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의 나라 봄내
이용희
요정의 나라 춘천에서 눈을 뜨면
달그락 달그락 봄의 문이 열리고
꽃나비들 공중 곡예를 따라 악장이 바뀐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을 마중하는 새
비브라토의 음자리가 꽃눈의 노래보다 붉다
봄을 뜯으러 나선 논둑길
바구니 속에서는 노란 풀잎들이 속살거린다
그네 줄에서 맴을 돌던 아이
어미 새와 술래잡기를 하던 고사리 손은
초가지붕 속에서 새알을 움켜쥔다
바람의 노래가 나침반을 돌려놓으니
연두가 손톱물을 들이러 따라오고
개나리가 입술을 뾰족이 내밀면
바람에 얼굴을 베일 듯한 복수초
봄내에서 면사보 面紗褓를 벗는 신부가 된다
하루
이용희
하룻밤을 자고 나니 하루를 잃었다
어젯밤 곁에 누웠던 하루가 떠났다
살아간다는 것은 잃어버리는 일
대문 밖에 나와 저녁별을 배웅하는 일
일기장 한 장씩 찢어나가는 일
오늘도 하루를 가슴에 안고
별 하나를 향해 금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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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 2020년 「시현실 」 신인상으로 등단.
저서 : 사진⦁시 자서전 「나는 때때로 넘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수필집 「 두 번 울던 날 」 외.
수상 : 제17회 전국여성환경백일장 장원
현, 한국문인협회 회원. 춘천문인협회 감사.시를뿌리다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