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 알콜 중독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술은 왜 적당히 마시기가 어려운가. 술은 약인가, 독인가 아니면 식품인가.
새해를 맞이해서 바람직한 음주문화에 대해서 대전 KBS 라디오의 '오늘과 내일' 시간에 그 진단과 처방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술의 역사는 우리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 중의 하나이다. 원시시대에는 술이 종교나 주술적인 행사에 많이 사용되어 왔으나, 오늘날에는 사교의 한 수단으로 술을 많이 마시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다만, 요즘에는 술을 제조하고 보관하는 기술이 발달되어 세계의 각 나라의 유명한 술을 전 인류가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습관에도 종교적 또는 사회적인 인식의 차이 때문에 각 나라마다 차이가 많다. 유태인이나 그리스, 이탈리아에서는 종교적으로 술을 엄격하게 통제시키고 있어서 알콜리즘(알코올 중독자)이 적다. 반면에 프랑스, 아일랜드인은 술 마시는 일을 나쁘게 보지 않아서 알콜리즘이 많다.
종교적인 차이에 따른 음주 습관에도 차이가 생겨 카톨릭 국에서는 프로테스탄트 국가에 비해 음주자가 많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반면, 동서양에 있어서는 문화적 차이도 다른데, 서양에서는 음주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편이나 동양에서는 관대한 편이여서 유전학적으로 동양인은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게 들어 있어서 술에 약한데도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술에는 1그램 당 9칼로리의 고열량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면 식욕이 감퇴되어 다른 음식 섭취를 제한시키는 경우가 많아 영양 상태가 나빠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은 체력이 저하되고 간이나 심장이 나빠져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술을 마시되 적당히 마시고 2일에서 3일 쉬어 마시도록 권하고 있는 것이다. 알콜은 인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하루 허용량은 체중 70kg을 기준했을 때 49mmg, 즉 소주 반 병(한 홉) 정도의 용량이다. 따라서, 그 용량을 초과해서 술을 마시면 신체 각 장기에 부담을 주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명심해야 된다.
그러나 술이란 장기간 무절제하게 마셨을 때 나타나는 피해보다는 술이 주는 이익이 많기 때문에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잘 마신 술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대담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울적한 기분을 풀어주며, 잠이 잘 오게 하는 등의 약물 효과가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오랫동안 마시게 되면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정신과 의사들이 알콜리즘이라는 진단을 붙일 때는 음주 습관이 다음과 같은 범주에 들어갔을 때인데
1. 매일 술을 마셔야 활동이 가능한 사람
2. 술을 줄이거나 끊기 어려운 경우
3. 가끔 마시되 이틀 이상 취하도록 폭음을 한 경우
4. 종종 양주 한 병(750mml)을 마시거나 그 양에 해당되는 맥주, 포도주를 마셔야 되는 경우
5. 취중 일을 기억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경우 (우리가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말함)
6. 고혈압, 간경화, 당뇨병 같은 심각한 육체적 질병이 있으면서도 술을 계속 마신 경우 등
이상의 기준에 해당된 사람은 일단 알콜리즘으로 봐야 된다.
알코올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있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근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늘어나 술을 적게 마시고 건강하게 마셔야 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지난 해 연말에도 인기 탤런트 신은경 씨의 무면허 음주운전에 뺑소니 사고까지 있었고, 농구선수 허재 씨도 무면허 음주운전 때문에 형사 처벌은 받은 바 있다. 고 박대통령 아들 지만 씨도 마약 때문에 세 번째 구속되는 사건까지 생겼는데, 이 경우도 고독과 외로움 때문에 술을 마셔 대다가 쾌락추구를 위해 마약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된다.
술이란 이처럼 무절제하게 마시면 그 당사자에게는 사고와 질병이라는 부산물을 남겨 주게 되어 생명을 단축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만성 음주를 만성 자살의 한 형태로 보는 학자도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예로부터 음주 자체를 관대하게 보아준 관습 때문에 알코올에 약한 체질을 가졌으면서도 무절제한 음주 문화가 정착된 원인이 되었다. 더구나 우리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술심부름을 많이 하면서 커 왔으며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미성년자나 청소년들도 쉽게 술을 사서 마실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몇 년 전 서울시 교육청의 한 조사에 의하면 고등학생의 68.5%에서 음주 경험이 있었고, 그들 중 18.8%에서도 술을 마셔 본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들이 어른들처럼 많은 술을 마신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술문화에 너무 쉽게 젖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술을 한 5년에서 10년간 열심히 마시면 30에서 40대 나이에 이르면 알코올 중독 증세로 인해 정신 병원 신세를 져야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또한 알코올 중독자들은 자기 동료들에 비해 한 10년 정도 빨리 세상을 등지게 된다는 사실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술에 중독된 사람이 술을 끊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는 알콜리즘 환자 가족들에게 만성 중독자는 마약환자와 같은 개념으로 보고 치료에 임하라는 조언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술꾼들은 술이 깨면 법 없이도 살 정도로 양순하고 말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일단 술이 들어가면 폭력, 난동, 괴롭힘 같은 비정상적인 행동을 자주 나타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런 일은 최근에 우리 사회도 술이 주는 피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술잔 안 돌리기 운동을 전개한다든지, 자기 주량에 알맞게 술을 마시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으로 건전한 음주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려면 알콜리즘을 심각한 정신병의 하나로 봐야 되고, 미성년자에게는 술을 함부로 팔아서도 안될 시점에 이르렀다는 생각이다. 이미 술에 취한 사람에게 술을 팔았을 경우에도 엄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준비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잘 마시면 약이 되지만, 잘못 마시면 독이 된다는 술. 목에 술술 넘어 간다해서 술이 아니다. 무절제한 음주가 주는 사회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건전한 음주 문화의 정착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될 시기가 된 것 같다.
오세원 / <남자는 질투 여자는 사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