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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다투어 향연을 펼치는 4월이다. 겨울과 여름이 점점 길어지다 보니 무르익어 가는 봄이 곧 사라질 것만 같다. 그래서 그냥보내기는 더욱 아깝다. 주말을 이용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제대로 즐길만한 봄놀이는 없을까.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 꽃도 보고, 구경거리 풍성하고, 봄나물로 한상 차린 맛집이 있는 그런 곳. 놀이부터 밥상까지 봄기운으로 가득한, 그것도 4월에 제격인 농어촌 체험마을을 소개한다.
글 박효덕 편집위원 사진 해당 체험마을
낮엔 바지락 캐고 밤엔 횃불 밝혀 낙지 잡이
남해 두모마을 www.du-mo.co.kr 해바리마을 haebari.go2vil.org
남해섬 끝자락 남해군 상주면 두모마을 봄은 좀 더 일찍 온다. 이맘때면 마을 곳곳이 연분홍 벚꽃과 노란 유채꽃 물결이다. 어촌이지만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엔 1급수가 흐르고, 서식하는 은어와 참게, 민물장어가 심심찮게 주민들의 봄 식탁에 오른다. 주민들이 계단식 논을 일궈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마을 앞바다는 봄기운을 흠뻑 머금은 해조류 채취가 한창이다. 어민들과 어울려 조개, 고둥, 미역에다 제철 고기잡이를 할 수 있다. 갯고랑에 그물을 쳐놓고 밀물 때에 밀려든 물고기를 썰물 때에 잡는 '개막이' 체험과 바지락 캐기 체험도 기다린다.
두모마을기업 대표 손대한씨는 "올해부터 바다 위에서 즐기는 카약체험(3~11월)을 추가했다"며 "기상과 현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나 이용객이 많아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두모마을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창선면 해바리 마을을 찾으면 밤바다 횃불 축제를 즐길 수 있다. 한밤 중 간조 때 횃불을 들고 해산물을 잡던 이 지역 어민들의 전통 어로체험을 재현한 것인데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1박2일 홰바리패키지(3식4체험)를 신청하면 밤바다에서 맨손으로 낙지를 잡고, 남해안의 특산물로 만든 다양한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담배·술·고기 없는 산골 오지 '에코빌리지'
산골 오지 마근담마을(산청군 시천면)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지리산 둘레길 285㎞ 구간 중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운리-덕산코스를 손가락 마디처럼 연결하는 마을이다. 40여 세대 80여명의 주민들을 만나는 이곳의 봄 체험에는 특별함이 있다.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원칙을 세워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지 않는 주민들의 생활방식이 그렇고, 전국의 귀농·귀촌인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사는 모습이 그렇다. 마을이 형성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집집마다 담배와 술, 고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에코빌리지'인 셈이다.
마을주민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마근담마트'와 '마을금고'는 있고 없는 것이 서로 통하는 대표적인 시설물이다.
"유기농 시금치, 마트에 갔다 놨어요. 오셔서 마음껏 가져가세요. 그리고 외부 체험객을 위해서 부지런히 가꿉시더…." 정감이 넘친다. 체험객들이 이곳을 방문하면 마을게시판에 붙여 놓은 이런 문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식탁의 메뉴도 유기농산물 일색이다. 쌀과 보리, 반찬류의 재료는 주민들이 직접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 농산물이다. 음료 역시 이곳에서 나는 각종 약재들을 발효시킨 효소로 해결한다. 밀과 콩을 가공해 만든 다양한 음식들이 고기보다 쫄깃하고 부드럽다.
4월에 이곳을 찾으면 나물캐기, 칡순따기, 지리산 둘레길 체험을 할 수 있다. 웰빙음식 요리체험, 편백나무 찜질도 가능하다.
3만㎡ 대숲 바람소리는 '오케스트라'
사천시 곤양면 비봉내마을을 찾으면 대숲이 먼저 반긴다. 3만㎡의 대숲에서 맞이하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가슴까지 상쾌하다. 하늘로 치솟은 대나무의 율동과 댓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는 그 자체가 체험객을 맞는 오케스트라다.
대숲 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나면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피리 만들기 등 대를 소재로 한 다양한 놀이와 죽순 캐기 체험이 기다린다.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른들은 대나무 수액으로 만든 고추장을 맛보고, 산죽차 체험을 할 수 있다.
오전 체험이 끝나면 죽순을 넣어 끓인 된장찌개가 점심식탁에 오른다. 오후에는 마을체험관 옆 비닐하우스에서 딸기·토마토 따기가 기다린다. 이와는 별도로 마을 경로회에서 허수아비 만들기와 경운기 타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가끔씩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
비봉내마을을 한 바퀴 돌다보면 인근 서포면 다맥어촌체험마을을 방문하고 싶어진다. 비릿한 갯가에서 즐기는 소라 잡기와 굴 따기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벚꽃으로 유명한 선진리성과 철쭉이 볼만한 와룡산, 낙조가 아름다운 실안 해안길, 창선·삼천포대교가 자동차로 30분 이내에 위치한다.
무논서 메기 잡이…뗏목타고 고사천 생태 탐방
밀양시 동쪽 '영남알프스' 줄기 백마산 자락에 위치한 단장면 평리마을. 지척에 밀양호를 두고 있어 4월 한 달 다채로운 물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마을에서 밀양호까지 가로변에 활짝 핀 이팝나무 꽃을 구경하며 걷는 '물사랑 이팝나무길 걷기' 행사가 열린다. 마을에 돌아오면 갖가지 풀잎에서 다양한 색깔을 추출해 옷감에 물을 들이는 풀잎염색체험이 이어진다.
점심시간에는 모두가 마을식당에 둘러앉아 지역특산물로 만든 웰빙 음식으로 봄 미각을 돋운다. 비빔밥, 두부전골, 매생이전골, 된장찌개가 메뉴로 나온다. 오후에는 논메기잡기·뗏목타기 체험이 각각 1시간씩 진행된다. 발목까지 빠지는 무논에서 가장 큰 메기를 잡은 '논메기잡기왕'을 선발해 평리마을 특산품을 시상한다.
체험객들은 곧바로 고사천 계곡으로 이동해 마을에서 준비한 뗏목을 타고 하천생태탐방에 나선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크고 작은 웅덩이를 만난다. 갖가지 형상의 바위와 벼락을 맞아 산에서 계곡으로 굴러 떨어진 벼락바위도 구경할 수 있다.
봄과 여름에 보고 즐길거리가 많은 평리마을은 4월부터 8월까지 1박2일코스의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당일코스 체험에 반딧불이 관찰과 감자·고구마 구워먹기, 캠프파이어, 할머니·할아버지와 정나누기 등이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