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산행기(김영주)
ㅇ 산행일 : 2000.10.22(일)
ㅇ 높 이 : 1119m
ㅇ 위 치 :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 출발
새벽 5시에 기상 세수하고, 뱃속을 대충 채우고 6시10분에 집을 나섰다. 인원파악 및 준비관계로 출발지인 우리 본부 주차장에 늦어도 6시45분까지는 도착하여야하므로 서둘렀지만 빡빡하다. 집사람과 동행하다 보니 아무래도 지체된다. 마음이 바빠 나도 모르게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6시45분 본부 주차장에 도착하니 버스가 벌써 도착해 있다. 그런데 버스가 두대나 있어 이게 웬일인가하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한대는 오늘 춘천 마라톤에 출전할 우리 서울본부 선수들을 태우고 갈 차량이라고 하며, 출전선수들이 우리를 보고 부러워한다. 우리는 마라톤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부러운데....
전면 유리창에 "민둥산" 안내표지를 부착하고 인원 파악을 해보니 명단에 없는 세 명이 추가로 버스에 앉아 있어 이거 난리 났구나 하는 생각부터 앞선다. 왜냐하면 오늘 산행 참가 예정자가 45명으로 이미 버스 정원을 꽉 채우고 있는데 한 명도 아닌 세 명이라니.... 정말 난감하다. 제발 불참자가 발생하길 기원하며 출발예정 시간인 7시를 넘어섰다. 다행히 다섯 명이나 불참자가 발생하여 오히려 좌석 두 개를 비워둔 채 7시10분 43명을 태우고 버스는
정선을 향하여 출발하였다.(정확히 44명이다. 김서원씨의 애기를 포함하여..)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영동고속도로 여주 휴게소에 8시10분경 도착하여 잠시 휴식. 그런데 주차장이 거의 찼다.
대부분이 관광버스로 안내표지를 보니 민둥산이 가장 많다. 너무나 사람이 많아 간식은 포기하고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으로 때우고 다시 출발하였으나 가는 길은 그렇다 치고 돌아올 때가 정말 걱정된다. 잠시 후 갑자기 고속도로에 차량이 죽 늘어서 있다. 아마 어디선가 사고가 난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막IC 부근에서 관광버스가 승합차를 뒤에서 추돌하여 사고처리를 하고 있었다.
중앙고속도로 제천에서 국도로 내려서 영월 사북방향 38번 국도로 들어 섰으나 꼬불꼬불한 커브 길로 버스가 속도를 낼 수 없어 점점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그러나 영월부터 좌우 산의 단풍은 정말 절경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 단풍이 산 아래까지 완전히 내려와 산 전체를 온통 물감으로 채색한 것 같다.
마음이 급하여 지름길로 갈려고 38번 국도에서 421번 지방도로 들어 섰다가 공사로 막혀 두 번이나 우회한 후 결국은 다시 38번 국도로 나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 이거 거짓말이 아니네...)
계획에서 1시간이나 지체하여 12시 민둥산입구에 도착하였다. 생각보다는 차량이 적어 일단 안심이다.
☞ 산행시작
민둥산 입구는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철길아래 굴다리를 지나 증산초등학교앞에서 도로를 건너 좌측 조그만 계곡 철다리를 건너 산으로 접어 들었다. 이곳에는 해발 650m, 정상 4km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결국 산을 오르는 직고는 470여 미터라는 얘기다. (시작이 반이다-정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선두와 중간, 후미에는 우리 산악회의 노련한 임원들이 무전기를 하나씩 나눠 들고 힘차게 산행을 시작하였다. 길은 외길로 처음부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가뭄으로 길은 온통 먼지 투성이, 숨은 차 오르고, 벌써부터 땀이 송글 송글 맺힌다. 이름이 민둥산이라 산이 밋밋할 것으로 판단하고 처음 오는 등산객들은 아마 황당한 기분이 들것이다.
등산 시작한지 약 10분 정도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좌측 급경사 길로 올라서야 한다.(완만한 직진 길은 발구덕 마을로 가는 길임)
소나무, 낙엽송 지대를 지나 12시45분경 임도 쉼 터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집사람과 후미에 서서 오르다 보니 이미 선두는 정상을 향하여 오르는 중이라고 무전이 온다. 이곳 임도는 발구덕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인원을 확인하고 다시 능선 길로 올라섰다. 하염없이 오르막 경사길이다. 경사는 급하고 많은 등산객으로 인하여 먼지는 더욱더 피어 오르고 검은 바지가 하얀 바지로 변했다.
대부분 가족 등산객으로 운동화, 구두, 심지어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등산을 하는 아가씨들도 있다. 13시15분경 해발 900여미터 능선에 올라서니 갑자기 앞이 훤하다. 길은 완만하고 온통 억새뿐이다. 고생 끝. 기쁨 시작.
억새밭에서 사진 몇 커트 촬영. 눈은 즐거우나 뱃속은 울상이다. 13시30분 정상에 도착했다.
☞ 정상
주변 능선이 온통 억새밭이다. 억새의 키가 사람 키보다 크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려면 앵글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사람에 맞추면 억새 꽃이 안 나오고 억새에 맞추면 가슴아래가 카메라 속에 들어가지를 않는다. 어쨌거나 모두들 마냥 즐겁다. 한가지 흠이라면 시기적으로 조금 늦은 감이 있고, 구름으로 해가 나오지 않아 역광의 억새를 볼 수가 없다. 정상 조망 좋고. 정상에 서 있는 망루가 없다면 일단 도시락을 꺼내 고픈 배를 채우고....14시에 하산 및 단체 사진은 하산 길 능선에서 촬영하기로 결정
☞ 하산
정상에서 하산 길은 두갈래가 있다. 어느 길로 내려가도 발구덕 마을로 갈 수 있으나 우리는 발구덕 마을이라고 표시된 길이 아닌 좌측 다른 길로 내려섰다. 능선을 돌아가는 길로서 결국 아래 계곡에서 만난다. 돌아서 내려가는 길이 억새가 많으며,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다. 약 5분 정도 가면 안부 갈림길이 나오는데 발구덕 마을로 갈려면 이곳에서 우측 길로 가야 한다. 주변에 나무가 없고 조망이 좋아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단체사진과 개별 사진을 몇 장 찍고는 억새밭을 뒤로 하고 하산을 재촉한다.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싸리나무가 눈에 많이 뛰는데 억새가 싸리나무와의 생존경쟁에서 밀리고 있어 몇 년 후면 억새밭이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잠시 후 발구덕 마을에 도착하였다. 주변은 온통 고랭지 채소밭으로 이미 배추는 수확한 뒤며 배추 밭 가운데로 등산객들이 다니는 바람에 길이 나버렸다. 대부분 무심코 밭 가운데로 다니고 있으나 생각이 있는 등산객이라면 밭 가운데로 다니지 말아야 한다. 땅이 굳어지면 농사 짓는데 지장이 많기 때문.
콘크리트 포장도로에 내려서면 간이식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며, 이곳까지 승용차가 올라온다. 도로를 따라 내려 오면 민가가 두어 채 있으며, 가장 아래 민가에서 막걸리를 한잔했다. 산행 후 막걸리 맛을 어디에 비할 것인가?
또 이곳 민가 앞에는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호스를 통하여 받고 있는데 물맛이 시원하고 일품이다.
민가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처음 올라갈 때의 중간 쉼 터로 다시 올라가고, 하산 길은 이곳에서 좌측 배추 밭 옆 계곡으로 내려가야 한다. 먼지도 나지 않는 오솔길이 가을 산행의 운치를 만끽하게 해준다.
조금 더 내려가면 좌측으로 단풍이 제법 나타난다. 계곡도 깊고 절벽과 바위가 단풍과 어울려 상당히 경치가 좋다.
아마 민둥산에서 유일하게 단풍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산행 끝
15시45분 처음 등산을 시작한 증산초등학교 앞에 도착하였다. 3시간45분 산행시간이 소요되었다. 국도 옆 공원의 단풍나무가 온통 붉게 물들어 있고 좌측 산 중턱에 걸린 태백선 철도 변 단풍이 절경이다. 먼저 내려온 일행이 식당에서 한잔 하는지 많이 안 보인다. 빨리 출발해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 앞선다.
☞ 귀로
우리가 오늘 이곳에 오는 줄 알고 양양전화국 김영용씨가 이 먼 곳까지 와서 강원도 오리지널 오징어 한 축을 차에 넣어준다. 정말 고마울 뿐이다. 막걸리 몇 병과 단감 두박스(서초전화국 정종백님 제공)를 차에 싣고 16시20분에야 서울로 출발하였다. 좌우로 흔들리는 차 안에서 막걸리 한잔과 단감으로 피로를 달래고, 오징어를
씹으면서....공자님 만나러zzzzz
19시가 조금 지나서 중앙고속도로 치악휴게소에 도착하여 저녁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하였다.
이미 주위는 완전히 어둠 속에 잠겼고 바람이 제법 춥게 느껴진다.
남원주에서 영동고속도로와 합류하는 순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고속도로가 완전히 주차장이 아닌가? 저 많은 차들이 서울까지 밀렸다면.. 어휴 죽었다. 오늘 안으로 서울에 도착하면 다행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한편으론 제발 조금만 가다가 확 뚫렸기를 기대해 본다. 차는 밀려서 지체와 서행을 반복. 끝이 없다.
비디오 한편을 다 감상했지만 아직도 이천부근인 것 같다. 신갈분기점에 22시35분경 도착 경부고속도로 전용차로에 들어갔지만 전용차로 역시 서행이다. 그래도 전용차로가 조금은 잘 빠진다. 판교에서 빠져 서울-분당간 전용도로를 거쳐 청담대교를 지나 23시15분경 지하철2호선 강변역에 일부를 내려 주었다. 다들 지하철 막차를
탔기를 기원하며....본부 도착 23시20분 너무나 늦었기에 인사도 대충 하는둥 마는둥 헤어졌다. 24시 집에 도착
☞ 산행 후기
정말 기나긴 하루였다. 민둥산은 서울에서 당일로는 좀 무리인 것 같다. 그렇다고 무박2일은 산세에 비하여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만약 무박2일로 간다면 지억산쪽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민둥산 정상 부근에서 일출 속의 억새를 감상한다면 아마 환상적이지 않을까..... 억새는 태양각이 적을 때 즉 아침이나 오후 늦게 역광으로 봐야만 진가가 나타난다. 따라서 오늘같이 구름 낀 날씨 한 낮에 본 억새는 가장 최악의 경우라고 해야 할 것이다.
후일 다시 민둥산에 온다면 오늘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와야하지 않을까?
산행거리가 짧아 나의 기준으로는 산행을 하다만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모두들 무사히 귀경하였고
무엇보다도 진행이 서투른 임원진들에게 불평 한마디 없이 잘 협조해준 우리 서울본부 연합산악회원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먼 거리를 장시간 무사히 운행해 주신 박홍서 기사님(한국통신 퇴직사우들이 설립한 한네트관광개발의
이사이기도 함)께도 감사드린다.
☞ 가는 방법(편도 약 4시간 소요)
ㅇ 열차 : 청량리역 - 제천 - 증산역 하차
ㅇ 승용차 : 중앙 고속도로 신림IC-주천-평창-정선-동면-쇄재-별어곡-증산
중앙 고속도로-제천IC-영월-증산
영동 고속도로 새말IC-평창-정선-동면-쇄재-별어곡-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