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상품[3], 백정 집의 소떼의 비유
옛날 부처님께서는 나열기(羅閱祇) 죽림정사[竹園]에 계셨는데, 여러 제자들과 함께 성 안으로 들어가 어떤 사람의 공양을 받고 설법하신 뒤에 해질녘이 되어 성을 나오셨다.
마침 길에서 많은 소떼를 풀어 성으로 몰고 돌아가는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소들이 모두 살이 쪘으며 배가 불러 이리저리 뛰고 서로 떠받으면서 좋아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곧 게송을 읊으셨다.
마치 소 치는 사람이 채찍을 들고
소를 길러 잡아먹듯이
늙음과 죽음도 이와 같아서
기른 뒤에 목숨을 앗아가네.
천 명이나 백 명 중 한 사람이 아닌
모든 족성의 남자와 여자들이
아무리 재물을 쌓고 모아도
쇠하거나 잃지 않는 이 없네.
이 세상 태어나 밤낮으로
목숨을 스스로 치고 깎다가
그 목숨 차츰 줄어 다함이
마치 저 잦아드는 옹달샘 같네.
부처님께서 죽림정사에 이르시어 발을 씻고 물러가 앉으셨다.
아난이 즉시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아까 길에서 이 세 게송을 읊으셨는데, 그 뜻을 자세히 알지 못하겠습니다.
원컨대 몽매함을 깨우쳐[開化]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어떤 사람이 소떼를 놓아 몰고 가는 것을 보았느냐?”
“예,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백정 집의 소떼들이다. 본래는 천 마리가 있었는데 백정이 날마다 성 밖으로 사람을 보내어 좋은 물과 풀을 구해 먹여 살찌게 한 다음 살찐 놈부터 가려내어 날마다 도살하였다.
그렇게 하여 죽은 소가 절반이 넘건만 나머지 소들은 그것도 모르고 서로 떠받고 뛰어다니며 소리지르고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어리석음[無智]을 가엾게 여겼기 때문에 그 게송을 읊었을 뿐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아난아, 어찌 그 소들뿐이겠느냐? 세상 사람들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항상 나(我)라고 헤아려 그것이 덧없는 것[非常]임을 알지 못하고, 다섯 가지 욕망[欲]을 탐하여 그 몸을 기르고 마음껏 향락하면서 또 서로 해치고 죽인다.
그리하여 오래도록 머물지 못하고 죽음이 아무런 기약 없이 갑자기 닥쳐오건만, 그들은 까마득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저 소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그때 그 자리에서 이양(利養)만을 탐하던 2백 비구들은 이 설법을 듣고 스스로 가다듬어 여섯 가지 신통(神通)을 체득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앉아있던 대중들은 모두 슬퍼하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