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鏡浦臺)와 경포호(鏡浦湖)
경포해수욕장과 경포호 / 경포호 학섬(鳥島) / 홍장(紅粧)과 박신(朴信)
강릉시내에서 북쪽으로 화부산(花浮山)을 넘어가 해안 쪽으로 나가면 경포호수가 펼쳐져 있다.
거울(鏡)처럼 맑은 물이 고여 있는 호수라 하여 경포호(鏡浦湖)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둘레의 길이가 4km가 넘는 제법 큰 호수로 작은 개천이 연결되어 곧바로 바다로 들어가는데 그곳에 경포대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경포호수 가운데에는 기생 홍장(紅粧)의 고사가 얽혀있는 홍장암(紅粧巖) 바위섬과 해변 쪽으로 조도(鳥島)라는 작은 바위섬도 있는데 섬 한가운데 바위 위에다 월파정(月波亭)이라는 작은 정자각을 짓고 지붕 꼭대기 한가운데에 학(鶴) 조각을 세워놓아 학(鶴)섬이라고도 부른다.
경포대 북쪽 기슭 언덕 위에는 멋진 정자각인 경포대(鏡浦臺)가 있는데 고려 후기에 건축된 누각(樓閣)으로 정면과 측면이 각각 5칸에 팔작(八作)지붕으로 보물(제2046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현판(懸板)에는 경포대(鏡浦臺), 건물 안에는 제일강산(第一江山)이라는 액자가 걸려있는, 너무나 수려한 누각이다.
이 누각(樓閣)은 고려 충숙왕 13년(1326)에 건축되었다고 한다.
경포호수는 한 바퀴 돌면 가는 곳마다 풍광이 아름답기 이를 데 없고, 예전에는 아주머니들이 물에 들어가 부새우(민물새우, 곤쟁이)를 뜨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젓을 담그면 정말 맛이 있었다.
<경포의 달>
전해오는 이야기로, 경포대 누각에서 술을 마시면 달이 다섯 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늘에 떠 있는 달, 호수에 비친 달, 바다에 비친 달, 술잔에 비친 달 그리고 술을 따르는 여인의 눈동자에 비친 달로 한꺼번에 다섯 개의 달이 보인다는, 경포대 예찬의 글이다.
관동별곡은 영동(嶺東)지방의 아름다운 경관을 노래한 것으로, 고려 말 안축(安軸)이 경기체가(京畿體歌)로 쓴 관동별곡(關東別曲)이 있고, 조선 선조 때 정철(鄭澈)이 쓴 가사집(歌詞集)의 명칭도 관동별곡이다.
이들이 예찬한 영동지방 여덟 곳의 경승지(景勝地)인 관동팔경(關東八景)은 다음과 같다.
<1> 총석정(叢石亭, 북한 통천) <2> 청간정(淸澗亭, 고성) <3> 낙산사(洛山寺, 양양)
<4> 삼일포(三日浦, 북한 고성) <5> 경포대(鏡浦臺, 강릉) <6> 죽서루(竹西樓, 삼척)
<7> 망양정(望洋亭, 울진) <8> 월송정(越松亭, 울진) 인데 단연 제1경(第一景)은 강릉 경포대이다.
북한의 총석정과 삼일포도 물론 강원도이고, 울진도 현재 경북으로 편입되었지만 예전에는 강원도였다.
조선시대의 대 문호 송강(松江) 정철(鄭澈)은 관동별곡(關東別曲) 외에도 성산별곡(星山別曲), 사미인곡(思美人曲), 속미인곡(續美人曲) 등 4개의 가사집(歌詞集)이 전하는데 관동별곡에는 경포호수를 바라보며 ‘홍장고사(紅粧古事)를 헌사(獻辭)타 하리로다.’라는 구절도 나온다.
<홍장고사(紅粧古事/說話)>
고려 우왕 때, 강원도 안렴사(按廉使, 일명 按察使) 박신(朴信)은 강릉기생 홍장(紅粧)에게 깊이 빠졌다고 한다. 그 당시 강릉부사(江陵府使)였던 조운흘(趙云仡)이 박신을 골려주려고 어느 날 홍장을 만나려고 온 박신에게 홍장이 갑자기 죽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하자 박신은 몹시 서러워했다.
며칠 후, 조부사는 박신을 초청하여 경포대에서 뱃놀이를 베풀었는데 두 사람의 취흥이 무르익었을 때 석양녘에 멀리 호수를 보니 그림같이 떠 있는 배 한 척이 보이고 갑판위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박신은 깜짝 놀라 저 배가 무슨 배냐, 저기서 노래를 부르는 여인의 모습이 홍장의 모습과 똑 같다고 말하자 조부사는 짐짓 놀라는 체하면서 경포호에는 가끔 선녀가 내려와 뱃놀이를 하는데 저것은 필시 선녀의 놀음일 것이라고 하며 우리도 가까이 가서 같이 놀아보자고 한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 여인은 분명 홍장인지라 박신은 깜짝 놀라며 그제야 조부사에게 속았음을 깨닫고 세 사람은 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