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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발랄 초롱이 - 우리 개 이야기 3부 '초롱이 편'
' 12년간 키웠던 주인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은 초롱이, 상처를 치유하다'
우리 개 이야기를 시작한 지가 벌써 2개월이 넘었는데 이제 흰돌이, 흰순이 편까지 쓰고 오늘에서야 비로소 3부 초롱이편을 쓰게 됐네요. 처음에는 4부작으로 해서 4일만에 후딱 다 쓰려고 했던 글이 어찌어찌하여 그동안 순심이, 럭키, 코돌이, 코순이의 구조 등 또 다른 많은 에피소드들과 겹치다보니 그렇게 됐군요.
자.. 그럼 지금부터 우리 개 이야기 3부 초롱이편을 시작하겠습니다. (4부와 5부.. 럭키와 순심이 편은 순심이 퇴원 이후에 쓸께요. 우리 순심이도 어서 건강하게 퇴원하길..)
■ 12년간 키워지다 버림 받은 초롱이, 입양 후 파양, 재입양 후 또 파양, 그리고 뚱아저씨에게 오다.
초롱이도 흰돌이, 흰순이, 그리고 뚱아저씨 집의 다른 강아지들처럼 유기견이었습니다. 우리 집 강아지들이 다 각자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것처럼 초롱이도 역시 아픈 사연을 가진 강아지입니다.
뚱아저씨가 초롱이를 입양한 것은 4월 23일입니다. 그 날은 흰돌이, 흰순이를 입양한 날로부터 불과 2주 밖에 안됐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침 뚱아저씨도 자원봉사를 하러 갔던 이태원역 4번 출구의 입양캠페인장에서 케이지 안에 있는 초롱이를 처음봤습니다.
그 날은 비가 많이 와서 대형견들은 이동하기 힘들어 마침 소형견들만 입양캠페인장에 나왔었는데 초롱이는 그 중에서도 눈에 띄게 작은 강아지였습니다. 그 전 주에 입양을 했다가 파양이 됐던 강아지였습니다. 그래서 병원가서 혈액검사를 통해 검진을 받느라고 발에 붕대를 묶고 있어서 더 안쓰러워보였습니다.
비가 오던 날 이태원역 앞 입양캠페인장에 있던 초롱이
그 전 주에 입양됐다가 다시 파양되서 케이지에 돌아왔던 초롱이였습니다.
맨 왼쪽의 작은 강아지.. 오른쪽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
초롱이는 작고 예쁜 강아지라 사람들이 호감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입양캠페인장에 나오면 금방 입양이 되는 아이였죠. 그런데 초롱이에게는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물병원 원장님의 추정 나이로 9살 ~ 12살 정도된다고 하는군요. 적어도 9년간은 어떤 주인에게서 사랑받으며 키워졌을텐데 어떤 이유로 버림을 받게 된 것이죠.
그랬던 초롱이였기에 사람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자기를 만지면 으르렁 거리며 아주 싫어했습니다. 입양캠페인장에서는 얌전했던 초롱이가 집으로 가서 으르렁거리고 입질을 하자 입양하신 분이 못키우겠다고 해서 이틀 만에 파양된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입양캠페인장에 와서 입양됐다가 다시 이틀만에 또 파양이 된 것이고요. 그렇게해서 초롱이는 뚱아저씨 집에 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 집에 온다고 해서 초롱이가 금방 달라질 일은 없겠지요. 집에 온 첫날 아무 것도 안먹고 강아지 방석에 또아리를 틀고 웅크리고 자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가여웠습니다.
뚱아저씨 집에 온 첫날, 강아지 방석에서 잔뜩 웅크리고 누워서 또아리를 틀고 자는 초롱이
■ 초롱이와 한 시도 안떨어지고 붙어지낸 96시간
재 입양 후 다시 파양을 당한 초롱이를 다시 유기견 케이지에 보내기 딱했던 유기견 입양 캠페인 카페(유행사)의 운영진은 불쌍한 초롱이를 잠시 임보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때는 이미 흰돌이, 흰순이 두 마리의 강아지를 돌보고 있던 입장이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입양 캠페인장에서부터 너무 작고 안쓰러웠던 초롱이였기에 다시 용기를 내서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초롱이와 나와의 인연이 맺어지게 된 것입니다.
초롱이는 집에 와서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먹었습니다. 사료는 물론 강아지 간식, 햄, 고기, 닭죽 등 그 어떤 것도 안먹었습니다. 마치 뭔가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어요.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어떤 이에게 9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랑을 받으며 키워졌다가 유기견 케이지에서 공포스런 열흘을 보내고 입양됐다가 파양되고, 다시 입양됐다가 파양된 초롱이의 심정이었을테니까요.
강아지들이라고 감정이 없는게 아니고, 강아지라고 해서 쓸쓸함, 슬픔, 참담함 이런 감정을 못느끼지는 않을테니까요. 사람처럼 구체적 사유가 뒷받침된 감정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버려진 것을 느끼는 감정이었을 것입니다.
밥을 먹지 않고 하루에 20시간 이상 잠만 자는 초롱이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뚱아저씨와의 신뢰였습니다. 당장 매일 아침에 퍼스널트레이닝을 하러 가는 뚱아저씨는 회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모든 일정을 일주일 후로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96시간 동안 단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초롱이와 함께 지냈습니다.
집에서는 물론 어디 외출할 때에도 꼭 초롱이를 함께 데리고 갔습니다. 버스를 탈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시장을 갈 때도, 또 다른 어떤 볼일을 볼 때도 함께 다녔습니다.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조차 초롱이를 안고 볼일을 봤습니다. 그렇게해야만 초롱이가 나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없앨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갈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버스를 탈 때도
4월 초파일에 부모님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장흥의 한 작은 절에 갈 때도
시청 앞 반려동물 캠페인장에 갈 때도 - 초롱이를 귀여워해준 어떤 아이와 함께.
그리고 뚱아저씨와 함께 동해바다 다이어터 캠프에 갈 때도
함바집 코카 코돌이, 코순이를 찾으러 갈 때도 함께 갔지요.
초롱이는 뚱아저씨와 늘 함께 였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초롱이는 뚱아저씨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 초롱이가 바꿔놓은 뚱아저씨 라이프 스타일
뚱아저씨의 하루는 대부분 초롱이와의 아침 산책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초롱이는 나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꿔놓았습니다. 분리불안증있었던 초롱이와 떨어져 있지 않기 위해 보통 평일에 늘 오전이면 피트니스 센터에서 하고 있는 퍼스널트레이닝 일일레슨 일정을 월 수 금은 홈트레이닝으로, 화 목 토는 헬스장 트레이닝으로 바꾸게 된 것입니다.
초롱이와 늘 함께하는 아침 산책 - 다른 강아지들도 다 그렇듯이 초롱이도 산책을 무척 좋아하는 강아지에요.
원래는 이렇게 피트니스 센터에서 평일에는 늘 퍼스널트레이닝을 했었지요.
지금은 월수금은 홈트레이닝, 화목토는 헬스장용 트레이닝
집에서 홈트레이닝(수퍼맨 - 백익스텐션 자세) 하는 것을 지켜보는 초롱이 1
집에서 홈트레이닝(런지 장면) 하는 것을 지켜보는 초롱이 2
이렇게 하면서 서서히 분리불안공포증을 없애기 시작한 초롱이는 이제는 뚱아저씨가 외출을 하거나, 부득이한 일로 외박을 하고 오더라도 불안해하지 않아요. 조금 늦게 돌아오면 정말 보고 싶었다는 듯이 내 팔, 다리는 물론 얼굴까지 키스 세례를 퍼붓곤 하지요. ㅋㅋㅋ
■ 초롱이 강아지 사회성 키워주기
초롱이는 강아지에 대한 낯가림이 무척 심한 강아지에요. 전에는 사람에 대해서도 낯가림이 무척 심했는데 지금은 집에 형님네 가족, 동생 가족 등도 자주 오고 친구들, 레슨 받으러 오는 회원들도 자주오다보니까 사람에 대한 낯가림은 거의 없어졌어요.
그런데 강아지들에 대한 낯가림이 무척 심합니다. 큰 강아지는 물론 비슷한 크기의 강아지나 어떤 때는 컵사이즈 강아지가 옆에 와도,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피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무척 받곤 합니다.
이 녀석, 언제까지 이렇게 살면 안될 것 같아서 사회성을 좀 키워주기 위해 가능하면 다른 강아지들과 많이 접촉을 시켜주기로 했어요.
뚱아저씨가 자주 가는 단골 애견용품샵의 또 다른 단골의 강아지인 푸들 재롱이와 함께.
재롱이도 엄청 낯가림이 심한 강아지.
한강시민공원에 산책나온 또 다른 요키와 함께.
그랬더니 처음에는 다른 강아지와 조금만 붙어 있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초롱이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지금도 먼저 다른 강아지들에게 다가가진 않지만 그래도 전처럼 구석에 숨는 버릇은 조금씩 조금식 나아지고 있답니다. ㅋㅋㅋ
■ 초롱이.. 맺음말
초롱이는 오랜 시간 주인에게 길러졌다 버려졌던(잃어버린?) 만큼 상처가 깊은 강아지였습니다. 마음을 쉽게 잘 열어주지도 않았지요. 하지만 고맙게도 뚱아저씨에게 마음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늘 뚱아저씨와 함께 하는 강아지가 되었지요.
초롱이를 버린 주인은 아마 그랬을 겁니다. 아주 어린 강아지였을 때 초롱이는 무척 예뻤을 거에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개선충(개옴)에 걸려 콧잔등에 털도 다 빠지고, 백내장도 생기면서 어린 강아지였을때만큼 예쁘진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부담스럽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초롱이가 전 주인 품을 떠나서 뚱아저씨에게 온 것은 뚱아저씨로서는 참 행운입니다. 전 주인이 초롱이를 버렸던 잃어버렸던 둘 다 잘한 행위는 아니지만 뚱아저씨에게 와준 것은 어떤 큰 인연이 닿은 것이겠지요.
어렵사리 인연이 닿아 뚱아저씨에게 온 초롱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산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외출을 하지 못할 일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산책을 나갑니다. 초롱이와 함께하는 산책길은 무척 즐거워요. 얼마나 똥꼬발랄한 산책길인지 모른답니다. 다른 강아지들보다 훨씬 더 명랑한 강아지가 되었어요. 그리고 초롱이와의 산책은 뚱아저씨에게도 무척 중요한 일상 중에 하나가 되었답니다.
초롱이 털 깎아주기 전에 한강시민공원 잔디밭에서
예쁘게 미용하고 난 후 한강시민공원 잔디밭에서
초롱이는 이제 누가 뭐래도 흰돌이, 흰순이, 럭키, 순심이와 더불어 뚱아저씨네 가족의 중요한 일원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뚱아저씨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강아지이지요. 옛날 어르신들 말씀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로 자식들 중에 누가 덜하고 누가 더한 자식이 없이 다 귀하고 소중하다는 표현을 하신 것처럼 초롱이 역시 뚱아저씨에게 귀한 자식이나 다름없는 강아지입니다.
앞으로 초롱이가 몇 년을 더 살게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얼마를 더 살게되든 뚱아저씨는 초롱이가 죽는 그 전날까지도 산책을 시켜주려고 합니다. 초롱이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 정말 원없이 시켜줄 거에요. 그래서 초롱이 가슴에 맺혔던 아픈 상처를 다 잊게 해주려고 합니다.
초롱이는 다행히 뚱아저씨에게 와서 즐거운 산책도 하며 재밌게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입양캠페인장에는 수많은 버려진 크고 작은 강아지들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그리고 처음에 밥을 잘 안먹는다고, 입질을 한다고, 똥오줌을 못가린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몇 주만 정성을 확실히 들여보세요. 그러면 산 강아지들보다 훨씬 더 많은 정을 주고 예쁜 강아지가 될 겁니다.
뚱아저씨 집에 있는 다섯 마리의 유기견들 모두 얼마나 예쁘고 정이많은 지 몰라요. 강아지.. 사지 말고 꼭 입양하세요. 그리고 사랑을 주세요. 그러면 돈주고 분양받은 강아지들 못지 않게 훨씬 더 예뻐집니다. 뚱아저씨가 정말 자신있게 권해드립니다.
사랑스런 초롱이.. 늘 건강하고 행복한 강아지가 되길..
P.S. 1) 초롱이 머리 묶음의 비밀.
초롱이 머리는 뚱아저씨가 묶어주는게 아니에요. 뚱아저씨는 손재주가 무뎌서 잘 못묶어요. 해보려고 해도 잘안되더라구요. ㅋㅋ
그래서 뚱아저씨가 거의 매일이다시피 다니는 단골 애견용품샵의 알바생과 매니져님이 초롱이를 무척 예뻐하는데 그 분들이 늘 해주는 겁니다. 이제 비밀이 풀리셨나요? ㅋㅋ
초롱이 올 누드 컷. ^___________^
초롱이 머리 묶기 전.. 나름 시크한 헤어스타일.. ㅋㅋ
머리를 묶고 나서 똘망똘망해진 초롱이.. ㅋㅋㅋ
P.S. 2 보너스 컷 ) 초롱이 산책만 하려고 하면 자기도 데리고 가달라고 붙잡고 늘어지는 흰돌이, 흰순이 ㅋㅋ
뚱아저씨네 또 다른 귀염둥이들인 좌흰순, 우흰돌
붙잡고 늘어지는데 뭐 있는 흰돌이.. ㅋㅋ
초롱이를데리고 나오자 얼른 문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흰돌이, 흰순이
산책하고 돌아오니 또 붙잡고 늘어지는 흰돌이.. ㅋㅋ
뚱아저씨 방안에 있는 흰돌이, 흰순이, 초롱이 캔버스 아트 액자
강아지를 좋아하는 화가 전미선님 작품. (http://blog.naver.com/pinK3380 )
P.S. 3) 엄청 똥꼬발랄 명랑한 초롱이 산책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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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초롱이 더운 여름 잘 보내서 좀 더 우리에게 이쁜 모습 보여주렴~
초롱이 모습보려고 들어와봣네요....초롱아 잘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