한 곳이다. “Beautiful country, strange people." 숙소 주인의 어머니 네덜란드 여자가 이 나라를 두고 하는 말이다.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남미 전체가 그렇다. 자연은 아름다운데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500여 년 동안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이 숙소 주인 Miguel은 독일 여자와 결혼해서 20여 년 동안 베네수엘라에 살다가 최근에 이혼했다고 한다. 어쩐지 모습이 초췌해 보인다 했더니 그런 사연이 있었다. 여행지도 주말이나 근처 도시 사람들이 찾는 한적한 곳인데 배낭 여행자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많이 찾아온단다 물새들과 바다 바닷물이 무서운 모양인데 부모는 어딜 갔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