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엄기영님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었습니다. 한참이나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우선 많은 분들께서 "쟨 만나주면서 왜 난 안만난주나?"라는 일종의 반감을 가질수도 있을것 같고 또 저를 들먹이며 엄기영님께 조르는 분들이 생길것 같은 노파심 때문입니다. 진정 엄기영님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엄기영님을 한번 더 배려했으면 좋겠습니다..
4월 초에 MBC본사 엄기영님 이사실에서 약 30여분 만남을 가졌었습니다. 만나게 된 이유는 어떻게 보면 공적인 일때문이었습니다. 오해없으시길...
"저 엄기영입니다! 언제가 좋으신지요?"라는 전화 연락을 받았을때의 떨림과 감동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처음엔 너무 당황해서 "네? 정말... 엄기영님...?" 하고 반문할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전화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가 좀 달라서요^^ 엄기영님께서는 그냥 허허~ 하고 웃으시더라구요^^; 너무너무 좋아서 아는 얼굴 아무나 막 붙잡고 정말 별짓 다 했습니다^^ (대충 짐작이 되시죠? 얼마나 기뻤었을지^^;)
친구랑 같이 MBC본사 가는데 얼마나 떨리던지.. 입구에서 부터 6층 사무실까지 가는데 실감이 안나더군요^^ 처음엔 사무실 어딘지 몰라서 대뜸 아나운서 실로 가서 박나림(이름이 맞나 모르겠네..)아나운서에게 여쭤봤답니다. 실물이 확실히 이쁘더군요^^
굉장히 바쁘신거 같은데 흔쾌히 하시던일을 멈추시고 정말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아직도 처음 손을 내밀어 악수할때의 떨림이란...^^ 처음엔 이것저것 좋은 얘기를 나누다가 준비해간 인터뷰 질문을 시작했답니다. 엄기영님께선 꼭 방송사를 들오기 위해서 신방과 갈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하시더라구요. 전문분야가 필요하다고.. 정말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가뜩이나 학부제 때문에 과 선택하기 힘들어 죽겠는데 저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해 주셨어요^^
인터뷰는 언론 관련한 전반적인 질문을 다루었답니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맨밑에 달아놓을께요^^ 인터뷰 내내 느낀 점은 정말 말씀 잘 하신다 라는 거... 사전에 미리 알리고 한 인터뷰도 아닌데 너무너무 말씀을 멋지게 조리있게 잘하시는 거에요. 감동감동^^ 더군다나 그 특유의 부드러움과 절묘한 카리스마~ 그런 품위와 더더욱 잘 어울리는 목소리까지~
아무리 시간이 천천히 가길 바라고 또 바랬지만 역시나 시간은 가더라구요.. 아쉬워라.. 2시 30분 부터 편집회의라 급히 나가셔야 하는데 제가 마지막으로 하나만요, 정말 마지막이요, 하면서 솔직히 짜증날 정도로 잡아두었는데도 "어~어허~ 그래그래^^"라면서 다소 당황하시는 모습에서 오히려 더욱더 인간적인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급해서 사진도 포즈를 따로 취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마구마구 셔터를 눌러대서 찍었구요 특히 마지막에 정말 정말 급하신대도 MBC노트에 친필 사인까지 하셔서주시고 제 이름과 연락처를 다시한번 물으시며 메모하시는 모습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사무실에서 뛰쳐 나가시면서도 아차~ 하시며 다시 돌아와 웃으시면서 저에게 작별의 악수를 청하시는 마지막까지..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가슴속의 떨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계의 비리가 연속해서 터지고 있습니다. 언론의 비리가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점은 엄기영님 같은 언론인이 계시는 한 희망적이라는 것이지요. MBC의 최근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말할수 있다.""MBC 100분 토론""미디어 비평""PD수첨""시사매거진 2580"등등 눈으로 확연히 보이는 프로그램뿐만아니라 MBC 프로그램에 전반적으로 보이는 진실된 모습을 엄기영님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너무 많은 시샘 하시진 마시구요^^; 혹시라도 다시한번 말씀 드리지만 저를 들먹이며 엄기영님께 과도한 부탁 하시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엄기영님을 진정 사랑하시는 분들이라 믿어 의심치않습니다.
다음은 엄기영님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다른 용도로 사용안하셨으면 좋겠네요.. 다른곳에 올리진 않으셨으면...)
-자신이 언론인이라고 생각하시는지?
: 당연하다.(웃음) 대학시절부터 한창 성장 중심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해 이 땅의 지식인으로서 할 일을 하고 싶었다. 한국의 언론인은 일제시대부터 애국 지사라고 할 수 있다. 뉴스를 진행하면서 오늘날에도 그런 대학시절의 지사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앵커란?
: 뉴스라는 바다를 항해하면서 닻을 내리는 사람이다. 항해 과정에서 물고기가 많은 곳에서 멈추기도 하고 또 별로 중요치 않은 곳은 지나치기도 하는, 그러나 단순히 그런 물고기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나아가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그 이유와 근본적인 원인까지 짚어나가는 사람이다. 단순 프리젠테이션이 아닌 경중을 따질 수 있어야 한다.
-앵커와 아나운서의 차이는?
: (앵커를 기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말씀하셨다.)
기자는 일단 발로 뛰는 현장 취재 그 생생함을 높이 산다. 하지만 아나운서는 그것보다는 오히려 남이 써준 것을 정확히 읽는 면이 더 크다. 이런 차이가 어떤 신뢰감의 차이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뉴스를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은?
: 기자다. 뉴스는 기자들이 취재한 것을 모아 각 부서의 총론을 편집회의에서 논한다. (원래는 좀더 거창하게 언론을 이끄는 요인이라고 질문을 드렸는데 잘못 받아 들이신 것 같다^^;)
-MBC뉴스 데스크를 보면 엄기영님의 트레이드마크라고까지 할 수 있는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스데스크 "엄! 기! 영! 입니다" 라고 하시는데 이를 남녀차별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언론의 세계에 남녀의 장벽, 그런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나 자신도 페미니스트라고 할 정도로 이 사회의 여성의 인적 자원을 매우 소중히 생각한다. 또 뉴스 기사에서 남자 앵커가 더 중심적이다라는 문제는 어떤 무게중심이랄까? 하는 아무래도 내가 단순한 범죄 사건이라든지 화재 사건을 보도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어울린다"는 그 어울림이라는 "보통의 생각"때문에 내가(남자 앵커) 맡고 있는 것이지 절대 성차별이 아니다. 이제 앞으로는 메인 앵커가 여성이 될 충분한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서서히 여성의 자원도 충분할 뿐더러 여성의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미디어는 얼핏 생각하면 단순히 여론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매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대의 거대 언론은 이미 그 자체가 여론이 되었습니다. 이 현상이 자칫 언론의 권력화와 연관되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지금 우리 사회의 언론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언론의 권력화"이다. 이에 대해 언론 스스로 철저히 참회해야 한다. 이미 우리 언론인들조차도 언론인이라는 것 자체를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데"라는 생각들이 있다. 또 언론사부터 언론의 의도에 따라 여론을 의도적으로 이끈다. 원인이야 언론사에 사주가 개입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지만 이 문제에서 정말 언론스스로 참회해야한다. 이런 언론의 권력화는 언론 스스로 언론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행태이다.
작년은 언론이 언론 스스로 취재되고 언론 언론거리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MBC는 민중적 자세를 견지하냐 권력과의 야합이냐의 선택에서 조선, 중앙, 동아 일보와 대결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손해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지극히 옳다고 본다. 이런 과정에서 각자의 건전한 견제가 이루어 질 수 있다.
-언론은 단순히 사실만을 전달 할 뿐만 아니라 불가피하게 (혹은 필연적으로) 가치전달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치 판단이 필요함은 물론이고요. 언론이 공정해야 한다는것은 당연한 얘기이고 그렇다면 언론이 공정하기 위해서 이 가치 판단과 전달은 어떻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보십니까?
: 언론은 기본적으로 민중중심적이어야 한다. 즉 국민 대다수, 수용자가 원하는 뉴스를 해야한다. 권력, 자본, 언론사 이익이 아닌 뉴스의 수요자인 국민, 대중적이어야 하는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또 아니다. 대중이란 상당히 가변적이고 또 잘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언론은 또한 그것과도 영합해서는 안 된다. 솔직히 조금은 영합을 한다.
예를 들어 뉴스에서도 시청자를 붙잡아 놓기 위해 편집과정에서 대중적 관심을 끌기 위해 관심 끌만한 아이템을 의도적으로 배치한다. 하지만 그것이 옳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 솔트레이크 파문에서 물론 미국이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국민 분위기에 편승해 세게 나간다면, 그러면 이것이 바로 영합이다. 당장은 국민들이 "MBC잘한다~"라고 하겠지만 그것이 냉정히 봤을 때 장차 어떤 국익이 있는가 같은 것까지도 언론은 정말 냉정히 고려해야한다.
국민적, 대중적이어야 하나 그렇다고 완전히 그것과 합치되어선 안되고 어느 정도 떨어져 지식인으로서 정말 정정당당히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엄기영님께서 다시 앵커직을 맡으신 이유가 MBC뉴스의 떨어진 시청률을 만회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청률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시청률에 너무 집착할 수도 없습니다. 뉴스와 시청률. 어떤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 시청률 고려는 물론 필요하다. 솔직히 우리 편집 기술자들은 시청률에 도움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루는 아이템과 시각이다. 시청률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꼭 문제삼아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에 대해 전체 언론사 모두 협력해서 확대해야한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이 길이 지극히 옳지만 시청률에 영합하는 몇몇 언론사 때문에 어렵다.
-대중적인 인기에서 단연 언론인들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대답을 요구 하면서 시간을 끌자 "그렇다고 하면 맞아 죽지" 하고 웃으셨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도 많은 손길이 있었을 텐데 지금도 정치권으로 진출 의향이 있으신지?
: 사실 앵커를 그만두고 정치권에서 많은 연락이 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가 시대이다. 내가 뭐가 되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어떤 중요한 가치에 헌신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즉, 내 한 그루 나무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온통 권력 지향적이 되어서 대중적 인기가 곧 정치권 진입이 된다. 하지만 난 정치권보다 이것이(언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치권에서의 기대도 상당히 불순하다. 나를 어떤 정치적 비전으로 보기 보다 단순히 대중적인 인기가 있으니깐 당연히 의원이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 당 의석하나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요구한다. 나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내가 그들의 의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할 일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 측면에서 벌써 그들의 의도가 불순하다.
그리고 이것이 상당히 불공정하다.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으면 정치권에서 헌신하고 자리를 쌓아 인지도를 높여 갔어야 하는데 언론에서 얻은 인기로 정치로 간다면 내가 이후 기존 언론에 대해서 뭐라고 하겠는가? 지금 정치권에서도 언론인들이 많이 활동하며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것은 언론을 어떤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끝으로 이 땅의 모든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 젊은이들에 대한 기성 세대의 부러움이 있다. 지나고 나면 "그때 좀더 몰입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지금 대학생들 특히 정말 좋은 학교를 다니는 것은 내가 잘나서 내가 뛰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군지 모를 다른 사람의 희생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이렇듯 좋은 환경에서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첫댓글 존경하는 앵커님 말씀 고맙습니다. ^^
다시 봐도 정말 훙륭하신 참 언론인. 아저씬 내마음의 지주
정말이지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전문가 시대..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