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영월군과 영월군 의회 보십시요>
군정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사단법인 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회장 윤완식입니다. 논산 ‘명재 고택’ 주인이기도 합니다. 사단법인 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는 전국 6백50여 개의 고택문화재를 대표하는 단체로 문화재청에 등록된 사단법인입니다.
이렇게 영월군과 영월군의회에 성명서를 내는 이유는 영월군 주천면에 위치한 ‘주천고택 조견당’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주천고택 조견당’은 역사가 오래되고 건축물의 짜임새가 독특하고 아름다워 영서지방 반가의 대표적 고택으로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알려진 문화재입니다. 영월군과 강원도가 오랫동안 문화재로 관리해 온 소중한 문화재입니다.
또, 합각에 조형된 해, 달, 별의 음양에 대한 이치가 매우 독창적일뿐만 아니라, 동쪽 벽에 만들어진 화방벽은 어느 고택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오행사상’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매우 희귀한 예라고 평가됩니다. 무엇보다 서쪽 부엌 방향 5칸 벽면의 문살과 벽체의 공간배치가 아름다워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 수많은 고가구와 민속품을 소장해 박물관이나 다름없는 기능을 하고 있고, ‘보릿고개음식행사’, ‘다양한 형태의 음악회’, ‘청소년 성인식’ 등 우리 문화의 보존과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같은 이유로 2013년에는 문광부로부터 ‘명품고택’으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강원도와 영월군이 자랑해야 할 훌륭한 건축문화재입니다. 또 연간 수 만 명의 관광객은 물론, 고건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찾아보아야 하는 집으로 알려진지 오랩니다. 코레일관광에서는 지난해부터 조견당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정기적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도 했습니다.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철학적 가치를 지닌 주천고택 조견당이 지반 침하로 인해 뒤쪽으로 약 3도, 동쪽으로 3도 정도 기울어 매우 위험한 상태에 직면해 있는데도 보수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화재는 한번 소실되거나 붕괴되면 다시 복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화재 보수사업은 어떤 사업보다도 중요성이나 시급성 면에서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입니다.
지난 2014년 영월군에서 2천만 원의 자체 용역비로 안전진단을 한 결과 위험한 건축물로 판단되었고, 이어 도 관계자의 현장 답사로 빠른 시일 내에 전면 해체복원공사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2014년 12월 강원도에서 2억 원을 영월군에 내려 보냈고, 2015년 영월군이 3억 원을 보태 추경에서 합계 5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서둘러 해체복원공사를 하려던 계획은 군의회의 반대로 두 차례나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5년에 이뤄져야할 공사가 1년 반이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도 없는 가운데 문화재는 점점 더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월군 의원들이 무슨 생각으로 시급한 문화재 보수공사를 반대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의 고장에 있는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서야할 군의원들의 이 같은 결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상식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행정행위를 무력화시키는 횡포에 가까운 일입니다.
더욱이 오늘의 조견당이 심각하게 기울어지고 있는 현상은, 2000년 문화재 보수공사 때 지붕이 높아지고 무게가 커지는 바람에 지반이 약한 뒤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지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의 시작도 결국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화재 보수 공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 문화재 주변에 문화재를 반대하는 몇 몇 사람들이 있다고 하나, 이미 문화재 주변에 1,2,3 구역으로 구역정리가 끝나 건축적으로 별다른 제한이 없고, 또 일부 주민들은 실제로 집을 크게 짓기도 해 이제는 민원의 소지가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를 핑계로 아까운 문화재 보수를 반대하고, 더 나아가 문화재를 해제하는 행위는 핑계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영월군은 이 상태를 뒷짐지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붕괴의 위험에 처해진 현실을 영월군의원들의 반대 탓으로만 돌리고 있는 영월군은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관광 성수기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안전사고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영월군은 안전사고를 막을 최소한의 응급조치라도 했습니까? 현실을 외면하는 현행 문화재 관리가 제대로 된 문화재행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서울시는 북촌 한옥마을의 작은 한옥에 대해서도 ‘한옥 119’라는 제도를 만들어 상시 관리하는 등 문화재도 아닌 한옥 보존에 힘쓰는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같이 허망하고 비통한 현실 때문에 문화재 소유자는 영월군에 ‘문화재 해제’를 요청하는 문서를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영월군의 해답은 무엇입니까? ‘문화재 해제’가 그에 대한 유일한 대안입니까?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변 지역 주민들의 잇따른 민원으로 소유자가 손가락질을 받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문화재 보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초유의 상황에서 문화재 소유자가 ‘문화재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이를 기회로 ‘문화재 해제’라는 어처구니없는, 지방행정사에 길이 남을 오점을 찍게 되는 크나큰 실수를 하게 된다면, 전국의 문화재를 애호하는 사람들의 거센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문화재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강원도와 영월군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문화재 해제’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문화재 소유자가 진심으로 문화재 해제를 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많은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라는 이유로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로 버텨오고 있습니다. 저도 주변의 많은 눈총과 민원으로 갈등을 겪어왔고 이러한 문제는 언제라도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영월군이 주변의 눈치가 무서워 문화재 관리를 손 놓고 귀중한 문화재를 방치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저희 단체는 영월군과 영월군 의회의 선택과 대책,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것입니다. 만에 하나 문화재를 관리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판단이 들고, 더 나아가 ‘문화재 해제’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과 향후 전국에 미칠 파장은 영월군과 영월군의회가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관리를 못해 문화재를 해제하고 말았다’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잘못된 민원인들의 눈치보기’로 문화재를 해제한다면 두고두고 문화재 역사에 수치스럽게 기록되고, 오랫동안 전 국민의 비난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또 비슷한 민원이 전국에서 봇물 터지듯이 일어나 영월군은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문화재 관리에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입니다.
또, 향후 조속한 문화재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화재를 사랑하고 아끼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영월군 문화재지키기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문화재는 지켜질 것으로 믿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영월군과 강원도는 자신들의 문화재조차 관리하고 지키지 못하는 수치스러운 지방자치단체로 온 국민의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문화재 보존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자각하지 못한, 무지하고 낙후된 영월군, 강원도 이미지가 온 국민의 뇌리에 깊이 각인될 것입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조차 지키지 못하는 영월군과 강원도는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을 것입니다. 아니, 온 국민의 분노를 사게 될 것입니다.
강원도와 영월군의 문화재 보존에 대한 무소신과 철학의 부재는 온 국민의 질책을 받을 것입니다. 문화, 관광을 모토로 하는 영월군과 강원도가 ‘문화재 해제’라는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했다는 이중성이 문화를 사랑하는 온 국민의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박선규 군수를 비롯해 엄경섭, 윤길로, 신준용 등 군의회 의원 등 책임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전국에 알려지고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할 상황이 올 것입니다.
사단법인 고택문화재소유지협의회와 명품고택협회는 영월군과 영월군의회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결정으로 순리적인 해답을 찾을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온 국민이 가져야 할 도덕적 책무이자 자랑이고, 행정기관과 의회는 이를 실행하고 실천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이번 ‘주천고택 조견당’ 보수공사의 외면과 방치, 더 나아가 ‘문화재 해제’ 시도는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는 문화민족으로서의 수치이자 잘못된 판단입니다.
본 협의회는 영월군과 영월군의회가 다시금 이 문제를 조속히 협의하고 신속한 결론을 내어주기를 촉구합니다. 영월군이 온 국민의 조롱과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문화, 관광의 맨 앞자리에 있는 고택문화재를 지키는데 함께 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2016년 8월
사단법인 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회장 윤완식
대한민국 명품고택협회 회장 남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