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위기와 한반도 평화 / 유라시아 랜드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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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위기와 한반도 평화 / 유라시아 랜드브리지

- 한반도 관통하는 평화와 경제회복의 다리 -

요나탄 텐넨바움 『EIR』 이코노미스트 / 편역 이종태 기자

IMF 사태 당시 보다 더 어렵다는 현재의 경제상황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일부 여론은 ‘노무현 정권’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으며, 이 같은 주장이 일부 사실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현재의 구조적 불황은 지난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경제가 본격적으로 세계화된 경제에 편입해 들어갔던 현상의 귀결이라는 것이다.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한국정부는 이 같은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에 적극적이든 수동적이든 적응해나가는 것 외엔 다른 도리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세계경제의 질서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어떤 것을 제시할 수 있을까.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예비후보인 린든 라루쉬의 대변인이자 미국 정치경제 전문지 『EIR』 이코노미스트인 요나탄 텐넨바움 박사는 자기 나름대로의 진단과 함께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의 건설’과 ‘새로운 브레튼우즈 체제’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하는 그가 지난 10월 31일 한국무역회관에서 열린 한국무역학회(KTRA)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와 신세계통화시스템」을 편역한 것이다.

대공황 보다 더 심각한 현재의 세계경제

세계의 미래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두 가지 주제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현재의 전 지구적 금융위기의 원인과 이에 대한 대안입니다.
두 번째는 유라시아(유럽 아시아) 지역의 경제가 이후 30여 년 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대전략입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유라시아를 잇는 랜드브리지(편집자 주 : 육로 다리)’ 혹은 ‘새로운 실크로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구가 밀집되어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발전한 지역인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다는 개념입니다. 유라시아를 잇는 통로는 초고속 교통시설, 발전소, 상하수 시설, 통신 시스템 등의 인프라(편집자주 : 산업․생활 기반시설)가 될 것입니다.

세계 각국은 지금 금융위기와 경제붕괴를 함께 겪고 있습니다.
이 위기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어쩌면 지난 1930년대의 대공황 보다 더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진행되어온 세계 경제․금융 시스템의 부패가 그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중반 미국 등 산업국가들은 ‘전통적인 경제관’을 혁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전의 전통적인 경제관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국가가 인프라(산업․생활 기반시설), 과학, 교육 등에 거대 규모의 투자를 하는, 산업지향적이고 조절(규제)되는 국민경제였습니다. 이 같은 경제정책이이 ‘다른 것’으로 ‘변화’하면서 위기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변화’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산업국가들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 및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장벽들을 제거하는 한편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산업․생활 기반시설에 대한 국가의 투자를 대폭 축소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시장의 세계화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이전엔 주로 생산적인 산업 부문에 투자되던 자금이 점차 부동산, 주식시장, 선물시장, 서비스 부문 등으로 옮겨가면서 투기화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부채 규모는 끔찍할 정도의 속력으로 폭발하면서 오늘날 지구적인 변동환율 체제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화폐로 평가된 주식, 부동산, 채권 등의 가치를 우리는 금융자산이라고 부릅니다. 이 금융자산은 세계적으로 계속 상승하는 경향입니다. 한편 총통화량도 금융자산 보다는 못하지만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물질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는데 필요한 실물경제(physical economy)의 성장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습니다. 돈이 실물경제와 연관을 갖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돈의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지만 ‘실물 경제’는 오히려 위축되면서 둘 간의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극소수의 사람들은 계속 부유해지는 반면 다른 계층의 생활수준이 계속 하락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금융이 실물경제를 먹어치우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전력시스템이 잇따라 붕괴한 현상은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투자가 선진국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같은 경향이 미국, 유럽 등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부 소수 국가들만이 예외일 뿐입니다.

한편 달러화의 가치가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터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미국의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적자인데,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는 재정위기까지 맞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 경상수지는 무역수지 + 무역외 수지. 무역수지는 상품수출입에 따른 수지이며, 무역외 수지는 대외투자의 이윤, 이자, 주식배당 등이다). 미국 정부가 해외나 미국민들에게 지고 있는 부채도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같은 달러화 가치의 붕괴는 (미국이 수출하는 상품가격은 내려가는 반면 수입품 가격은 미국내에서 인상되므로) 미국 수입의 급격한 저하로 이어져 유럽과 아시아,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경제위기를 격화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국가들은 이 치명적이고 구조적인 위기를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질병 자체는 방관하는 한편 몇가지 증상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심지어 재정긴축, 탈규제, 민영화 등을 통해 악화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려고 했습니다. 결과는 아주 나빴습니다.

대안은 유라시아의 전략적 경제협력

유일한 예외가 바로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입니다. 세계화와 탈규제를 날카롭게 비판해온 그는 지난 9월25일 유엔 연설에서 ‘세계적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제협약에 의해 환율은 고정되어야 합니다. 투기나 환율 조작에 의해 이윤이 발생하도록 방관해서는 안됩니다.”

국가 수반이 새로운 세계적 금융시스템을 요구한 첫 번째 경우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엔 다른 유럽과 아시아의 정부도 위기를 깨닫기 시작했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세계의 동쪽에서는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간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아세안 + 3’(한․중․일을 포함하는), ‘트라이앵글’(러시아-중국-인도) 등은 경제․금융 문제에 대한 협력, 새로운 통화제도, 거대규모의 인프라 개발에 대한 협력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가와 국가, 대륙과 대륙을 잇는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최근 시작되었는가 하면 이미 건설 중에 있습니다. ‘철의 실크 로드’(한반도-시베리아-중국 철도 연결), ‘메콩 개발 계획’(아시아 도로 네트워크), 쿤밍-싱가폴 철도 프로젝트, 킹하이-티벳 철도 링크, 나투-라 연결(중국-인도 간), 중국의 남수북조 공사 등입니다.

이 인프라들은 유라시아 차원에서 진행될 경제발전 붐(boom)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지난 10월 초 울란바토르 회의에서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는 역사상 최초로 한반도횡단철도에서 유럽에 이르는 화물수송을 성사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철도를 통한 화물 수송의 이 ‘시험적 운행’은 부산에서 서울, 평양을 거친 뒤 울란바토로를 통해 헬싱키에 닿게 됩니다.

북한이 동의한다면 이 운행은 한반도횡단철도를 통해 ‘철의 실크로드’ 혹은 ‘유라시안 랜드브리지(육로 다리)’를 완주하는 첫 시도이자 실질적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육로로 잇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국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할 수 있기 위한 ‘유럽식 뉴딜’ 정책으로 산업활동을 회복하자는 중요한 제안이 나왔습니다. 바로 EU의 의장국 이탈리아의 재무장관인 트레몬티의 ‘성장을 위한 행동계획’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유럽을 잇는 초고속 철도의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대규모 인프라 계획에 자금을 대기 위한 ‘새로운 유럽의 투자기구’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 같은 아시아와 유럽의 움직임은 고무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세계적 불황과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엔 부족한 면이 없지 않게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의 기본적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현재의 위기를 탈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 중 한명인 린든 러루시는 부시행정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안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러루시 선거캠프의 핵심 정책이기도 합니다.

첫째, 국내 금융시스템의 개혁
둘째, 거대 생산계획을 위한 새로운 국가 신용을 창출
셋째, 신기술과 새로운 인프라로 산업기반 전환

경제부흥을 위한 국가의 주권 재탈환

러루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다른 주요국 정부와 함께 (붕괴 직전에 있는) 금융시스템 통제에 나서야 합니다. 방안은 부실채무와 투기적 금융자산에 대한 동결 및 탕감, 파산 재조정, 새로운 세계 금융․통화 시스템 구축 등입니다. 이 같은 조치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44년 만든 바 있는 브레튼우즈 협정의 긍정적인 면을 포괄해야 합니다.

금융시장은 엄정히 규제되어야 하고, 환율도 (현재의 변동환율제가 아니라) 비교적 고정된 환율제도에 따라 조절되어야 합니다. 라루쉬는 또 이 같은 조치를 하려면, 우선 사적 투자자(기관)들이 국가의 중앙은행 시스템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각국의 ‘독립적’ 중앙은행들은 사실 독립적이지 못합니다.

중앙은행들은 오직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되어 주권을 가진 정부에 대해서만 독립적일 뿐입니다. 정부는 중앙은행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지요. 그러나 국민들의 복지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적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중앙은행을 실질적으로 종속시켜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에 위배됩니다.

우리는 미국혁명의 전통이기도 한 ‘국민적 은행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국민적 은행 시스템’이란 국민들에 의해 선출되어 주권을 가진 정부가 신용을 창출하고 또 전체적인 신용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방안이 실현되면 각국의 정부들은 국가간 장기 무역․투자 협정을 통해 연 1～2% 정도의 장기․저리 자금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금융투기가 아니라) 생산적 부문에 대한 (대내외적) 투자와 이와 연관된 ‘필수재’의 무역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러루시는 말합니다,

러루시는 또한 좋은 조건의 신용들을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하이테크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같은 투자의 핵심은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나 이와 유사한 아프리카, 미국 등지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가 미국이 적절하게 행동할 때를 앉아서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주권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와 국민을 수호하고 다른 국가와 협력하기 위해 힘이 닿는 한 주권국가 답게 행동해야 합니다.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의 결정적 역할

조금전에 새롭게 창출되는 신용을 집중 투자해야 하는 곳이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는 다음과 같은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는 (세계경제에서) 생산적 부문을 부활시키고 산업 수요를 늘리며 고용과 투자를 확장해야 합니다. 그 수단은 새로운 국가 신용을 대규모로 창출해 현대적 교통수단, 에너지, 상하수도 시설, 통신 등의 인프라에 투입하는 것입니다. 이 제안은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30년대 초반 미국의 ‘대공황’을 성공적으로 종식시킨 방법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는 대륙 내부의 ‘오지’와 다른 미개발된 지역을 개방하고 농업․산업 개발 및 도시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 정책 또한 대륙간 철도가 북미 내륙지역의 개발에 미친 영향력, 러시아 산업화에서 시베리아 철도의 역할 등 수많은 역사적 성공사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는 최근 수십년 동안의 ‘금융거품’을 종식시킬 것입니다. 신용이 생산적 투자 프로그램에 집중되면 지금까지 ‘금융팽창과 실물위축’ 간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대륙을 관통하는 ‘개발 통로’이며 세계에서 제일 중요한 대규모 인프라 개발의 종합선물세트인 ‘새로운 실크로드’ 혹은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해 보겠습니다.

육로로 이어져있는 유럽, 남아시아, 동아시아는 인구밀도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지구 인구의 3/4가 이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은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능력과 선진적 산업기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특징은 엄청난 인구, 광활한 자연자원, 성장잠재력 등입니다.

이 지역들을 효율성 높은 ‘인프라 통로’들의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이를 기초로 유럽과 동아시아, 남아시아 사이 내륙에 있는 미개발 지역의 급속한 발전을 촉진한다는 전략입니다. 이렇게 되면 유라시아 지역은 이후 30～40년 간 지속적인 실질 경제성장을 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반도횡단은 가장 선호되는 라인

그럼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의 철도 네트워크를 살펴 보겠습니다. 이 네트워크 중 상당 부분은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존재하는 철로를 현대화하고 빠진 곳을 잇는 작업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의 북쪽엔 베를린에서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시베리아 철도로 들어가는 대륙간 라인이 있습니다. 현재 실존하는 철로입니다. 한반도횡단 철도를 현대화, 복구하고 이를 시베리아 철도로 잇는 것은 가장 기대되는 계획 중 하나입니다.

한반도횡단 철도로는 경기선과 동해선이 있는데 두 노선 모두 세계적 차원에서 중요성을 가집니다. 한반도 서쪽에서 서울-평양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게 되는 경기선이 완공되면, 한반도횡단-중국횡단-몽고횡단-시베리아횡단 라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한반도를 관통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바로 진입하려면 한반도 동쪽의 동해선이 완공되어야 합니다.

한반도와 유럽을 잇는 철도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엄청난 경비절감과 함께 이 지역의 경제발전을 급속히 촉진할 것입니다. 러시아 극동부와 한반도, 일본, 중국 동북부에서 상하이까지를 포괄하는 이 지역은 동해를 끼고 보하이 해협에 닿아 있는데 세계경제에서 가장 강력한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본-상하이의 산업, 광활한 광물 및 에너지 자원, 러시아의 과학기술, 중국 북부의 곡창지대를 생각해 보십시오, 인구밀도로 따지면 이 지역은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기도 합니다.

지난 1992년엔 중국-카자흐스탄 사이의 철로가 복원되는 한편 또다른 대륙간 철도가 건설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 노선을 ‘두번째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라고 부릅니다. 이 노선은 요녕강의 태평양쪽 항구에서 노틀담에 있는 유럽의 대서양 항구로 이어집니다. 이 노선은 ‘중국 횡단’ 통로로 알려져 있는데, 경기선과 이어지면 한국에서 유럽에 이르는 세 번째 라인이 될 것입니다.

동아시아와 미국 동해안을 잇는 수송 노선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최근 일련의 국제 세미나에서는 ‘세계의 동북부 지역과 서부지역을 잇는 화물 통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노선은 아시아의 동부 해안에서 시베리아와 중국을 횡단한 다음 핀란드, 스웨덴을 거쳐 노르웨이의 나르빅 항구로 이어지는데 이곳에서는 배로 북아메리카의 동해안인 할리팩스와 보스턴에 이릅니다.

한편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또 다른 노선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 노선은 중국 서부의 카시가르에서 키르기스탄의 오슈와 잘랄라바드를 거쳐 비스케크로 연결됩니다. 특히 카시가르는 전설적인 옛 ‘실크로드’의 유명한 전초기지였는데 이미 지난 1999년 말 중국의 철도 네트워크에 연결되었습니다.

중국은 당시 ‘두번째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의 주 노선 상에 있는 툴로판과 카시가르 간 1451km 구간을 완공했었지요. 이 카시가르-키르기스탄 철로는 새로운 대륙간 통로를 연 셈인데 ‘상하이-파리 철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유라시아에 대한 이란의 야망

이란은 옛 실크로드에서 페르시아가 담당했던 핵심적 역할을 일찍이 깨닫은 국가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에 유라시아가 차지할 몫을 알고 있지요. 이란은 그래서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지정학적으로 전략적인 자국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6년 이란은 북부의 마셰드와 투르크메니스탄의 타르잔, 시라크스를 연결하는 철로 300km 구간을 완공했습니다. ‘중동의 통로’가 이미 열려 있는 것입니다. 이 ‘중동의 통로’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와 이란을 통과한 뒤 현존하는 이란 및 터키의 철로를 통해 유럽 남부로 이어집니다.

이에 앞서 이란은 바프크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전략적 철도로 700km 구간을 완공한 바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내륙지역과 바다가 이어졌다는 뜻입니다. 지난 2000년 9월엔 이란, 러시아, 인도의 교통부 장관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수송로를 건설하는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이 수송로는 인도의 서부 항구로부터 이란을 통과한 뒤 배로 카스피해를 넘어 러시아의 아스트라칸 지역에 이르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철로를 통해 모스크바와 그 너머로 이어집니다. 현재 이 새로운 수송로를 따라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현대화하거나 신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바다를 통해 유럽에서 인도로 가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대안이 생기는 셈입니다. 즉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길고 긴 우회를 감당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이란은 또다른 전략적 철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로 케르만에서 파키스탄 국경의 자헤단으로 이어지는 노선입니다. 철로는 자헤단에서 역시 파키스탄 국경 인근 미르자베에 건설된 현대적 화물터미널로 연결됩니다. 케르만-자헤단 철로의 완공은 역사상 최초로 유럽에서 인도 아대륙(subcontinent)으로 철로만을 따라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의 ‘남부 통로’가 현실화될 수 있는 결정적인 매개이기도 합니다.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의 ‘남부 통로’는 유럽에서 이란과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에 이르고, 인도에서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로 이어지는 노선을 의미합니다. ‘남부 통로’가 제 역할을 하려면 파키스탄-인도 노선의 복원, 방글라데시-인도 미안마 노선의 완공, 동남아 국가 간 철로연결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직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간엔 철로가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 중 계획 단계를 넘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쿤밍-싱가폴 간 5500 km 노선 밖에 없습니다.

한편 중국은 인도와의 관계 개선에 노력한 결과로 지난 6월 남북으로 양국을 직통하는 나투-라 통로를 개방키로 합의하는 놀라운 성공을 거뒀습니다. 중국은 또 ‘세계의 지붕’(편집자 주 : 티벳을 의미) 위에 킹하이-티벳 철로를 건설해 라사와 중국의 철도를 연결할 계획입니다. 2001년 6월에 착공, 오는 2007년에 완공될 예정인 이 1118km 구간은 세계 공학의 경이로운 업적 중 하나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 구간 중 960km는 고도 4000m 이상 높이에 만들어집니다. 또 이중 554km 구간이 건설되는 곳은 영구동토층입니다. 이 철로를 통과하는 열차의 승객실은 기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시설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의 개요를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이 거대한 계획이 어떻게 추진될 수 있는가를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세계경제 살리는 새로운 브레튼우즈 협정

우선 우리는 이처럼 다양하게 건설되는 대륙간 철로들이 서로 극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오해를 극복해야 합니다. 예컨대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 철로와 중국의 ‘두번째 유라시아 랜드브리지’가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만약 동․서․중부 유럽의 10억 인구와 아시아의 35억 인구가 연결된다면 이 두가지 철도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모자라다는 것이 사리에 맞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더 많은 노선이 건설되어야 하고 이엔 신기술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라시아 지역의 경제발전에 따른 막대한 교통수송량을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 랜드브리지 시스템이란 것은 일단 적절한 방법으로 발전된다면 한 노선의 발전이 다른 노선의 발전을 부추기는 경향을 가집니다.

또한 랜드브리지 시스템이 유라시아의 지속적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려면 ‘인프라 발전 통로’가 필요합니다. ‘인프라 발전 통로’는 교통, 에너지, 상하수도, 통신 시설 등의 인프라가 일정한 지역 내에서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유라시아 내륙은 인프라의 결여로 투자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 곳은 인구밀도가 낮은데다 비교적 발전한 다른 지역의 시장 및 자원에 접근하거나 접근당하기가 어려워 발전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인프라 발전 통로’는 유라시아 내륙의 개발에 가장 강력한 대안이기도 합니다.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의 주요 노선을 따라 곳곳에 ‘인프라 발전 통로’가 형성됩니다.

이 ‘인프라 발전 통로’는 주요 노선의 남북으로 50km 반경 내부에 주로 만들어지는데 이곳엔 교통, 에너지, 상하수도, 통신 시설 등이 마치 모세혈관처럼 밀도 높게 배치되어야 합니다. 이 지역은 집약적 농업과 하이테크 산업, 도시화 등을 위한 이상적 조건을 제공할 것입니다.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유럽과 아시아 총인구의 1/4, 그리고 도시 인구의 70%가 앞에서 말한 유라시아 철로 상 주요 노선의 50km 반경, 즉 ‘인프라 발전 통로’가 형성될 지점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엄청난 인구가 ‘ 인프라 발전 통로’ 내에 직접적으로 포함되는 것입니다.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합니다.
“그토록 거대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어디서 나오지?”

우리는 세계 금융통화 시스템을 개혁해야 합니다. 현재 세계 금융통화 시스템의 틀 속에서는 유라시아 규모의 개발 붐에 필요한 대규모 장기․저리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 시스템은 이미 희망을 찾기 어렵게 망가져 있으며 곧이어 우리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릴지도 모릅니다. 만약 우리가 정리절차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대안은 바로 ‘새로운 브레튼우즈 체제’입니다.

<월간 말> 2003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