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사연.. 2. <사할린동포 김경순 님의 소식을 접하며> (남, 50대) 12/14 수
이병일, 러시아 사할린한국교육원장 이병일
사할린 동포가 2020년에 이어서 3년째
KBS한민족방송 체험수기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주)국악신문 10월 16일자 기사를 받고서
너무나 기뻐서 만세를 불렀습니다.
사할린 한국교육원생인 김경순 여사가 수상을 했다는 것은
사할린 동포들의 큰 경사이기 때문입니다.
사할린 한국교육원이 주최하는
"2022년 제24회 한민족 수기대회”에서 사할린 한국교육원의
장수 수강생인 김경순 님(71세)이 지난 4월에
자작시 가사를 보여 주셨습니다.
가수 조용필 님의 ‘그 겨울의 찻집’ 곡의 가사에 맞추어 쓰신
'노가바, 즉 노래가사 바꾸기 가사인데,
일반적인 고국의 외면 속에 사시는
사할린동포 2세의 심정을 그대로 담은 가사였습니다.
가사에는 사할린 1세와 2세들의 디아스포라가 서린
가족사에는 뼈아픈 그리움이 절절했습니다.
그리고 7월 경에 또 한 편의 가사를 보내셨습니다.
‘칠갑산’ 노래에 맞춘 가사였는데,
한 맺힌 눈물이 총총히 박힌 이별의 가족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노래를 불러서 녹음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가사에 부쳐서 노래를 부르려고 연습하려고 하다가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목이 메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경순 님의 큰오빠는 1940년 10살 때
일제의 강제 징용으로 사할린으로 떠나신 부모님과 헤어져서
배 떠난 부두에서 망연자실한 큰오빠의 심정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12살에 부모를 떠나 서울 숙부댁으로
유학을 가던 장면이 겹쳐지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녹화를 하는 내내 목 메임을 추스릴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하늘길이 열려
50년 후 어머니는 병드신 채, 아버지는 연로하신 채
휠체어를 타고 한국을 방문해서
꿈에도 그리던 장남을 상봉하시고 사할린으로 돌아가서
몇 달 후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서 가셔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그리고도 또 이산과 이별을 겪고, 다시는 못 만나 보시고
세 분 모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런 기막힌 이별과 짧은 재회,
그리고 생이별한 비극의 이야기입니다.
김경순 님이 겪었던 부모님의 기억,
큰오빠에게서 들은 그 수많은 하소연들이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 글짓기를 해보시라고 했는데,
이 글이 조국에서 대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사할린 동포들를 위로하는 치유가 되어
제 마음도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내년에도 사할린 동포들과 교육원생들이
많이 참가하기를 바랍니다.
귀중한 많은 체험수기와 이야기들이 있지만,
KBS한민족방송과 수상의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사할린 동포 2세분들의 애환이 더욱 많은 글로 표현되어
기록으로, 역사로 남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편지사연 2. <후회> (, 대)
김경민, 중국 요녕성 심양시소가툰구조선족중심소학교 5학년
**선생님-김용필
(선생님) 오늘 공부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 바쁘게 용수철 튕기듯 일어나
쏜살같이 거리로 뛰어나갔다.
빨리 집에 가서 텔레비죤을 보겠다는 생각이다.
(김경민) 택시, 택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세웠다.
(엄마) 경민아, 오늘 집에 가서
고등어 졸임이랑 계란말이 해줄게.
엄마의 저녁 메뉴에 더 신이 났다.
(택시기사) 도착했습니다.
우리를 태운 택시는 어느덧 우리 아파트 어구에 도착하였다.
(엄마) 경민아, 택시료금 몇 원이지?”
(김경민) 8원이에요.
(엄마) 8원?
엄마는 중얼거리면서 20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글쎄 2원만 찾아주는 것이었다.
(김경민 독백) 어? 10원이었나? 엄마가 20원 준 것 같은데…
아니야. 기사아저씨가 잘못 보지는 않았을 거야.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2원을 받아 엄마한테 드렸다.
(엄마) 경민아, 아까 엄마가 몇 원 주었니? 20원 아니니?
열쇠를 꺼내던 엄마가 물었다.
(김경민) 20원 같은데…
(엄마) 김경민, 왜 똑똑히 보지 않았니?
너 때문에 돈 10원을 허망 날렸잖아.
엄마가 화를 내셨다.
(김경민 독백) 엄마가 잘 보지 않고 왜 날 보고 야단이지?
엄마의 비평에 나도 억울했지만
입을 잘못 열었다가는 더 혼날 것 같아 꾹 참았다.
(김경민 독백) 10원이면 학원에 한 번 더 갈 수 있는 돈인데…
아깝다. 아까 좀만 더 찬찬히 보았더라면…
에잇, 성실하지 못한 택시기사 아저씨도 나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