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1권
1. 보살수기품(菩薩授記品)
3) 게으름쟁이 난타(難陀)가 부처님을 뵙게 된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저 성에 한량없는 재보를 가진 어떤 장자의 집에 외아들이 있었으니,이름을 난타(難陀)라고 하였는데, 게으르고 항상 잠자기를 좋아하여 걷거나 앉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보다 매우 총명하여 침대에 누워 있어도 경론(經論)을 들은 대로 기억하여 널리 통달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때에 아버지인 장자가 그 아들이 총명하여 경론을 잘 풀이함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부터 부란나(富蘭那) 등의 외도 여섯 스승을 청해 집에 모셔 두고 이 아들을 가르치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서 모든 음식을 준비하여 곧 그들을 청해 접대한 뒤에 여섯 스승들에게 말하였다.
“제 아들이 너무나 게을러서 잠만 자면 일어나질 않으니, 원하옵건대 대사께서 이 아들을 가르쳐 가업(家業)과 경론을 닦게 하여 주시오.”
그리하여 여섯 스승들이 함께 아들의 처소로 갔으나 아들은 누워서 일어나지도 않았으니, 하물며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자리를 깔아 맞이했겠는가?
아버지인 장자가 이것을 보고는, 손으로 턱을 괴고 매우 괴로워했으며, 근심이 되어 즐겁지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비하신 마음으로 낮과 밤 여섯 때[六時]로 중생들 가운데 누가 고뇌를 받는지를 관찰하시고는 곧 그에게 가서 법을 설하여 그들을 깨우치곤 하셨는데, 문득 저 장자가 아들 때문에 괴로워 턱을 괴고 있는 것을 보시곤, 여러 비구들과 함께 그 장자의 집에 이르셨다.
그제서야 게으름쟁이가 홀연히 놀라 일어나서 자리를 깔고 부처님을 맞이하면서 엎드려 예배한 뒤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곧 그에게 갖가지로 설법하시어 게으름에 대한 많은 허물을 꾸짖고 훈계하시자, 역시 스스로 뉘우침과 함께 깊이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기 시작하였다.
부처님은 그 게으름쟁이에게 전단(栴檀)나무 지팡이를 주시면서 다시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부터 정근하여 조금이나마 성심을 다한다면 이 지팡이를 두드릴 때에 매우 사랑스럽고도 즐거운 소리가 날 것이며, 이 소리를 들은 뒤엔 흙에 묻힌 보장(寶藏), 즉 복장(伏臟)을 볼 수 있으리라.”
이때 게으름쟁이가 지팡이를 두드리자 과연 지팡이로부터 소리가 나고, 흙 속에 묻힌 보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조금만 정근에 마음을 써도 이러한 큰 이익을 얻거늘 하물며 정성껏 온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미래세에 더없는 큰 이익을 얻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리니, 내가 이제부터 온 힘을 기울여 바다에 나아가서 보물을 채취하리라.’
이와 같이 생각하고서 곧 여러 사람들에게 외쳤다.
“내가 이제 상주(商主)로서 바다에 나아갈 것인데, 누가 나와 함께 가서 값진 보물을 채취하려는가?”
그러자 여러 사람들이 서로 맹세하고 바다에 나아가는 대로 다 값진 보물을 얻어서 무사히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온갖 맛있는 음식을 갖춰 부처님과 여러 스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도 그들에게 갖가지로 설법하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자 곧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이러한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공양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에 가서 눈 어두운 중생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귀의할 데 없는 중생에겐 귀의할 곳을 얻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한 자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에겐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자에겐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이르지 못한 자에겐 열반의 경지로 들어가게 하소서.’
이렇게 발원하자 부처님께서 곧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 아난이 이것을 보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항상 스스로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않으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세존이시여, 자세히 말씀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게으름쟁이가 바다에 나아가 보물을 채취해 돌아와서 온갖 음식을 베풀어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이 게으름쟁이는 미래세 3아승기겁을 지나 마침내 성불하여 정진력(精進力)이라는 명호로 중생을 다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