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호주의 광부에 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제임스 디니슨이라는 25살 청년 광부 얘긴데, 이 친구 연봉이 20만 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연 1억 7천만원 정도를 번다네요. 광부가…. 제임스는 학교 다닐 때 한 주먹 했습니다. 술집에서 옆 테이블 손님의 턱뼈와 이빨을 날려 손해배상액이 1만 6천 호주달러가 나왔는데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바민코Barminco란 광산회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당시 광산회사의 채용조건 문구를 보면,
1) 종종 하루 12시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2) 가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3) 광산에서 일하는 동안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서 지낼 각오를 해야 한다.
뭐, 딱 3D 업종이네요. 탄광 갱도 안에 들어가 하루 종일 작업해야 하니 당연히 환경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호주 광산이라고 안 무너지겠습니까? 혹시라도 갱도가 무너지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테고요. 누구나 들어가기 꺼리는 위험한 탄광이지만 호주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선 호주 사람 누군가는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대신 호주 사회는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위험한 일을 하는 그 누군가에게 많은 임금을 주기로 사회적 합의를 본 겁니다. 반면에 한국 사회는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으로 합의를 본 것이고요. 이 때문에 호주 국세청이 매년 발표하는 직종별 소득 순위를 보면 1, 2등은 항상 의사 직종이고, 광부가 5위에서 10위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우리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배운 것, 가진 것 없어도 열심히 일하면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원칙이 왜 중요하냐면 말이죠. 이 원칙이 그 사회에 작동하느냐, 안 하느냐가 애들 교육 문제로 직결되거든요. 한국 사회에서 애들 교육 문제 때문에 고민 안 해본 부모가 있을까요? 암만 좋게 보려 해도 이건 ‘교육’이 아닌 ‘사육’인데, 알면서도 없는 살림에 빚내가면서까지 애들 등 떠밀어 학원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사회잖아요? 교육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입시제도를 암만 바꿔 봐도 애들도 행복하지 않고 부모도 행복하지 않고, 이건 정말 뭔가 잘못됐잖아요.
선진국 학부모들은 자기 애가 공부 못 해도 ‘허허, 괜찮아, 어릴 땐 노는 게 최고지 뭐’ 하면서 쿨하게 이해하고 넘길까요? 단언컨대 부모 마음이야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습니다. 내 아이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고 사회 나가서 성공했으면 하는 욕심은 어디나 똑같다는 거죠. 그러나 우리가 흔히 부러워하는 선진국 청소년들이 우리 애들에게는 불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그들 사회는 배운 것 없고 가방끈 짧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땀의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공부에 취미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 예를 들어 자동차를 정비하든 목수를 하든 열심히 땀 흘려 일하기만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이들 사회는 애들도 알고 부모도 알고 있기 때문인 거죠.
힘들고 폼 나지 않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열심히 땀흘려 일하면 중산층으로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사회
냐, 아니냐. 이것이야말로 우리 애들을 교육이 아닌 사육 시장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입시제도, 공교육 시스템, 물론 잘못돼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거 바꾼다고 해서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절대 나아지지 않습니다. 왜곡된 노동시장 임금 문제를 해결해야만 애들을 정글에서 탈출시킬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첫댓글 배운 것, 가진 것 없어도 열심히 일하면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회가 하루빨리 정착 되었으면...합니다.
오연호 언론인이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보면 덴마크의 웨이터는 자기 직업을 무엇보다 사랑하며
그 아들이 열쇠수리공이라 자랑스럽다고 소개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북유럽 중 덴마크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 하다고 합니다.
직업에 귀천을 느끼지 않는 사회, 사회 보장 시스템이 잘 구축 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겠지요 적어도 가난 때문에 삶을 포기 하지 않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