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치 괴물 탱크 2종
2차세계대전 중에 유럽 전선에서 미국의 셔먼이나 영국의 크롬웰과 같은 주력 전차들이 가장 무서워했던 나치 독일의 전차는 단연코 "타이거 1"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크롬웰의 화력으로는 바로 앞에서 타이거 1에게 포격을 해도 철갑을 뚫지 못한다는군요. 셔먼의 경우는 조금 나은 싱황지만 절대적인 화력과 철갑의 열세는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었구요.
하지만 나치 독일이 개발한 전차 중에서 연합군과 나치 독일을 합쳐서 2차대전 중에 가장 무겁고, 거대했던 몸집의 전차를 얘기한다면 Panzerjäger Tiger Ausf. B 라는 공식 명칭의 "헌팅 타이거"가 바로 장본인입니다. 무려 128mm 전차포를 장착하였던 이 모델의 엄청난 화력은 위에서 얘기한 타이거 1 전차가 연합군들을 공포에 떨게했던 전차포가 88mm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헌팅 타이거는 엄청난 무게와 잦은 고장으로 인해서 성능적으로 주는 공포감 만큼 실제 전장에서 뛰어난 전공을 세우지는 못한 실패작이었습니다. 게다가 워낙 늦게 개발되었고, 낮은 생산성으로 실제 종전이 임박했던 1944년 2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어 이듬해 나치 독일의 항복까지 90대도 안되는 수량이 생산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헌팅 타이거의 우람한 몸집은 1/35 키트로 출시했던 타미야 제품을 조립했을 때 제법 묵직한 느낌을 주며,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에 과학교재사 진열대위에 높지막히 자리 잡은 이 키트를 발견했을 때 저먼 그래이 컬러로 도장된 모습의 박스 아트를 보면서 어린 시절 언제나 저렇게 비싼 키트를 내 마음대로 사서 즐겨볼까하는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미 단정되었을텐데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끝도 없이 재고가 나오는지 eBay에서는 지금도 많지는 않지만 이 빈티지 키트의 판매가 이루어지곤 하네요.
이어지는 두번째 괴물 탱크는 타이거 1에 이어서 등장한 킹 타이거입니다. 88mm 전차포를 장착하였고, 헌팅 타이거와 같은 탱크 디스트로이어가 아니라 타이거 1에 이어서 등장한 나치의 주력 전차 후보였습니다. 전차포는 축소되었지만 베이스는 헌팅 타이거의 그것을 사용하여 개발되었는데 워낙 거대한 몸통때문에 시가 전에서 상대방 전차의 포격이 아니라 좁은 거리 코너에서 방향을 바꾸다가 건물 벽들을 부서서 무너지는 벽돌담에 깔려서 멈춰버린 일화가 있을 정도로 기동성 측면에서는 너무 큰 덩치였습니다. 공식 명칭은 Panzerkampfwagen Tiger Ausf. B,였지만 "타이거 2"라고 일반적으로 불리고 있는데 처음 실전에 투입된 시기가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성공한 후인 1944년 7월 유럽 서부 전선으로 기록 됩니다. 위의 헌팅 타이거보다도 더 늦게 개발되어 불과 1년도 안되는 기간 제대로 전공도 세워보지 못한 채 나치 독일의 항복을 맞이하게 된 비운의 전차입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우람하면서도 유선형의 포탑이 매력적인 거인 전차 "킹 타이거"의 디자인을 보면서 이 전차의 짧고도 보잘 것 없는 전공의 기록을 모르던 그때에 마냥 갖고 싶었던 키트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2.매력적인 나치 장교 및 하사관 미니어쳐 세트
초기 타미야의 피규어들과 근래 출시된 다양한 메이커들의 피규어들을 비교하면 우선 정밀도라든가 미묘한 표정 처리등을 기대하는 것이 당시 기술 수준에서 분명히 무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투신이 아닌 장교와 하사관들이 대화하는 장면을 묘사한 위이 미니어져는 그 정밀성의 한계를 떠나서 매우 매력있는 키트입니다.
사용 설명서에 인쇄된 지도를 오려서 장교의 손에 쥐어 주도록 되어있고, 헬멧을 벗은 하사관이 모습이 실감 나는 설정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디오라마를 만들 때 궂이 퍼티를 사용하여 자세를 바꿔주지 않아도 뭔가 스토리 텔링을 기대할 수 있는 설정이 될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2차대전때 나치 독일이 얼마나 극악한 죄악을 저질렀는가를 충분히 몰랐던 시절에 독특한 헬멧과 부츠가 인상적인 독일군 복장을 보면서 어린 저는 매료되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때 주말이면 TV 외화 "전투"(Combat)이라는 2차대전 전투 드라마를 방영해주곤 했었는데 왠지 너저분하게 느껴지는 미군 "착한 나라"와 매주 매회 수십명씩 "착한 나라"에게 총 맞아 쓰러지고, 도망가는 "나쁜 나라" 독일군의 모습을 보면서도 "나쁜 나라" 군인들의 멋있는 복장만이 머리 속 깊이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박스 아트뿐만 아니라 요즘 피규어들보다 좀 아쉬운 부분이 많은 조건이라도 나름 작품 한번 만들어보려고 제 "지름신 박스" 안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중입니다. 가조립 끝낸 타이거 1과 함께 동부 전선 전장 한복판에서 작전 회의 중인 육군 장교와 하사관들의 모습을 연출하고 그 옆에 아직 박스도 뜯지 않았지만 저먼 그레이로 도장한 "큐벨바겐" 군용 차량을 세워서 균형을 맞춰 볼 욕심입니다.
(1962년~1967년 미국 ABC 방송에서 미국 전국으로 방영된
TV시리즈 전투("Combat!")는 국내에서는 80년대 군부 구테타 후에
언론 통폐합으로 사라진 동양방송에서 70년대에 주말에 방영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노랗고 길죽한 리모콘이 추가된 키트들
요즘에는 그런 장난감적인 발상을 하는 키트들이 없지만 70년대 타미야 키트들은 자그마한 모터와 2A 배터리 2개가 차체 안쪽으로 들어가고 서너개 톱니 바퀴로 구성된 기어 박스가 휠과 연결되어 바닥에 작은 스위치를 누르면 움직이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탓에 빈티지 키트들 중에서 모터가 제공되지 않으면서도 차체 바닥을 보면 배터리 놓는 위치가 그려져 있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다 예전에 모터를 넣어주던 시절에 흔적이지요.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거의 대패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노란색 리모트 콘드롤러와 함께 전기선으로 연결된 "유선" 리코콘 조종 탱크 키트가 출시되었었습니다. 즉 아래 M551 세리단 탱크를 보면 아래 박스 아트의 키트들의 70년대 출시품들은 아까 말씀드린대로 바닥에 작은 스위치를 사용하여 모터 구동이 되었고,
모든 것이 똑같은 키트이지만 리모트 콘트럴러 박스 (그 안에 배터리가 들어가서 그렇게 사이즈가 컷던 것 같습니다.)까지 추가되면 똑같은 모델이지만 가격이 훌쩍 비싸지고 박스 아트도 아래와 같이 배경 그림이 들어가고,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전시가 목적인 플라 모델 키트에 모터와 배터리가 왠말이냐 하겠지만...... 좀 늙은이 같아지는 느낌이 들어도 "그때는 그랬었지요...."
아직도 eBay에서는 약 40년 전에 출시된 공룡 화석과 같은 "모터 딸린" 타미야 탱크 키트가 아직도 팔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골동품들이 어느 구석에서 박스도 뜯지 않은 상태로 처박혀 있다가 이제 나오는 것인지...........
위에 누런색 리모트 콘트롤 박스가 보이시지요? 그리고 밑에 박스 안에는 플라스틱 부품들과 함께 들어가 있는 기어 박스와 전기 도선들과 소형 모터들의 모습도..... 왠지 "극사실주의"를 추구해야 할 플라 모델에 길다란 전기줄이 나와서 지잉 지잉 소리를 내면서 땅바닥에서 장난감 마냥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좀 당혹스러워지는데 어쨌든 "그때는 그랬습니다." 헐헐
첫댓글 아아....저 쉐리던의 추억... 저녀석이 너무좋아서 어릴때 3~4대 정도 사서 만들어 보던 추억이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준만님 킷트리뷰솜씨가 예사롭지 않네요... 정성도 가득하고 ^^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휴 감사합니다..... 초짜 회원한테 그런 칭찬을 해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
맞아요. 이런 리뷰 참 좋아요. 키트를 하나하나 까발리는 것도 좋지만, 이 킷들과 관련된 추억을 공유하는 리뷰가 우리 카페에는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는 모터 주행형 킷에 대해 아주 좋게 생각을 한답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 만들어서 조종하는 것이 조립식 탱크를 만드는 큰 재미였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도색이니 어쩌니 저쩌니 하지 어릴 적엔 갖고 놀 수 있었기에 우리가 이 취미를 좋은 기억으로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아이들도 어려운 스케일 키트가 아닌, 만들어서 갖고 놀 수 있는 키트라면 아주 흥미롭게 갖고 "놀" 수 있잖아요. 그래서, 어떤 형태든지 주행하거나 갖고 놀 수 있는 키트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제가 귀가 얇은 것인지 몰라도 말씀 듣고보니 또 그 말씀이 맞는 듯.....헐헐
킷 리뷰실력도 대단하시네요... 음 머랄까.... 프라모델에대한 연륜에서 나오는.... 리뷰라고 할까요~~~~
고수님들 댓글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좀 더 성의있는 글을 올리도록 해야 하겠네요.....
흐~~실기에 대한 설명까지 아주 재미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카데미에서도 모터라이즈가 많이 나왔었지요~~어떤건지는 모르겠는데 한 두대정도 만들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전 제품을 보니 새로운 느낌이네요~~^^
탱크들의 역사를 함께 알면 그만큼 더 모델링 취미가 흥미로워지거든요. 예전에 batman44라는 필명으로 조선일보 유용원의 군사세계에 꽤 오래 글을 올린 적 있는데 그때는 2차세계대전 주력 전차들에 대한 소개 글들이었는데 제법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combat! 어릴 적 재밌게 봤던 기억이...^^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 combat 기억하시는 분이면 아마 제 또래 아니면 저보다 연장자이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