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향하던 어느 날, 신호대기 중에 창밖을 바라보다 화들짝 놀랐다.
길가에 ‘성모성심성당’이라고 씌어진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 곳에 성당이 있다는 걸 그날 처음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반복되는 도서관 대출과 반납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날들을 지나다녔는데 몰랐다니 기가 막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눈에 들지 않는 것은 인식조차 못하는 나의 무심함이 놀라웠다.
그 이후 도서관에 갈 때마다 눈길을 주고 눈인사를 건네다
청주교구청 홈페이지에서 미사시간을 확인하고는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주차 후, 성당으로 향하다 입구 오른쪽 돌에 새겨진
‘2009년 4월 21일자로 로마 리베리오 교황 성모대성전과 영적 유대로 결합된 전대사 지정 성당’
이라는 문구가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였다.
게다가 성당 이름 앞에 자연스레 붙는 지역 구분의 ‘00 동 성당’ 이 아닌,
그냥 ‘성모성심성당’이라니 이렇게 봉헌된 성당이 전하는 메시지가 남달라서 특별하게 느껴졌다.
온전히‘성모성심’에 집중하게 되는 특별함!
조용히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반주자와 해설자가 내가 아는 자매들.
그녀들이 이곳에서 봉사하는 줄 몰랐다. 아, 그랬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는 신앙의 삶을 사는 그녀들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평화의 인사를 위해 뒤돌아보았을 때 또 다른 아는 자매를 발견,
서로 마음을 다해 평화를 빌어주며,
이 시간 다른 곳이 아닌 이 자리에서 이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있음에 감사를 드렸다.
이날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남기고 가신 평화.
진정한 평화는 예수님처럼 자기희생을 통해 이루어내는 것이며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삶을 살라 하시는 강론 말씀을 새겨들으며,
부끄러운 나를 돌아보았다.
어느 공동체든지 그 안에 평화가 있기 위해서는
그 안에 자기희생을 통해 몸 바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란다.
결국 모든 게 다 남의 덕분이었다.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예수님조차 세상에 의연히 맞서, 스스로 지는 싸움으로 승리를 얻어낸
사랑의 결과물이었다.
성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읽어주시며 평화의 도구가 되는 길을 안내해주셨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그분의 도구가 되는 확실한 정답지를 다시 받아든 느낌이었다.
예수님 손에 들려 어떤 연장으로 사용되어질지,
나를 내려놓고 그분 사랑의 손길에 모든 걸 맡겨드리며,
진정으로 우리의 평화를 빌어주셨던 형제이신 예수님을 기억했다.
기약하지 않았던 자매들과의 해후는
함께 해주셨던 예수님께서 준비하신 깜짝 선물이었다.
첫댓글 집에서 가까운 편이어서 청주에 처음와서는 자주 갔던 성당입니다.
성당 축성식 때도 가보았던 곳이라 저에게도 본당은 아니지만 마음이 가는 곳입니다.
사진이 안 보이네요...
유대철 성당처럼 동네 이름이 아니어서 정감이 가는 그곳
어디에 사든 교우들은 모두 벗이지요. 예수님처럼...
자기 희생을 알게 해주는 곳이 곳곳에 있는데, 가끔 갈피를 잃을 때도 있어요. 힘내야겠어요.
죄송합니다. 사진 수정으로 다시 올렸습니다.
아직 서툴고 많이 모자라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이제 사진 잘 보여요~~좋아요~~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어느날 한결 달라진 내가 기쁜데
또 어느날엔 여지없이 흔들리고 주저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