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극치, 우정의 연주
-옛 동료, 제자들과 함께 한-
지난 2009. 11.12(목) 오후 8시
부산대학교 음악관 콘서트홀에서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가 주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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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Concert
제갈삼 교수와 더불어
라는
타이틀의 감동적인 연주회가 깊어가는 가을밤 금정산의 붉은 단풍보다 더 진하고 아름답게 효원 캠퍼스를 수 놓았다.
옛 후배 동료 교수들과 제자들이 오래전에 퇴임하여 계속 열정적인 연주와 창작 활동을 펼치고 계시는 老 교수님을 모시고 연주회를 펼친 것.
흔하지 않은 귀한 연주회였다.
8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건강하고 온화한 미소와 함께 맨 처음 순서로 무대에 나타나신 제갈 교수님은 피아노 앞에 담담하게 앉으셨다.
드디어 L. V. Beethoven의 Piano Sonata No. 14 Op.27-2 (월광) 1악장의 삼연음의 분산화음이 조용히 울려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동안 교수님의 각고의 삶의 여정을 대충 알고 있었기에 그 음 하나하나가 바닷가에 또렷이 남겨진 물새 발자국 같은 교수님의 삶의 파노라마와 함께 내 귀를 울리고 나의 심장을 울리기까지 했다. 악장 마지막의 g# c#으로 이어지는 악성의 깊은 고뇌와도 같은 울림은 정말 내가 베토벤을 눈물 겹도록 좋아하는 울림이었는데 사실 나는 그 순간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그 음률과 더불어 예술을 향한 교수님의 그 숭고한 정신과 진지한 자세에서 눈시울이 뜨거워 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악장을 거쳐 드디어 열정적인 3악장에 도달했다. 빠른 16분음으로 질주하는 분산화음에서 노대가의 열정은 더욱 빛을 발하며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때때로 눈을 지그시 감고 천정을 응시하며 깊은 감동에 젖어 연주할 때는 청중이 함께 베토벤의 열정과 고뇌와 사색에 빠져들게 하기도 했다. 질주하며 사색하며 반추하며 달려오던 음률이 드디어 c# minor의 하향 알페지오를 내리 닫다가 둔탁한 마지막 코드를 힘있게 울리며 마무리 했다.
후반부에서 두 번째로 무대에 나타나신 교수님은 또 다른 새로운 감동을 안겨 주었다.
S.Rachmaninoff의 Prelude c# minor op. 32-2 에 이어 선생님의 자작곡 Elegy for piano
를 연주 한 것.
선생님은 최근 이 곡을 제법 자주 연주하는 셈이다. 향신회 고문으로 초빙되신 선생님은 향신회 정기 작곡발표회에서 연주 한 바가 있고 그 연주는 할 때 마다 새로운 감동과 뉴앙스를 던져주고 있는 작품이다.
피아니스트이지만 피아노에서 연마한 그 모든 기법들이 작품에 녹아나 아주 완숙한 품위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지막 순서로 한명희 교수와 함께한 S. Rachmaninoff는 또 다른 하나의 아름다운 콤비네이션이었다. 평소 존경하던 노 선배 교수님을 모시고 같이 연주하는 그 모습은 자라는 후진들에게 하나의 모본이었고 그 자체가 바로 교훈이 됨직 했다.
제갈 교수님은 퇴임한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 연주와 창작과 집필을 계속하여 노익장을 과시하고 계시는 부산 음악의 터줏대감이신 셈이다.
선생님은 그 동안 ‘초창기 부산음악사’ 삶과 음악 이야기를 담은 ‘念念雜感’ ‘부산, 경남지역의 음악문화유산과 그 軌跡’ 자전적 회고인 ‘잊을 수 없는 음악인과 음악회’ 등의 저서를 집필하여 부산 음악 발전사의 산 증인이시기도 하다.
후진들에게 하나의 큰 교훈과 도전을 안겨주신 선생님의 진지한 그리고 열정의 연주는 부산음악사에 또 하나의 큰 족적을 남기신 셈이다.
이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교육자의 표상이신 선생님의 앞날에 더 큰 영광과 행운이 함께 하실 것을 기원하며 더욱 건강하신 모습으로 계속하여 좋은 연주 들려 주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