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멕시코시티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해발 2.2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멕시코(Mexico)의 수도(首都) 멕시코시티(Mexico City)는 인구가 2.300만여 명이나 되는 엄청난 대도시로 넘쳐나는 자동차와 사람들로 활기차고 혼잡하다. 또한 스페인 식민시대의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역사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소깔로(Zocalo) 광장은 세계에서 러시아의 크렘린(Kremlin) 광장 다음으로 크다고 하는데 이곳은 아스텍(Aztec) 시대, 호수 가운데에 둘레 10km의 장방형 인공섬을 만들고 난공불락의 아스텍 수도로 건설하였던 테노치티틀란(Tenochititlan)의 중심부였던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지진으로 지반이 갈라져서 물이 말라 호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수많은 건물들이 밀집되어있는 멕시코시티의 중심부에 있는 광장이다.
이 광장의 중심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건물이 멕시코 주교좌성당인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이다.
멕시코 주교좌 성당 / 화려한 성당 내부 / 검은 십자고상
1567년에 짓기 시작하여 1788년에야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는 대성당은 바로크양식, 클래식, 네오클래식 건축양식이 총망라된 대 건축물인데 5개의 본당과 14개의 부속 교회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축물이다.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심혈을 기울였다는 건물은 우선 그 웅장한 규모에서부터 다양한 조각들로 가득 채워진 외관은 물론 내부의 그림이나 장식들까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넋을 빼앗기게 한다.
성당입구 바닥에는 아스텍 신전(神殿)을 허물고 지었던 흔적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한 플라스틱을 몇 군데 설치하였는데 당시 신전의 기초부분은 물론, 당시에 묻힌 해골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주일날 성당 내의 17개 성당에서 동시에 미사가 열리다보니 제각기 다른 성가가 동시에 울려서 묘한 감동을 주었다고 하는데 곧 교회음악에서 말하는 다성음악(多聲音樂/Polyphony)과 화성법(和聲法/Harmony)의 상대개념인 대위법(對位法/Counterpoint)이 탄생하였다고도 한다.
성당 내부 한가운데에는 첨탑 꼭대기에서부터 긴 줄을 내려뜨린 황금빛 진자(振子)가 바닥에 닿을 듯 드리워져 있다. 지반 침하와 화산, 지진으로 인한 건물의 기울어지는 정도를 알 수 있도록 진자 끝의 움직임을 기록한 것이 1.500년대부터 기록되어 있었는데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이한 현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무수한 예술품 외에도 검은 십자고상(十字苦像)이 모셔져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 왕궁 건물 / 왕궁건물 회랑의 벽화 / 성당의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광장의 다른 한쪽 면에는 웅장한 대 왕궁(Palacio Nacional)이 들어서 있는데 이 건물은 스페인 침공 후인 1563년 정복자 코르테즈의 관저로 처음 건축되었다고 한다. 1659년 이후 2차례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재건축 되었는데 1821년 독립이후 오늘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길이의 거대한 이 건물은 4층 정도로 높지는 않지만 수많은 방과 아름다운 석조 계단, 넓은 안뜰이 있으며 특히 멕시코 독립투쟁 당시 이곳 발코니에서 이달고(Hidalgo) 신부님이 소깔로 광장에 모인 민중들에게 민중봉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것으로 유명하단다.
2층 3층 복도에는 19세기 멕시코 최고의 화가였다는 디에고 리베라(Diego Livera)의 벽화로 유명한데 멕시코 신화시대부터 멕시코 혁명까지 수십 개의 거대한 벽화로 벽면이 채워져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 왕궁은 현재 군사학교로 일부가 사용되고 있어 군인들이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고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들어갈 때 철저한 몸수색을 받아야 한다.
소깔로 광장의 다른 한쪽 면(대성당 건너편)은 정부 청사가, 부근에는 아름답고 고색창연한 건축물들로 가득 들어있다. 대성당의 바로 옆쪽에는 건물을 지으려고 터를 고르다 발견하였다는 아스텍 시대의 수도 테노치티틀란(Tenochititlan)의 주 신전이었던 대 피라미드 터가 발견되었는데 정복자 코르테스에 의하여 철저히 파괴되었고 피라미드에 사용 되었던 석조물들은 해체되어 성당과 건물들을 건축하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하는 현장은 현재 지표면 약간 아래쪽에 발굴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옆 건물에는 이곳의 출토 유물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다.
6. 따스코(Taxco)와 성 세바스찬 성당
햄버거로 점심 / 산 세바스찬 성당 / 화려한 성당 내부모습
멕시코시티 서남쪽 178km 지점에 있는 따스코(Taxco)는 해발 1500m의 계곡 속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로 식민시대 이전부터 은광(銀鑛)이 발견되어 유명해진 도시이다. 특히 기후가 온화하고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멕시코 시내 소나로사(Zona Rosa)의 한국식당에서 만났던 멕시코인에게 가는 방법을 물었더니 호텔에서 가는 패키지가 있는데 1인당 2000페소(20만 원)라고 한다. 나는 그렇게 여행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지하철로 산 라자로(San Lazaro)역에 내리면 버스가 있다고 하여 아침 일찍 갔는데 따스코 가는 버스는 다른 노선의 끝인 따스께냐(Taxquena) 역 앞에 있다고 한다. 이런 낭패가 있나...
서둘러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따스께냐 역에 도착하여 10시에 출발하는 따스코 행 고속버스표(140페소)를 살 수 있었다. 멕시코시티 남쪽, 만년설을 이고 있는 거대한 산을 넘어 2시간 30분여 달려서 따스코에 도착하였는데 골짜기에 오밀조밀 들어선 작은 도시가 정겹다.
정복자 코르테즈도 이 은광도시를 알고 있었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고 1751년 프랑스인 광산업자 조셉 보르다(Joseph de la Borda)에 의하여 재개발되는데 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준다. 그는 벌어들인 돈으로 1758년 당시 바로크 양식의 최고 걸작품으로 칭송받는 성 세바스찬 성당(Santa Prisca y San Sebastian Church)을 건립하는데 내부 장식은 식민시대 최고의 예술가로 꼽히던 까브레라(Miguel Cabrera)에 맡겨서 외관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내부 장식 또한 천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걸작품으로 채운다.
따스코가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20년대 미국인 윌리엄 스프라틀링(William Spratling)이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과 온화한 날씨에 반하여 책을 쓸 목적으로 오게 되는데 이 지역 인디오들의 뛰어난 손재주를 발견하고 은세공 기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아름다운 인디오 문양의 은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단번에 세인의 관심을 끌어들인다. 세바스찬 성당 뒤 쪽에 자그마한 스프라틀링 기념관(Museo de Taxco Guillermo Spratling)이 있는데 독특한 이곳 은세공의 걸작품들과 스프라틀링에 대한 소개 등이 전시되어 있다.
따스코는 자연석 작고 납작한 돌로 길바닥을 깐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 비탈길로 이루어진 골목에는 낮고 예쁜 집들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고 2월인데도 집집마다 가지가지 꽃이 핀 화분들로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어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성당은 언덕 높은 곳의 작은 평지에 세워졌는데 아래쪽 시장 통에서 성당으로 오르는 가파른 골목길은 온통 은세공품 가게와 음식점 등 가게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어 미로 속에 갇힌 듯 방향도 잡기가 어려운데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비켜서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걸어 다녀도 충분한 거리지만 4페소(400원)에 작은 미니버스도 탈 수 있는데 좁고 꼬불거리는 골목길을 서커스 하듯 사람들을 비집고 잘도 다닌다. 또 조그만 폭스바겐 택시도 수도 없이 많다.
이곳에서 파는 은세공품은 모두 도금이 아니고 진짜인데 가격을 흥정하는 재미도 있었고 가격은 꼭 무게를 달아서 파는데 무척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되었다. 며느리를 주려고 작은 목걸이를 샀는데 페난트와 줄도 따로따로 무게를 달아서 가격을 매겼는데 아주 예쁜 목걸이가 140페소(만 4천원)였다. 나중 들은 이야기로 이곳에도 가짜가 많다고....
저녁에 따스코 관광의 경비를 계산하여 보았더니 5~6가지 선물과 기념품 값, 점심 식사대를 모두 합쳐도 600페소가 채 안되었다. 호텔 패키지 2000페소는 좀 과하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따스코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아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7. 와하카(Oaxaca) 성당/산토도밍고(Santo Domingo) 성당/ 솔레다드(Soledad) 성당
멕시코 남부 와하카(Oaxaca)는 인디오 전통이 가장 잘 보존되어있는 도시로 유명하고, 인근의 몬테 알반(Monte Alban)은 자포텍(Zapotec) 인디오의 대 유적지로 유명하다.
인구 80만 정도의 중소도시인 와하카는 역사적인 건물도 많은데, 1553년에 시작하여 1773년에 오늘날의 건물이 완성되었다는 와하까 성당(Catedral de Oaxaca)은 18세기 바로크 건축물의 표본으로 일컬어지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이고, 루피노 타마요가 20여 년간 수집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루피노 박물관(Rufino Tamayo Museo de Arte Prehispanico de Mexico)은 스페인 침공이전,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의 유물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마야 특유의 풍만한 여인상, 자포텍(Zapotec) 인디오 고유의 긴 코 등 눈길을 끄는 유물이 많다.
또 이곳 와하카의 자랑인 산토도밍고 성당(Iglesia de Santo Domingo)은 1550년 건축을 시작하여 100년 간 건축을 계속하였다고 하는데 당시 최고의 예술가들이 건축에 참여하였다고 하며, 특히 천정화는 바로크 시대의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Baroque Vision of Heaven)
완공하는데 200여 년이 걸린 와하카 성당 / 솔레다드 성당의 성처녀
그 외에 몬테 알반 7호 고분에서 다량으로 출토된 금은 보석류의 전시와 자포텍 인디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와하카 박물관(Museo Regional de Oaxaca), 와하카의 수호성인으로 숭앙받고 있는 솔레다드 성당(Basilica de la Soledad)의 성처녀 등이 유명하다.
산토도밍고 성당의 천정화(Baroque Vision of Heaven) / 산토도밍고 성당의 외관
또, 솔레다드 성당(Basilica de la Soledad)은 와하카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으로 와하카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 성처녀(聖處女)를 모시고 있다. 스페인어 솔레다드(Soledad)는 영어로 Solitude(고독)이라는 의미 이므로 ‘고독의 성녀’라는 뜻이겠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로 이곳에 모셔졌던 성처녀는 진주로 장식된 옷과 은과 보석으로 장식된 관을 쓰고 있었는데 통째로 도난당하였다고 한다. 얼마 후 언덕 밑 바위 위에 앉아있는 당나귀의 등에 실려 있는 상자에서 성처녀의 머리와 손이 발견되었는데 당나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고, 또 아무리 하여도 당나귀가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곧 이어 그 자리에 성처녀가 발현하고...
그 자리에 1689년 현재의 교회를 지었고 성처녀가 발현하였던 12월 18일에 대축제가 열리는데 와하카는 물론 인근 지역 모든 주민이 참여하는 가장 큰 축제라고 한다.
북부지역이 ‘과달루페 성모’라면 이곳은 ‘솔레다드 성녀’라고 할 만큼 모든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다고 한다. 교회 안에는 화려한 옷을 입고 진주와 보석으로 장식한 관을 쓰고 있는 성녀를 모시고 있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바로크 스타일의 외관과 현란한 천정화, 아기자기한 내부 장식이 등이 눈을 황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