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기신론_1.2. 인연의 부분: 논을 지은 인연 [2, 3]
묻기를,
무슨 인연이 있어서 이 논을 짓는가?
답하기를,
여덟 가지 인연이 있다.
첫째는 인연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고통을 떠나 완전한 즐거움을 얻게 한다.
또 세간의 명리와 공경을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둘째는 여래의 근본 뜻을 해석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바르게 알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는 선근이 성숙된 중생들로 하여금 마하연 법을 잘 감당하여, 믿음이 물러나지 않게 하는 때문이다.
넷째는 선근이 아주 적은 중생들로 하여금 신심을 닦게 하는 때문이다.
다섯째는 방편을 보여서, 악업의 장애를 없애고 그 마음을 잘 보호하여, 어리석은 아만을 멀리 떠나 삿된 그물에서 나오게 하는 때문이다.
여섯째는 지와 관을 닦아 익힘을 보여서, 깨달은 중생이 범부와 이승으로 하여금 대승의 지관법을 닦아서, 마음의 허물을 치료하여 대각의 도를 갖추게 하고자 하는 때문이다.
일곱째는 대각을 생각하는 방편을 보인다. 비록 대승의 마음을 내어도, 근기가 낮아 겁을 낼까 두려워하여, 대각의 성스런 명호를 오로지 생각해 대각의 앞에 태어나, 결정코 신심을 물러나지 않게 하는 때문이다.
여덟째는 이익을 보여서, 게으른 중생들을 위하여 유익함을 말해, 수행하기를 권하는 것이니, 그로 하여금 위없는 도에 이르게 하는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연이 있기 때문에 논을 짓는다.
묻기를,
위에서 말한 갖가지 법문은 수다라경전에서 이미 갖추어 설명하였는데, 어째서 거듭 설명하고자 하는가?
답하길,
수다라에 비록 이러한 법이 있을지라도, 중생들의 근기가 높고 낮음이 있고, 마음 씀의 우열이 같지 않고, 또 중생들의 인연이 각기 다르고, 이해하는 인연이 같지 않음을 어찌하리오.
여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는 중생들의 근기가 높을뿐더러, 여래의 삼십이상 금빛 참된 몸과 크게 지혜로운 마음의 힘이 뛰어나셨다. 원음으로 한번 법을 설하시면, 다른 종류의 중생들도 같이 알아들었으니, 말할 것이 없다.
여래께서 열반하신 뒤에는 차별이 더욱 많아서,
혹 어떤 중생들은 자기의 힘으로써 널리 듣고 아는 자가 있고,
혹 어떤 중생들은 자기 마음의 힘이 밝아서, 적게 듣고 많이 아는 자도 있다.
혹 어떤 중생들은 자기 마음의 힘이 밝지 못하여, 자세한 논장을 인해 아는 자들이 있다.
혹 어떤 중생들은 자세한 논장의 글을 번거롭게 여겨 싫어하고, 적은 글로써 여래의 광대하고 깊은 법의 끝없는 뜻을 전부 가짐(總持)을 좋아해 능히 아는 자도 있다.
지금의 이 『대승기신론』은 여래의 광대하고 깊은 법의 끝없는 뜻을 전부 거두고자 하기에 마땅히 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