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여자 첫 선
드디어 날이 밝았다.
두그두그 두 근 서 근 너 근.........
사랑하는 아들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데려오는 여자인 예비 며느리가 오는 날이다.
‘키가 작을 까?’
그 생각은 아들이 오래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키가 큰 여자가 나한테 오겠어요?’
전화를 받고 대문을 열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아들은 여전히 볼 때마다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컬러풀한
머리카락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곁에 서 있는 아들의 처음 여자.......
“헉!”
나는 입이 벌어지는 것을 스스로 알아채고 기쁜 미소를 슬쩍 감추려고
엄지와 장지로 감싸고 끌어 내렸다.
신발도 단화인데 키가 크다. 아들보다 큰지도 모른다.
일단 맘에 들고 얼굴을 보니 거무스름한 피부에 미소도 예쁘고 수수한 복장에
어디선가 보았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다니던 직장에 사장님 조카가 가끔 놀러 왔는데 딱 모습이었다.
물들이지 않은 빛바랜 노랑 갈색 머리? 그 처녀보다는 더욱 진한 물들인
긴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머리카락은 두 사람의 이미지가 같아 딱 보아도 한 쌍이요 그 현란하고 우아함은(?)
꼬리를 막 펼치려는 공작이었다.
“안녕 하세요.”
인사를 들으며 맞아 들였고 우리가족들은 빙 둘러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아내가 물었다.
“키가 몇이야?”
몇이라고 했는데 아내는 곧이듣지를 않았다.
아들보다 분명히 큰 키로 보았는데 아들을 생각해서 낮추어 말한 ‘깊은 배려’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계속 물었다. 마치 두 증인을 불러놓고 하는 청문회 같았다.
“여 친이야 아니면 확실하게 결혼할 사람으로 친척들에게 소개해도 되는 관계야?”
“예”
그렇게 예비 며느리가 되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결혼식과 상견례 등등도 이야기도 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견으로 접점을 찾지 못했으나 더 긴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식사 시간이 되었다.
예비 며느리는 갈비찜도 야무지게 뜯는데 만혼의 나이에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여유 있는
모습자체였고 이것저것 맛있게 먹으며 한 술 더 떠 아들로부터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해외 토픽' 같은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어머님 음식 솜씨가 좋다고 하시던데 진~짜 맛있어요.”
‘아니 무 뚝뚝이가 제 여친한테 그렇게나 큰 자랑을 했단 말인가?’
정작 인사를 온 예비 며느리는 먹성 좋은 점심을 먹는데 진짜 며느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사람이 바뀐 모습이라 모두들 웃었더니 순진해서 더 이상 함께 식사를 못하고
웃으며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식사를 마치고 예비 며느리는 아들의 비화를 하나둘 들려주었다.
“작년 추석에 일본 여행 하셨지요?”
“응? 그런데”
“그때 저 터미널 까지 나왔는데 인사를 할까 했다가 여행전이고
자리가 그런 자리가 아니라고 해서 그냥 갔었어요.”
“헉, 그럼 1년 전부터 사귀고 있었어?”
아내와 온 가족은 입이 절로 벌어졌다. 그러나 다음 이야기는 입을 더 크게 벌렸다.
“정식으로 사귄지는 2년도 넘었어요.”
“헐!”
아내는 그때서야 아들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명절에 아들이 다녀 갈 때 포옹을 하며 볼에 키스를 해주었는데
‘연인이 생기면 그때부터 하지 않을께 거부해라’는 약속을 깨고
언제부턴가 거부하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물었다.
“그럼 그때 여친이 생겨서 그랬냐?”
“.......”
아들은 묵묵부답 결국 대답을 듣지 못하고 미루어 짐작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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