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먹고 한 순서대로 정리해봅니다.
처형네와 매우 친하게 지내서 이번 여름 휴가를 같이 갔네요.
1일
- 마라도 : 손윗동서 형님이 마라도를 그렇게 가보고 싶다고 해서 마누라들 다 놔두고 하루 먼저 남자 둘이 제주도로 왔습니다. 무한도전 팀이 간 짜장면집에서 곱빼기 한그릇씩 먹고 섬을 천천히 둘러 보았습니다. 선착장 주변의 카트 호객꾼과 마을 초입의 여러개의 짜장면집만 없으면 정말 너무 아름다운 섬이더군요. 너무나 푹신푹신했던 잔디 위를 걸으며 바닷바람 맞는 기분 여행의 시작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 점심은 마라도 짜장면 : 무한도전이 간 집이 제일 먼저 생긴집이라고 하더군요. 별 기대 안하고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는... 일반 짜장면보다 담백하고 덜 단 짜장에 해산물 양념한 것을 고명처럼 올려 먹는 스타일이더군요. 불은 것 같이 힘없는 면만 보강하면 꽤 수준급의 짜장면일듯...
- 협재해수욕장 : 남자 둘이 협재해수욕장 가서 두시간동안 열심히 수영했습니다. 끝내고 가려는데 비키니 아가씨들 등장해서 좀 설레였다는.. ㅋㅋㅋ 에메랄드빛 바닷물이어서인지 짠맛이 맛있게 느껴지더군요..
- 저녁은 올레국수 : 제주도 출신 친구를 만나 남자 셋이서 친구가 추천한 아구찜 먹으러 갔으나 문 닫아서 근처에 있던 올레국수에 갔습니다. 역시 기대 안하고 제가 고집부려 갔는데 왜 유명하지 알겠더군요. 육수도 좀 짜고 면도 탱탱하진 않지만 올려진 돼지고기의 양과 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더군요. 술을 안 파는 집이라 아쉬울 정도.. 두껍게 대충 썰어 논 돼지고기에 잡내 하나 없이 너무 부드럽게 씹히는 데... 양도 많아서 술안주로 대박이겠더군요.
- 모던타임 : 친구가 추천한 하우스 맥주 집입니다. 총 6가지 종류의 맥주가 있더군요. 1층에 맥주 만드는 시설이 크게 들어가 있고 2층이 호프입니다. 안주는 그닥인데 맥주맛은 대박이더군요. 그날은 3가지 맥주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일단 흑맥주 맛이 지금껏 먹어본 것 중 최고였습니다. 동서형님도 너무 만족해서 여행 내내 다시 가자고 보챘다는... 3종류 다 시켜 봤는데 1종류는 너무 매니아틱해서 별로 였고 나머진 아주 훌륭했습니다.
- 일정 중간에 서귀포 보들결(축협 축산물 프라자) 들러서 등심 조금사서 밤에 숙소에서 술안주로 먹었는데 정말 형편없어 졌더군요. 너무 질겨 반은 버렸습니다. 그날만 그런건진 몰라도 가격도 꽤 비쌌는데 너무 실망스럽더군요.
2일
- 아침은 동부두 삼십년해장국 :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온 마눌님과 처형을 픽업해서 해장국 먹으러 갔습니다. 소고기 베이스에 배추잎과 머위대를 넣고 팔팔 끓여 고춧가루 양념과 다진마늘을 먹기 직전 올려서 나오는 제주 스타일의 해장국입니다. 약간의 미원맛이 나지만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여기 말고도 은희네, 미풍, 모이세 등의 해장국집이 있다고 하네요. 아침 일찍부터 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 추천합니다. 사족으로 제주도 대부분 식당에서 반찬으로 청양고추가 나오더군요. 매운맛이 죽음입니다. 근데 정말 맛있는 매운맛입니다. 매운 것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하실듯. 저도 매 끼니 두 개씩은 먹은 것 같네요.
- 오설록뮤지엄 : 너무 유명한 곳이죠. 사실 이런 곳 저와 마눌의 취향이 아니라 그동안 한번도 안갔는데 처형을 배려해서 갔습니다. 사람들이 몰릴만 하더군요. 잘 꾸며 놓았고 먹을 것도 많고...
- 산바다 ATV : 예전에 마눌님과 연애 시절 한번 해보고 마눌님이 계속 또 해보고 싶다고 해서 갔습니다. 처음보다는 스릴 있지는 않았지만 제주도에서 하는 간단한 레저 중에 제일 재미있는 것 같네요. 형님도 아주 재밌어하더군요.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흠뻑 젖으며 달리는 기분도 좋구요.
- 점심은 포도호텔 우동 : 경주의 라궁호텔과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호텔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고 하네요. 이번 여행 준비하며 처음 들어본 곳이고 우동 맛있다고 해서 가봤습니다. 아주 조그만 호텔이었고 자연속에 튀지 않게 건축된 곳이더군요. 식사 종류는 많은데 저희는 새우튀김우동. 자루우동과 새우튀김, 유부초밥과 열무국수 이렇게 시켰네요. 일단 새우튀김이 싸이즈에서 압도하구요. 우동면발이 환상입니다. 특히 자루우동 시켜서 드셔보시면 우동면이 이렇게 탱탱할 수 있구나란 것 느낄수 있을 겁니다. 암튼 여기 자루우동 왕 추천합니다.
- 오후에는 비가 와서 숙소로 들어가서 쉬었네요.. 가던 길에 길에서 파는 애플망고라는 걸 사먹었는데 망고스틴 이후에 제가 과일에 이렇게 감동 받은 적은 간만이네요. 망고에서 사과의 상큼한 향이 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서 계속 먹고 싶었으나 개당 만이천원이란 가격이 후덜덜하여... 농협하나로 마트와 이마트에는 만사천원 정도 하더군요.. 너무 맛있어서 결국 6개들이 8만원짜리 한박스 샀다는...
- 저녁은 진미명가 다금바리회 : 다금바리회로 현지인들이 가장 추천하는 곳입니다. 유명하더군요. 원래 다금바리라는 생선은 지금은 거의 멸종되었다고 하네요. 현재는 가장 유사 종인 생선을 다금바리라고 부른답니다. 식당 메뉴판의 원산지 보니 한국, 일본, 중국 세곳에서 잡아서 가져오나 봅니다. 1kg에 20만원 합니다. 저희는 4인이 1.5kg 시켜서 먹었습니다. 이 식당이 회 자체의 맛을 잘 살리기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암튼 스끼다시나 이런건 별거 없고 바로 회나옵니다. 회 맛을 잘 아시는 분들은 드시면 놀라실꺼구요. 일반적인 분들은 이게 왜 이리 비싸 이러실 맛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제가 먹어봤던 회 중에서 최고라고 하고 싶네요. 입에 넣고 씹으면 부드럽게 이와 잇몸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의 질감,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물렁거리지도 않는 탄력감, 그리고 향긋하게 배어 나오는 특유의 향내가 압권이더군요. 회 다먹으면 특수 부위 나옵니다. 이건 쫌 매니아적인 맛...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리 or 매운탕 고르게 합니다. 당근 지리죠. 참돔 등의 큰 생선등은 지리로 끓이면 설렁탕 같이 보얀 국물이 우러나죠. 지금까지 먹었던 지리 중 가장 으뜸이네요. 회 안먹고 지리만 먹고 싶을 정도로 아주 훌륭한 지리였습니다. 결론은 가격 생각하면 조금은 아쉬울 사람이 더 많을 곳이고 회 맛을 안다 하시는 분은 꼭 한번 가보시라는...
3일
- 아침은 펜션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토스트 등으로 대충 때우고 전날 과음으로 늦잠 자고 펜션 인근 바다 산책하고 한가롭게 보냈습니다.
- 점심은 어진이네횟집 한치물회와 자리구이 : 제주도 가면 꼭 빼놓지 않고 들리는 집입니다. 물회도 맛있는 편이고 반찬들도 괜찮습니다. 가장 좋은 건 바다 바로 옆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죠. 서귀포에서 남원 가는 길에 먹을 만한 곳이 많지 않아서 가면 꼭 들르는 집입니다.
- 우도 들어갔습니다. 예전에 없던 전기 카트가 생겼네요. 오랜만에 스쿠터 몰아 보고 싶었는데 마눌님과 처형 때문에 전기 카트 빌려 돌았습니다. 2인승에 3만원이더군요. 속도 빠르지 않고 가속도 붙지 않아 안전하더군요. 햇빛도 막아지고 관광하기에도 딱 좋았습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형님과 수영 좀 하다가 샤워장이 없어서 그대로 젖은채로 계속 돌아다녔네요. 우도 땅콩 맛있더군요. 땅콩 아이스크림이란 것도 생겼던데 제 입맛에는 아주 괜찮았다는...
- 경미네휴게소 해산물라면과 전복 : 성산일출봉 오르기 전 허약한 체력의 처형을 위해 잠시 들렸네요. 문어, 오징어, 조개류, 해초류를 잔뜩 넣은 신라면이 개당 4천원하는 곳입니다. 대단한 맛은 아닌데 성산 쪽에 정말 먹을 만한 곳이 없기에 빛이 나는 집입니다. 일출봉 오르기 전에 출출하면 들려서 라면 한그릇 하고 가십시오. 전복은 날것을 좋아하는 마눌님이 자기는 라면 안먹으니까 사달라고 졸라서.. 혼자서 3마리 내장까서 해치우셨습니다.
- 성산일출봉 : 유명하지만, 사람이 많지만 오를때마다 감탄하는 곳입니다. 말이 필요없죠.
- 용눈이 오름 :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곳인데 가는 길에 미친듯한 안개로 인하여 방향 상실하고 전설의 고향 찍는 분위기 나서 못 보고 서둘러 숙소로 갔네요.
- 이레하우스 커피와 제과점 : 제주시 한마음병원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입니다. 핸드드립 커피샾과 아주 담백한 맛의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는 제과점도 같이 있습니다. 5년전에 처음 제주도를 방문하며 여기서 더치커피를 마시고 커피 맛을 알아버렸다는... 이번에 게스트하우스 패밀리룸을 빌렸습니다. 이층침대 3개 있는 6인용 방이고 화장실있고 주방도 있습니다. 가격은 8만원 인가 했네요. 숙소 도착해서 씻고 빵사서 이레커피에서 더치커피 한잔씩 했습니다. 숙소는 이불, 베게 더러운 것 빼고 다 맘에 들었고 커피와 빵은 꼭 한번 들러서 드셔보세요.
- 저녁은 청록원 오겹살 : 돈사돈에서 근고기 먹으려 잔뜩 기대했는데 저희 앞에서 고기 떨어졌다고 영업종료를 선언하네요. 그래서 찾아간 곳이 청록원입니다. 생긴지 얼마 안된 곳이고 직접 돼지를 잡는다고 친구 아버님이 추천해 주신 곳입니다. 큰 건물에 깔끔한 인테리어로 어른들 모시고 가기 좋은 집이더군요. 오겹살 시켰더니 인당 한 개씩 전복 나와주시고 중하 정도의 새우도 나오네요. 써비스라고 새우 한접시 더 갔다주시며 사장님이 홍보 좀 많이 해달라고 하시네요..오겹살이 맛은 있는데 돈사돈 근고기보단 왠지 부족한 느낌이 강합니다. 여기도 멜젓에 찍어먹는 시스템입니다.
- 환타지아 : 그냥 제주시 해안가 드라이브 하다가 방파제 근처 레스토랑 겸 호프집에 바닷가 바로 앞에 바람 맞으며 술 마실 수 있는 자리가 있기에 들어갔습니다. 간단한 맥주 몇병과 진토닉, 준벅 등의 칵테일에 별보며 바다 보며 수다 떨었습니다. 추우면 두터운 옷도 갔다 주더군요.
마지막날
- 아침은 청해원 : 고등어조림과 갈치구이 먹었습니다. 제주도 친구가 추천해 준 조림집입니다. 반찬이랑 다 맛있었습니다. 마눌님이 여행 기간중 제일 맛있게 먹은 집이라고...
온통 먹는 것 뿐이네요. ㅋㅋㅋ 제주도란 곳은 저에게 관광지보다는 중산간의 작은 도로들을 타고 다니며 천연의 제주를 보는 재미, 현지인들의 독특한 식문화를 느껴보는 재미, 도시를 떠나 여유와 건강을 챙기려는 정착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느끼고 부러워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공간입니다. 많이 애착이 가는 곳이라 정치적 이유를 떠나서 강정 해군기지로 주민들이 둘로 나뉘고 육지의 경찰이 파견되고 하는 것을 보니 맘이 많이 아팠습니다. 강정마을에 한번 들려보려 했으나 놀러와서 힘들게 싸우고 있는 곳에 얼굴 비추기 미안해서 그냥 지나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