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숱한 길을 품고 있다. 먼저 부산 외곽을 잇는 6개의 명품 길이 있다. 총 연장 133㎞. 이 길들은 부산의 걷기 마니아들이 두 차례에 걸쳐 다듬고 검증한 길이다. 이들 길은 대중교통의 큰 축인 부산지하철과 연계돼 있다.
부산 외곽 6개 명품 길
각 길은 20~25㎞에 이르며 당일에 걸을 수 있다. 예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중간에 점심 시간 및 서너 차례의 휴식 시간을 포함하는 일정이다.
6개의 명품 길은 저마다 빼어난 구간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그 구간만 택해 걸어도 '부산'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이들 길이 마저 품지 못한, 이를테면 기장 죽성 해안길 등 주변의 길을 걸어도 또한 무방하다.
1구간 강변길 2구간 호수·숲길
1구간은 부산의 서쪽을 흐르는 낙동강을 느낄 수 있는 길(20㎞)이며, 2구간은 부산의 '월든 호수'랄 수 있는 회동수원지와 계절이 춤추는 산색을 만끽할 수 있는 일광테마임도로 이어지는 22㎞의 길.(4면 상보)
3구간 달빛 아래 철학자의 길
기장역에서 출발해 해안을 따라 대변항~송정해수욕장~구덕포~해운대해수욕장~동백섬 한 바퀴~광안리해수욕장~지하철 금련산역에 이르는 25㎞ 일정. 특히 송정해수욕장 끄트머리의 구덕포에서 동해남부선 철길을 지나 바다를 왼쪽에 두면서 달맞이언덕까지 걷는 오솔길이 빼어난 구간이다.
이 중 1.5㎞의 문탠로드도 들어 있다. "바다 위에 부서지는 교교한
달빛을 보면 울음 울 듯이 마음이 설렌다"는 길이다. 이 일대의 길을 부산의 '로렐라이 길' '철학자의 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운대해수욕장과 동백섬 길은 더 이상 사족을 달 필요없는 부산 시민의 길이다.
4구간 오륙도 앞 이르는 절경
지하철 금련산역 5번 출구~광안리해수욕장~LG자이아파트~섭자리~이기대 해안길~어울마당~오륙도선착장~신선대 둘레 길 한바퀴~동명대~부산박물관~지하철 대연역의 20㎞ 구간. 이중 이기대 해안길은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 앞까지 이르는 절경의 길. 부산 최고의 길로 꼽는 이도 있다.
5구간 도심·바다 어우러진 길
지하철 중앙동역 4번 출구~부산대교~동삼해수천~해양대학교~동삼 패총박물관~태종대 입구~감지해변~절영해안산책로~남항대교~지하철 자갈치역에 이르는 23㎞ 구간이다. 영도를 한 바퀴 돌아나가는 코스로 이중 3.3㎞의 절영해안산책로만 따로 떼어내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며 부산 최고의 길로 꼽는 이도 있다.
이 산책로에서 저 멀리 가덕도를 넘어가는 장엄한 일몰을 감상할 수도 있다. 4.3㎞의 태종대 순환로도 아름다운 길의 하나다. 모네의 그림과 같은 인상적인 '해돋이'를 구경할 수 있는 새벽 산책 길이기도 하다.
6구간 명품 길 마무리 구간
지하철 남포동역 6번 출구~영도대교~남항대교~송도해수욕장~송도해안산책로~암남공원~장군봉 순환로~다대포해수욕장에 이르는 23㎞ 구간이다. 송도의 해안산책로, 암남공원을 한 바퀴도는 길이 아름답다.
이 구간에 덧붙여 몰운대 일주 코스도 그 자체로 좋다. 부산 외곽을 잇는 6개 명품 길이 다대포의 장엄한 일몰과 더불어 마무리되는 구간이다.
과제 화장실·안내판 설치 시급
낙동강변 길에는 화장실이 거의 없다. 한강변 길에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걷기 마니아들은 "길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첫째로 화장실이다. 특히 여성들의 불편을 말해서 무엇하랴"라고 지적했다. 서울 중랑천변 길의 경우, 3년 전 간이 화장실을 설치한 이후부터 찾는 사람의 숫자가 확연히 많아졌다고 한다.
아직 부산의 외곽을 잇는 코스 중에는 북항 부두길, 우암동 부두길은 매연에 뒤덮여 있고 무미건조하고 위험하여 외곽 명품길에 빠져 있는 것은 부산이 환경적으로 덜 성숙돼 있다는 반증이다.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명품 길을 선정해 길 지도를 그리고, 길 안내판을 곳곳에 만들어야 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걷기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