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어가는 가을과 함께 맛보는 전통주
최근 한국의 전통주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깊어 가는 가을만큼 익어가는 우리 술의 역사도 체험하고 전통주도 맛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는 “물맛 따라, 술맛 따라, 한국의 전통주를 찾아서”라는 테마 하에 2010년 11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270년을 이어온 양동 청주의 맛, 송국주(경북 경주)’, ‘3대째 가업으로 막걸리맛 이어간다(경기 양평)’, ‘신선이 즐기는 곡차, 호산춘(경북 문경)’, ‘80년 양조장의 연륜으로 빚은 진천 덕산막걸리(충북 진천)’, ‘붉은 눈물 방울방울 모아 술을 빚다, 진도 홍주(전남 진도)’ 등 5곳을 각각 선정, 발표하였다.
270년을 이어온 양동청주의 맛 송국주
■위치=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송국주는 양동청주라 불리며 270년 동안 그 맛을 이어온 양동마을의 전통주다.
송국주가 270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맛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물맛을 들 수 있다. 술맛은 물맛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맛을 논함에 있어 물맛은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니 송국주 역시 그 맛의 비밀은 물에서 찾는 게 순서다. 송국주는 물 맛 좋기로 소문난 양동마을의 지하수를 이용해 술을 빚는다.
하지만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별도의 술물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 국화잎, 감초, 조청이 들어가는 술물은 가마솥에서 2시간 정도 푹 끓여 낸 뒤 상온에서 20시간 이상 천천히 식혀 사용하는데, 술물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국화잎의 좋은 성분이 충분히 우러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문의= 경주시문화관광과 054)779-6394.
3대째 가업으로 막걸리맛 이어간다 지평막걸리
■위치=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리 551-2
양평군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고장이다. 물 맑은 고장이니 맛이 좋은 막걸리 양조장이 없을 리 없다.
지평면에 지평막걸리를 생산해내는 지평주조가 있다. 1925년 창업돼 오늘날까지 막걸리역사를 이어간다. 양조장은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인데 지평주조 측에서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원하지 않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막걸리를 생산해내는데 가장 중요한 균을 배양하는 종국실, 술이 익어가는 숙성실, 그리고 지평주조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 등이 있다.
지평막걸리를 한 잔 걸치고 가볼 곳도 많다. 용문사나 사나사 등 전통적인 문화유적지뿐만 아니라 황순원문학관, 바탕골예술관, 갤러리 와 등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레일바이크나 추억의 간이역인 구둔역 등도 양평의 자랑거리다.
▲문의=양평군청 문화관광과 031)770-2066.
신선이 즐기는 곡차 호산춘
■위치=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
금수강산 대한민국에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참으로 많다. 물 좋은 곳에는 당연히 차(茶)가 맛나고 술(酒)이 좋으니 문경에서는 호산춘 맛이 기막히다.
‘8진사 8천석’으로 불리던 황희 정승 집에서 봉제사와 접빈객을 위해 빚던 호산춘은 경주 교동의 법주, 서천 한산의 소곡주와 더불어 한국 3대 명주로 불린다. 최고급 술에는 술 주(酒)자 대신 봄 춘(春)자를 쓰는데 호산춘은 국내에 전승되는 전통주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춘주다. 쌀 한 되에 술 한 되밖에 나오지 않는 고급술이며 마음이 동해야 술을 빚는 옹고집 술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술독을 엎어버리는 황씨 고집은 청와대도 꺾지 못했다. 선비들이 과거 보러 가던 문경새재길과 고즈넉한 김룡사 일주문 길, 가슴속까지 짜릿한 공중질주 짚 라인까지 문경의 매력은 끝이 없다.
▲문의=문경시청 문화관광과 054)550-6391.
80년 양조장의 연륜으로 빚은 진천 덕산막걸리
■위치=충북 진천군 덕산면 용몽리 572-16
백두산에서 벌목해 온 목재로 건물을 세운 덕산양조장은 양조장으로는 유일하게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재다. 단층건물이지만 3층 높이의 규모로 일본식과 서양식 트러스트 구조를 합쳐놓았다. 서쪽에 냇가가 흐르고 동쪽에 산이 자리해 바람 방향에 맞춰 건물 위치를 잡고 높은 지붕에 통풍 굴뚝까지 세웠다.
발효실은 단열을 위해 이중 벽을 설치했고 천정은 왕겨를 깔아 발효를 도왔으며 고희를 훌쩍 넘은 옹기 안에는 술이 부글부글 익고 있다.
양조장 옆은 저온저장고 겸 시음장이 서 있는데 술항아리와 오크통을 붙여 놓은 모양이 특이하다. 막걸리는 지하 150m 암반수를 이용해 진천 햅쌀로 빚어서 빛깔이 곱고 부드러워 목에 잘 넘어간다.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저온살균하기 때문에 생막걸리의 풍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데 좋은 재료, 연륜이 묻어 있는 양조장 그리고 3대째 내려오는 장인정신이야말로 맛의 비결이다.
▲문의=세왕주조 043)536-3567.
붉은 눈물 방울방울 모아 술을 빚다 진도 홍주
■위치=전남 진도군 군내면 송산리, 둔전리
조선시대, 한반도 남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진도는 조정과 뜻이 다른 굵직굵직한 선비들이 유배 보내지는 곳이었다.
그들은 진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학문은 물론, 왕도에서 누리던 수준 높은 문화를 전한 것. 그래서인지 진도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시인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노래 한자락 장구 한가락은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술이 빠졌을 리 없다.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주 ‘홍주’가 있었으니 말이다.
발효된 밑술을 소줏고리로 증류해 당뇨, 비만,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지초를 더하면 고운 붉은 색을 띄는 홍주가 되는 것. 홍주의 알코올 함유량은 40%. 세계의 이름난 술들과 같다. 진도가 세계적인 술 ‘홍주’를 꿈꾸는 이유이다. 이를 위해 홍주를 연구하고, 진도군수품질인증제도 및 첨단 기술을 도입해 알코올과 지초 함량의 표준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문의=진도홍주 신활력사업소 061)540-6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