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꺾으러 가던 날
박 회 욱
어젯밤에는 비가 흠뻑 내렸다.
예전에 자칭 ‘고사리도사'라는 이웃 영감님에게 고사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즉“고사리는 봄날 단오 전후로 비온 뒤 새순이 많이 돋아나고 그 때가 고사리 꺾는 좋은 시기이며, 남들보다 일찍 새벽에 가야 많이 꺾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마침 어젯밤에는 봄비가 제법 많이 내렸고, 또한 오늘은 토요일 휴일이므로 새겨들었든 고사리 생각이 나서 고사리 꺾으러 가기를 작정하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잠자는 아내를 깨워“주먹밥도 싸고 먹을 물도 챙겨 고사리 꺾으러 가자.”고 말하고는 장비 등을 챙겨서 배낭에 주워 담았다. 아름만큼 많이 꺾어 제사를 모시는 친지들 모두에게 나눠 주고자 생각하며 담을 자루도 20킬로그램들이 정부미 포대자루를 두개나 준비해서 배낭을 메고 아내와 함께 대구역으로 향했다. 자식들은 모두 서울에서 생활을 하는 까닭에 아내와 단둘이 생활 한지도 어연 수년이 지났건만 이렇게 단둘이 기차 여행 하기는 참으로 오래간 만이다.
자칭 ‘고사리도사’ 라는 영감님에게 들었든 기억을 돼 살리며 아침 일찍 출발하여 대구역에서 청도 행 열차표를 끊으니 아침 6시 55분발 첫 기차 였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아버님제사, 할아버님 할머님 제사, 큰 큰아버님 큰 큰어머님제사, 작은 큰아버님제사, 등 아내와 함께 손꼽으며 고사리를 두 자루 꺾어도 모자라겠다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벌써 청도역에 도착 하였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거리였다. 역에 내려 곧장 콜택시를 타고 ‘오리산성’ 입구로 가자고 하니 기사께서 고사리 꺾으러 가시는 모양이네요. 그 곳은‘오리산성’이 아니라 ‘오래산성’ 이라고 정정해 주시며 그 산이 몇 년 전 불이 나서 ‘불난산’ 이라 불리고 불이 난 뒤에는 산에 고사리가 많이 나므로 대구 부산 등지에서 고사리를 몇 자루씩 꺾어 간다며 “지금가면 시간이 좀 늦을 건데요 모두들 다 꺾어 갔을걸요. 그래도 이삭줍기 식으로 꺾어도 한 자루는 꺾을 겁니다. 고사리는 싹튼 자리에 또 싺이 트니까요. 그리고 그 지역이 산성을 비롯하여 테마공원으로 조성 될 계획이 있어서 조성이 되고 나면 고사리 꺾기도 힘들 겁니다.”라고 조언을 주신다.“때 마침 시기를 잘 맞추어 왔구나.”라고 생각을 하는 동안에 택시는 산기슭에 도달하였다.
부푼 가슴을 안고 단단히 준비하고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자칭 ‘고사리도사 영감님’왈“서서는 절대 고사리가 안보인다 앉아서 설설 기어야 고사리가 보인다.”는 말을 돼 새기면서 산을 설설 기며 오르기 시작했다. 온같 잡초며 찔레나무 가시들을 헤치고 팔, 다리 찔려 가면서 전진 또 전진 고지를 향하는 우리 국군 용사처럼 전진 하였다. 아! 드디어 고사리를 발견 했다. “야-호!”하면서 처음 발견한 고사리 줄기를 꺾어 들었다. 자색 빛을 띤 고사리는 줄기가 힘 있게 뻗어 있고 끝머리 부분은 꼭 어린애기 조막손을 축소한 것 같다. 그래서 어린애기 손을 “고사리 손” 같다고 들 하는 모양이다.
또한 물기 머금은 고사리 순의 모양이 집에서 키우는 자색 꽃 피는 제주 한란의 꽃대와 아주 흡사하게 닮았다. 한 줄기 꺾어 자루에 담고 또 꺾으려 주위를 둘러보니 고사리 꺾은 자욱만 즐비하고 고사리는 가뭄에 콩 나듯이 찾기 힘들었다. 아침 첫 기차를 타고 왔는데도 늦은 모양이다. 고사리 캐러 오는 사람들은 새벽잠도 없는 모양이구나. 이제야 기사분이 말한 이삭줍기란 말이 실감이 난다. 곧 옆에 있던 아내는 주 특기인 잔소리가 시작된다.“그르기에 술 좀 작작 마시고 운전 면허증 따서 자가용 한대 사자니까, 첫 기차를 타고와도 이렇게 늦었잖으냐.”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아내는 2종 이지만 운전 면허증이 있어서 조그만 자가용 한대 사자니까“내가 술만 마시면 모시러 오라 할 까바 못 산다”고 입버릇 처럼 돼 내이면서, 하기야 공무원 박봉에 자식 둘다 서울에서 사립대학공부 시켰고 그것도 한 놈은 돈이 많이 드는 의과대학을 시켰으니 무슨 모아 논 돈이 있어 자가용을 사겠느냐 마는, 그리고 꼭 차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 차일피일 미뤄온 운전면허증 따기 이다.
아뭍튼 전진에 전진을 거듭하여 산마루에 다달을 즈음 손에는 그나마 한웅큼씩 이삭줍기를 하였다. 한 끼 밥반찬은 할 만큼 된다. 우리 부부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올 추석에는 조상들에게 내가 직접 꺾은 고사리로 제사를 올리려는 정말 기특한 생각을 하였건만,
산마루에 서서 땀방울 훔쳐가며 아래를 내려다 보니 멀리 밀양 쪽을 향하는 기찻길과 고속도로가 확 트인 시야로 들어오며 불어오는 골바람에 기분이 마냥 상쾌하다. 아침 겸 점심으로 싸온 밥이 주먹밥 인줄 알았더니, 언제 준비 했는지 아내는 상추며, 풋고추며, 쑥갓이랑 온갖 야채에 쌈 된장을 내어놓는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먹고 나서 보온병에 타온 커피까지 한잔 마시고 담배 한대 느긋이 피우고 나니 바싹 야윈 체구인 나도 살이 마구 찌는 듯한 느낌이 온다. 고사리는 별로 꺾지 못해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지 못다 하였지 마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 가는 것 같아 참으로 산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풀섶에 누워 살 풋 한숨 잔 뒤 주위를 둘러보니 두릅나무며 다래나무 들이 파란 순을 내밀고 촘촘이 서있다.“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마지막 이삭줍기가 남아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두릅순이랑, 다래순으로 고사리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조금 이나마 채웠다. 하산 길에 주인이 있는 나무라 생각 되지만 산뽕나무에 까맣게 익어가는 오디 한 웅큼 따고, 또 파랗게 열린 매실 한 웅큼 따서 얼른 배낭 속에 감추고는 요 정도 따 가지고는 도둑이란 소리 안 듣겠지 하고 스스로 마음을 위안 하면서, 다음에 올 땐 꼭 운전 면허증을 따서 자가용을 타고 새벽 일찍 오든가, 아니면 전날 저녁에 아내와 청도로 와서 외박이라도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청도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산골 오솔길 -
스치는 바람에
파드득 날개 짓 하는
작은 맵새
낙엽 밟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아기 다람쥐
산은 외줄로
봉우리 지어 섯고
골짜기엔 맑은 햇살 스며드는 데
따라 걷다보면
이름모를 들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른히 잠든 산야초 잠깨어 맞이하는
어느 봄날 오후
산골 오솔길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고사리 많이 따셨나요.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자연의 품에서 맑은 마음으로 행복하셨군요. 건강하시고 건필 하시기를 빕니다. 덕분에 좋은 글 잘 읽고 좋은 시간 가집니다. 웬만하면 차 한대 사셔서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하시지요. 저는 가난하여 차는 엄두도 못내지만 과거 자가용 있을 때 무척 행복했습니다. 좋은 사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