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의 막바지 9월에 상도동에 있는 래미안베이커리에 다녀 온 이야기를
맹위를 떨치는 한겨울에 끄적거려도 별 어색함은 없다만은,
과연 그때의 느낌과 소감을 자연스레 풀어 놓을지는 자신이 없다
래미안베이커리는 숭실대학 전철역에서 멀지않은 래미안아파트 초입에 자리해 있지만
눈에 힘을 덜 주고 보면 그리 잘 뵈지 않는곳에 위치해 있다..
그런곳에 있는 래미안베이커리를 처음 알게된 계기는
거래업체의 한 분께서
"상도동에 있는 조그만한 제과점 주방이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어..
정말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일하고 있다니께..."
진작 이 말을 들어 두었기에 호기심이 일었고 꼭 한 번 가보자했지만
연일 격무에 시달리는지라 짬이 얼른 나지 않았다.
몇달이 지난후 드디어 모진 맴을 먹고 나섰는데
대체 상호가 생각나지 않길래 검색을 좀 해보니..
상도동의 몇몇 빵집이 발그래 등장하고
마침내 래미안베이커리 소개가 나오는데
"국내 최고령 현역기술자!!!"..라는 글귀가...
아,,그래 제대로 잘 찍었구나..나름 쾌재를..ㅎㅎ
일요일 정오가 지날 무렵
외딴곳에 허름한 내 차를 세워놓고
쭈삣거리며 문을 열자 달콤한 도너츠내음이 물씬..
슬쩍 눈으로 한 바뀌후 사장님을 찾으니
바로 주방에서 나오시는데 난 곧바로 예의바른 몸짓을 해댔다..
69세의 연세로 여전히 빵공장을 지키며 당당한 제과인으로
서 계시는 모습에 존경의 마음이 순식간에 일었다..
아무리 오랜세월 그 일이 몸에 베어있다 하더라도
결코 적지않은 나이에 직접 반죽하고 굽고 마무리 한다는것은 쉽지 않음을
우리 과업인들은 잘 알고 있쟎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음식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직접 팔걷어 붙이고 주방을 지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긴 그들이 주방을 지키냐 안지키냐가 무엇이 그리 중요하리오만
윤방춘 사장님처럼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업소는
그들과 달라도 뭔가가 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내 나이를 물으시고는
"큰사우 나이랑 같네"..라며 고운 미소로 음료를 권하시던 사모님..
주변에서 그런단다..
여전히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고 터전을 일구는 모습에 부러워한다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솔직히 힘든건 또 사실이라며
이제 그만 해야지 하신다..
요런저런 이야기를 나눌때
잔잔히 손님들이 빵을 고르고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라고 예외가 있겠는가!!
찹쌀도너츠 두어개 카운터에 올리며 카드를 들이 미시는 남자분...
퍽도 찌질한 인생이구나 그 남자분...
이제 곧 새 대통령이 되실분의 공약에는
간접세인상도 들어 있다는데
이것저것 돈 들어갈 사업이 많으니 당연 돈이 필요하겠지..
그 재원은 그래도 저항이 약한 간접세로 충당하는게 수월하겠지..
그중에서도 가장 만만한 부가세율 역시 인상하겠지..
앞뒤없이 카드 긁어대는 이 나라 소비자들 덕분에
부가세폭탄과 카드수수료를 동시에 뜯기는 구멍가게 사장님들은
또 속상하다며 오뎅국물에 소주 마시겠지..
그와중에 대기업 카드사들은 여전히 빵빵히 주머니 불리겠지..
그래갖고 소고기 사묵겠지..
그러면서 이 나라는 돌아 가겠지..
그래,,하루이틀 일도 아닌데 뭐..
윤방춘사장님 내외께서
이 자리에 빵집을 낸건 약 7~8년전쯤..
지금도 가게 바로 건너건너에 체인빵집이 있지만
반경 10m 거리에 체인빵집과 저가빵집등 서너개의 경쟁점이 자리했던 시절도 있었다.
결국 그들은 마음이 담긴 빵의 벽을 넘지못하고 제풀에 사라져 갔다..
빵집을 운영하면서 중요한 건 정말 좋은재료를 아끼지 말라는것..
또 중요한 건 그 빵에 마음을 담아내라는것..
거기다 정말 더 중요한 건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는것...이라며
중요한것들의 삼종세트를 역설해 주셨다.
불황이라 고용이 불안한건지
고용이 불안하여 경기가 헤메고 있는지
고런틈을 타 캥거루족으로 만족해 하며 어린것들은 살고 있는지..
암튼.암울한 터널을 건너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한 말씀하셨다..
"너무 주제넘게 재지말고 현실파악들 좀 하고 살아야지..
허황됨에 물들지 말고 당장 행동으로 옮기는 당당함을 가져야지..
인생에 한 방이 어딨어?!!...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데.."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당장 힘들고, 혹은 당장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슬퍼하거나 기뻐만 하지 말자
어차피 인생은 미완성..
지금 여기서 다 거론은 못 하지만
사장님께도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일을 지키고 있는 큰 원동력은
눈앞의 시시비비에 연연치않았기 때문이다..
길게..오래오래,,그렇게 고통도 즐기며
기쁨도 나누며 주변인과 더불어 살아오셨다한다
얼마쯤 뒤면 내게도 내가 내 인생을 책임지며 웃고 울 그날이 올것이다..
어느 누가 세월의 흐름앞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
있다면 그의 인생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가 될까..
계속하여 현재형으로 살아가는 사장님...건강하시고 건승하십시오...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