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 지키는 '안심해' 리포트
김장용 소금, 알고 먹으면 ‘약’된다
김장철을 앞두고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것이 굵은 소금이다. 제품 A와 같이, 대형 할인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굵은 소금은 대부분 ‘천일염 100%, 국내산’으로 표기돼 있었다.<표참조>
천일염은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만든 천연 소금. 각종 미네랄과 유기물질이 풍부하다. 그간 유해물질이 섞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천일염을 식품에 사용할 수 없었으나 청정해역에서 제대로 만든 천일염은 유해물질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천일염은 안전할 뿐만 아니라 미네랄 조성도 탁월하다는 사실이 확인돼 올해 3월 28일부로 천일염도 식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천일염이 식품으로 인정받기 전,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던 소금은 정제염. ‘한주소금’으로 많이 알려진 정제염은 바닷물에서 전기분해 방식으로 순수 염화나트륨만을 뽑아낸 것이다.
불순물을 제거해 위생적이지만 해수와 소금에 함유된 다량의 미네랄을 깎아내 미네랄이 거의 없다. 요즘 식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정제염은 대부분 가마에서 구워낸 염화나트륨 99% 이상의 화학염이다.
맛소금(제품B)은 이러한 정제염에다 화학조미료인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을 첨가해 만든 것. 소금의 짠맛에 감칠맛이 더해졌지만 MSG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판매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한편 꽃소금(제품C)은 천일염을 물에 녹인 후 끓여 불순물과 염화가스 등을 제거한 소금으로 재제염이라고 한다. 재제염은 소금을 용해, 탈수,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재결정화 시킨 것.
구운 소금(제품D)이나 죽염(제품E)은 가공염이다. 천일염의 유해물질에는 황산염이나 비소화합물 등이 있다. 이 물질들은 보통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휘발되어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중에서 천일염이 주로 구운 소금의 형태로 판매되는 것이 그래서다. 구운 소금은 천일염을 800도 이상에서 볶아낸 소금이다. 구운 소금 가운데 우리에게 친숙한 제품이 죽염이다. 대나무 속에 천일염을 넣고 고열에서 여러 차례 구워 만든 죽염은 주로 약용, 미용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밖에 돌 형태로 지상에서 채취한 소금으로 암염이 있다.
수입산 ‘포대갈이’ 기승
김장용 소금을 구매할 때 무엇보다 제품의 원산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소금은 국내산 천일염이 가장 우수하고 가격도 비싸다.
따라서 중국산 소금과 호주산 암염 등을 국내산 포대에 담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속칭 ‘포대갈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인천에서 적발된 한 업자는 국내산 소금 15%(㎏당 230원)에 중국산 15%(200원), 호주산 암염 70%(130원)로 혼합한 저염도 소금을 국산으로 판매하다 적발된 바 있다.
국내산 좋은 소금은 손으로 쥐었을 때 쉽게 부서지고 갯내가 난다. 단단하고 잘 부서지지 않는 것은 중국산이거나 국산이라고 해도 초봄이나 가을에 만들어 품질이 떨어지며, 먹어보면 단맛 대신 쓴맛이 뒤끝에 남는다. 중국산은 소독약 냄새가 나기도 한다.
염화나트륨의 과잉 섭취가 건강에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자 최근에는 ‘저(低)나트륨 소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제품 F와 G는 나트륨의 양을 40~50% 줄인 저나트륨 소금. 나트륨의 함량을 줄이면서도 똑같이 짠맛을 내기 위해 염화칼륨을 28%까지 첨가했다.
그러나 저나트륨 제품은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소변으로 배출돼야 할 염화칼륨이 체내에 쌓이면 호흡곤란이나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
35세 이상 한국 성인의 13.8%가 만성 신장질환자로, 이 가운데 63%가 자각증상이 거의 없는 1, 2기 환자라는 대한신장학회의 발표도 있으므로 저나트륨 소금 이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으로 섭취해야 바람직
최근 소금에도 기능성을 강화한 제품이 등장해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웰빙 소금으로 허브맛소금(제품 H), 미트소금, 해초소금 등이 있다.
그러나 제품 H의 경우처럼 특정한 기능을 강화한 반면, 정제염을 사용하고 향미증진제, 합성착향료, MSG 등 다양한 첨가물을 넣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웰빙 소금을 통해 인체에 유익한 기능을 강화하려고 하기보다, 다른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소금의 성분과 가격을 비교한 결과, 국내산 천일염으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고, 정제염이나 정제염에 첨가물을 넣은 맛소금 등은 권장할 만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저염 소금이나 가공염, 웰빙 소금 등 기능성 소금들이 가격은 훨씬 비쌌으나, 건강에는 오히려 해롭거나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중국산 제품이 국산 소금으로 둔갑해 대형 할인매장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사례가 자주 적발되고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1006호 [소비자] (2008-11-14)
박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