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언니의 고민
'선생님,선생님! 우리 물에 들어가서 놀아요. 빨리요,빨리.' 아직은 물이 찬데,미라(12·가명)가 물놀이를 하자며 손을 내밉니다. 보송보송해야 할 초등학교 5학년짜리 소녀의 손이 막노동하는 아저씨 손처럼 거칩니다. 갈라지고 짓물러 피까지 난 것이 꼭 주부습진 같습니다. 엄마 없이 집안 일을 하느라 생긴 상처인가 해서 눈물이 핑 돕니다. 손뿐만이 아닙니다. 몸 여기저기 상처들이 많습니다.
동네아이들과 함께 매실농장에 갔던 날,미라의 거친 손을 보았습니다. 키작은 나무에 달린 매실을 재미 삼아 쉬엄쉬엄 따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미라는 까치발에 배꼽까지 보여가며 열심히 매실을 땁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따냐고 하니 아버지 제사 때 쓰려고 그런다네요. 그 날 미라 때문에 두 번 코끝이 찡했습니다.
미라의 아버지는 3년전 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마저 그 1년 뒤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시고,하늘 아래엔 미선이(17·가명),미혜(13·가명),미라 이렇게 셋만 남았습니다.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고등학교 입학식을 치른 큰언니 미선이. 이쁘장한 얼굴에 노래진 머리색을 보고 혹시 무슨 잘못을 저질러 학교를 옮긴 건 아닌지 조심스레 물어봤더니,조금 아팠답니다. 말은 조금이었다는데,미선이는 돌아가신 엄마처럼 당뇨가 심해 항상 혈당측정기를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한달에 한 번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고,매일 집에서 인슐린 주사를 놓습니다. 배를 쓱쓱 문지르며 주사 놓는 건 이제 자기도 프로라네요. '니,주사 놓을 때 안 아프나?''언니도 참,당연히 아프지,그럼 안 아파요?' 라며 씩 웃고 마는 미선이. 남들 걱정할까봐 눈물 감출 줄 알고,돌아가신 엄마 아빠를 웃으며 추억할 만큼 미선이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든 미혜도,아토피로 온몸이 가려운 미라도 큰언니가 있어 세상이 그리 무섭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 노릇을 해야하는 미선이는 고민이 많습니다. 혈당측정기 소모품을 비롯해 당뇨치료 때문에 매달 10만원 이상을 생활비에서 빼놓아야 합니다. 주사바늘 꽂는 거야 눈 한 번 찔끔 감으면 되지만,아픈 언니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하는 동생들을 보는 게 힘이 듭니다. 어쩌면 일찍 하늘로 가신 부모님들은 세 자매에게 우애라는 큰 선물을 남겨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자매는 함께 있을 때 누구보다도 행복하답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우애만으로 버틸 수 있는 게 아니기에,세자매를 지켜보고 있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고지연·해운대구 반송2동사무소 사회복지사 계좌번호=부산은행 315-13-000016-3/사랑의 열매 051-441-9423~4 지난주 송인호 할아버지 이야기 39명의 후원자 162만7천400원 |
첫댓글 거의 5백만원의 후원금이 모아졌다는군요. 대학진학을 하고픈 미선이가 3년짜리 적금으로 부어두었답니다. 미선이가 꼭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