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에 산다
최 화 웅
광안리 해변에는 진종일 싱그러운 파도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동서로 가로 누운 1,400m의 광안리 해변에는 환상적인 빛과 해맑은 젊음이 아우성이 된다. 새해 첫날 아침 ‘해맞이’를 시작으로 정원대보름 ‘수영 전통 달집놀이’, 4월에 수영 팔경과 어방을 주제로 항 ‘광안리 어방축제’, 6월이면 ‘수영 전통민속예술제’가 열리고 8월에는 ‘부산 바다축제’가 피서객을 뜨겁게 달군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하순이면 광안대교를 무대로 ‘부산세계불꽃축제’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회를 거듭할수록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져 국제크루즈선이 들어와 선상관광을 즐길 만큼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려 200만 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이 불꽃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는 ‘부산세계불꽃축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일 년 내내 이어지는 축제로 광안리 해변은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 태어나 소통과 공감을 이룬다. 광안리해변은 그렇게 축제로 먼동이 트고 하루가 저무는 곳이다.
광안리 해변의 비치라인은 파도가 만든 반원형 곡선으로 휘어져 있다.
광안리 해변은 수영강 하구의 민락동으로부터 남천동에 이르는 수영만 일대에 형성된 해안으로 금련산에서 내려온 질 좋은 모래가 백사장을 이루고 있다. 지금의 광안리해수욕장이 있는 해변을 수영의 옛 이름 남촌(南村)의 사장(沙場)이라 하여 옛날에는 남장(南場)이라 불렀다. 수영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옛 수영비행장 활주로 끄트머리쯤에 수영해수욕장이 있었고 서쪽 포구에 광안리해수욕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6.25 이후 수영해수욕장은 여객기의 잦은 이착륙으로 통행이 수월하지 못했고 매립이 거듭된 끝에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그러는 동안 광안리 해수욕장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백사장과 밭이 늘어서 있고 드문드문 초가가 있던 해변에 가장 먼저 들어선 파크 호텔을 비롯한 접객업소들이 지금은 테라스를 설치해 바다를 마주한다.
광안리 해변은 밤마다 예술명품으로 깨어난다.
광안리 해변은 1950년대까지는 해송 숲 사이에 초가집 몇 채에 고기잡이배가 닻을 내린 조용한 갯마을이었다. 여름방학을 앞두면 학생들의 물놀이 안전을 위해 각급학교의 해양실습장으로 활용되었고 1960년에 와서야 공설해수욕장으로 지정되었다. 광안리 해수욕장이 예술의 향기 그윽한 곳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말부터였다. 지난 1997년 우리나라 최초로 바다에 접한 민락수변공원이 조성되어 만조 때가 되면 스탠드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발을 담글 수 있게 되었다. 이어 2003년 들어 광안대교의 완공을 계기로 광안리 해안길이 보행자 중심의 테마거리로 넓혀졌다. 가족과 연인들의 나들이가 마냥 즐거운 곳이다. 2007년 4월 야간경관조명사업인 ‘바다와 빛 미술관’의 개관으로 광안리 해수욕장은 밤이면 새롭게 거듭 태어났다. 남천동쪽에는 장 피에르 레노의 작품 ‘생명의 원천’인 빨간 화분이 설치되어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 예술의 혼을 불어넣고 해변공원이 시작되는 협진태양맨션 잎으로부터 민락회타운에 이르는 1,250m의 테마거리에는 낭만의 거리, 해맞이광장, 젊음의 거리, 축제의 광장 등 다양한 테마로 꾸며졌다. 테마거리 따라 1,600여 개의 꼬마전구를 설치한 얀 카슬레의 작품 ‘은하수바다’가 아름답게 밤하늘을 떠받치면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해변의 선율은 밤바다의 정취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수영문화센터 앞에는 고 백남준의 ‘디지테이션’이 설치되고 제니 홀쳐의 ‘디지털 빛의 메시지’가 매일 밤 모래 위에 시를 쓴다. 또 있다. 심문섭의 ‘섬으로 가는 길’과 샤를 드모의 ‘영상인터랙티브’가 광안대교의 야경과 어울려 환상적인 밤을 연출한다. 해수욕장의 서쪽 끄트머리에 설치된 야외상설무대는 사람이 모여들어 나름의 해변문화를 탄생시킨다. 연인과 함께 하는 광안리 해변의 밤은 밤이 깊을수록 낭만이 부풀고 사랑도 무르익는다.
횟집과 카페, 시락국과 콩나물해장국이 유명한 광안리 해변에서 열린 ‘2008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에 참여한 서양화가 이진경의 출품작 ‘부산 갈매기가 그냥 갈매긴 줄 아나’가 아직도 전시되고 있다. 5층 규모의 수영문화센터가 마치 부산사투리 전시장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다. 수영문화센터의 벽과 창에 붙어 있는 부산사투리는 ‘단디해라‘, ‘친구라 카는 거는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똑같은 거 아이가?’, ‘꽁바리도 길을 바꾸먼 일등한다’, ’만다꼬‘, 우야꼬’, ‘어무이’, ‘밥문나?’ ’니 내 존나?‘ 등 무뚝뚝하지만 정감 넘치는 부산사투리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수영문화센터는 그 자체가 광안리 해수욕장의 상설 전시작품이다. 올 들어서는 지난 4월 18일 해수욕장 서쪽 끄트머리 남천동에 해양레포츠센터가 문을 열어 윈드서핑, 요트, 스쿠바 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로 면모를 갖추었다. “문화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탄생한다.”는 말처럼 더 높은 안목과 비전으로 광안리해변이 사람 중심으로 가꾸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술집과 모텔 못지않게 북카페와 갤러리, 음악감상실과 영화관 같은 다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광안리 해변은 하늘이 내린 축복이자 부산의 긍지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부산에 살면서도 광안리에 별로 가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언제 시간내어 선생님의 안내서를 들고 따라 정취를 즐겨봐야 하겠습니다..^^*
부산 광안리 하면 왠지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리는 거리가 떠오릅니다. 근데 다 이유가 있네요. 막연한 생각에 자칫 광안리의 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할 뻔 했네요. 이번 휴가때 찾아가 봐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최선생님 언제 시간 나시면 소주 한잔 합시다 광안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